여름철 전기요금 한시적 인하… 小상공인은 제외

올여름 전기요금이 4인 가구 기준으로 월평균 8368원 정도 줄어든다. 중소기업들도 올 8월부터 1년간 평균 437만원 정도의 전기료를 절감하게 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주택용 전기요금은 올 7~9월 석 달간, 중소기업들이 쓰는 산업용 전기요금은 올해 8월부터 1년간 한시적으로 내린다"고 21일 밝혔다. 주택용과 산업용 전기요금 인하는 2004년 11월 이후 10년 8개월 만에 처음이다.

이번 조치는 작년 12월 "전기·가스 등 공공요금에 유가(油價) 절감분이 즉각 반영되도록 하라"는 박근혜 대통령 지시의 후속 성격을 띠고 있다. 정양호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자원실장은 "유가 하락에 따른 발전 연료비 절감 부분을 국민에게 환원하는 차원이며 최근 경제 상황이 어려운 점도 감안했다"고 말했다.

◇1인가구는 혜택 無… 누진요금 내던 이용자 혜택 많아

우리나라 도시 거주 4인 가구의 여름철 월평균 전기 사용량은 366kWh(킬로와트시)이며 평균 전기요금은 5만9819원 정도다. 에어컨 가동 등으로 다른 계절보다 부담이 상대적으로 많다. 평균적인 4인 가구는 올여름에는 월평균 8368원(14%)의 전기료를 절감하게 된다. 에어컨과 냉장고를 2대 이상씩 사용하는 5인 가족의 전기 사용량은 여름철이 되면 월 450kWh를 넘는다. 이 경우에도 기존 전기요금은 월 9만3685원이지만, 올여름엔 월 8만4415원으로 9270원(9.9%)을 아낄 수 있다. 정부는 이번 인하로 647만 가구에서 1300억원의 전기요금 절감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한다.

반면, 평소 전기를 아껴 쓴 가정이나 1인 가구는 혜택을 보지 못한다. 이번 인하 조치가 평균 전기 사용량이 월 301~600kWh로 많아 누진요금을 물던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모든 계층에 대해 전기료를 일괄적으로 깎아줄 수는 없는 일"이라며 "누진제를 적용받아 평소 원가(原價) 이상으로 전기요금을 내온 가구들이 인하 혜택을 보게 했다"고 말했다.

산업용은 중소기업에 한해 8월 1일부터 1년간 토요일 요금을 절반 정도 할인해주는 방식으로 전기요금을 내린다. 정부는 "8만1000여개 중소기업이 연평균 2.6%(약 437만원)의 요금 인하 혜택을 입는다"며 "평일 전력 수요를 사용량이 적은 토요일로 분산하는 효과도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소상공인·대기업은 인하 대상 제외

하지만 이번 전기료 인하 대상에서 지난해 국내 전력 총소비량의 21.1%를 차지하는 소상공인은 제외됐다. 서울 구의동에서 치킨집을 운영하는 민상헌(63)씨는 "메르스 사태로 가족 모임이 뚝 끊기면서 매출이 절반 정도로 줄었다"며 "전기료도 찔끔 내리면서 우리 같은 자영업자들을 아예 배제하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장은 "전기료 인하 대상에서 소상공인들은 빼놓아 아쉽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성열 산업통상자원부 전력진흥과장은 "전력 요금 할인에 쓸 수 있는 재원(財源)이 5300억원 정도로 제한돼 있어 선택이 불가피했다"면서 "중소기업은 최근 3년간 전기요금이 33% 정도 올라 부담이 커진 점을 감안해 한시(限時) 인하 혜택을 주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저소득층 전기료 지원 확대

정부는 상가, 오피스텔 등 집합건물에서 관리사무소가 부과한 전기요금에 대한 민원(民願)이 자주 생기는 데 대한 개선책도 내놓았다. 그동안은 계약 전력 500kWh 미만의 상가, 오피스텔에 대해서만 개별 계량기를 설치해 줬지만, 앞으로는 1000kW 미만으로 대상을 확대키로 했다. 한국전력 관계자는 "전국 상가와 오피스텔의 90% 이상이 입주자별로 개별 계량기를 설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이번 인하 조치와 별도로 저소득층에 대한 전기료 직접 지원도 늘리기로 했다. 올해부터 '전기요금 복지할인' 대상에 우선돌봄차상위가구 등 86만5000가구를 새로 편입해 매년 총 460억원을 지원키로 했다. 주택용 전기요금 최대 6개월 분납제도 새로 마련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여름과 겨울에 갑자기 늘어난 전기요금을 내지 못해 어려움을 겪던 서민층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