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 9128件 "팔라" 5件… 균형 잃은 증권사
입력 : 2015.06.22 03:04 | 수정 : 2015.06.22 08:55
[상반기 36개 증권사 기업리포트 1만여개 분석해보니]
- 대부분 핑크빛 전망 그쳐
목표 주가 제시한 459개 종목, 6개월 후 적중률은 25% 불과
- 문제점 해소 나선 금감원
"특정기업 매수리포트 냈다면 매도 시점도 알려줘라" 주문
'이제는 STS반도체가 빛을 발휘할 시기!' '사상 최대의 실적(實績) 랠리'.
지난 4~6월 초 토러스·이베스트·유안타 등 3개 증권사는 보광그룹 계열사인 STS반도체의 주가가 급등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주식을 사라고 권유하는 '리포트(투자자를 위한 업종별·기업별 주가 예상 보고서)'를 냈다. 올해 반도체 업황이 호조를 보여 사상 최대인 600억원대 영업 이익을 낼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STS반도체의 목표 주가(증권사가 예상하는 최고 주가)를 4700~4900원대에서 6600원 이상으로 상향 조정했다.
그러나, 불과 한두 달 만에 이 매수 리포트는 휴지 조각이 됐다. STS반도체는 지난 17일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에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계열사인 LCD 부품업체 BK E&T에 660억원을 지급보증 섰는데, 이 회사가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자금난에 몰렸기 때문이다. 목표 주가 6600원을 제시했던 토러스 증권의 애널리스트는 "STS반도체가 지급보증을 서준 회사의 재무 상황을 주도면밀하게 살피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지난 15일부터 하루 주가 가격제한폭이 30%로 상향 조정되면서 주식시장의 변동 폭은 높아졌지만, 국내 증권사들은 일방적으로 '주식을 사라'는 리포트만 내놓고, '주식을 팔라'는 리포트는 거의 내놓질 않아 투자자를 기만하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는다.
금융정보서비스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17일까지 발행된 국내 주요 36개 증권사의 기업 리포트는 1만1362개인데, 이중 '주식을 사라'며 목표 주가를 높인 '매수 리포트'가 9128건(80.3%)에 달했다. 반면 '주식을 팔라'고 한 매도 리포트는 달랑 5건(0.04%)이었다. 미국 증권사들의 매도 리포트 비중은 적어도 10% 안팎은 된다.
◇전망한 주가 4개 중 3개는 목표치 미달
증권사 애널리스트(주가 분석 전문가)는 통상 6개월 이후 주가를 내다보고 리포트를 낸다. 그런데 증권사의 목표 주가 설정이 지나치게 장밋빛인 경우가 많다. 에프앤가이드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10~12월 36개 증권사가 459개 코스피·코스닥 종목에 대해 제시한 목표 주가를 6~8개월 지나(6월 17일 기준) 따져보니 목표에 도달했거나 목표 주가를 웃돈 종목은 4개 중 1개(117개·25%)에 불과했다. 나머지 342개 종목은 목표 주가에 도달하지 못했다. 목표 주가보다 1~20%가량 낮은 종목은 114개, 20~40% 낮은 종목은 143개, 40~60% 낮은 종목이 77개였다. 목표 주가의 30%도 안 되는 종목도 6개나 됐다.
가령 23개 증권사가 네이버 주가를 100만원대로 전망했는데, 현재 주가는 63만원이다. 자동차부품업체 만도의 목표 주가로 26만2550원이 제시됐지만, 현재 주가는 그 절반에 불과한 13만원이다. 철강·석유화학 발전설비 제조업체인 포스코켐텍의 경우, 증권사 3곳이 18만6667원의 목표 주가를 제시했는데, 현재 주당 1만원대(1만950원)에 그친다. 포스코켐텍이 지난 5월 10대1의 비율로 액면분할을 한 점을 감안해도 당초 목표주가에 훨씬 못 미치는 것이다. 코스닥 상장사 내츄럴엔도텍에 대해서도 증권사들은 6만4667원을 전망했지만, '가짜 백수오' 파동으로 주가는 1만5000원대로 급락했다.
◇금감원, "매도 리포트도 쓰라"
증권사들이 매도 리포트를 쓰지 않는 이유는 여러가지다.
대기업의 경우, '괘씸죄'로 낙인 찍혀 불이익을 볼 수 있고, 중소기업에는 매도세가 몰려 자금난에 빠지면 책임 논란이 생길 수도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매도 종목으로 선정한 기업의 주식 투자자들이 격렬하게 항의하는 것도 이유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매도 리포트를 쓰면 '당신 아들이 어느 학교 다니는지 안다' '회사로 쳐들어가겠다'는 투자자와 기업들의 협박이 쇄도한다"고 말했다. 또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통상 애널리스트 1명이 10~15개 종목에 대해 3개월마다 리포트를 쓰는데, 모두 기업 탐방을 다닐 형편이 못 된다. 기업들도 내부 보안을 강화하기 때문에 제대로 된 회사 정보를 얻기도 힘들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은 매수 리포트만 쏟아지는 것이 투자자 보호에 역행한다고 보고 있다. 이에 금감원은 최근 이례적으로 국내 주요 증권사 리서치센터장들을 소집해 "기업 주가의 변화에 따라 주식 팔 시점을 알려주는 매도 리포트도 내야 한다"고 요구했다.
최공필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같은 글로벌 신용평가사는 담당 애널리스트가 과거에 제시한 투자 의견과 실제 성과를 비교해 점수를 매겨서 투자자들에게 공개한다"면서 "국내에도 이런 제도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정보서비스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17일까지 발행된 국내 주요 36개 증권사의 기업 리포트는 1만1362개인데, 이중 '주식을 사라'며 목표 주가를 높인 '매수 리포트'가 9128건(80.3%)에 달했다. 반면 '주식을 팔라'고 한 매도 리포트는 달랑 5건(0.04%)이었다. 미국 증권사들의 매도 리포트 비중은 적어도 10% 안팎은 된다.
◇전망한 주가 4개 중 3개는 목표치 미달
증권사 애널리스트(주가 분석 전문가)는 통상 6개월 이후 주가를 내다보고 리포트를 낸다. 그런데 증권사의 목표 주가 설정이 지나치게 장밋빛인 경우가 많다. 에프앤가이드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10~12월 36개 증권사가 459개 코스피·코스닥 종목에 대해 제시한 목표 주가를 6~8개월 지나(6월 17일 기준) 따져보니 목표에 도달했거나 목표 주가를 웃돈 종목은 4개 중 1개(117개·25%)에 불과했다. 나머지 342개 종목은 목표 주가에 도달하지 못했다. 목표 주가보다 1~20%가량 낮은 종목은 114개, 20~40% 낮은 종목은 143개, 40~60% 낮은 종목이 77개였다. 목표 주가의 30%도 안 되는 종목도 6개나 됐다.
가령 23개 증권사가 네이버 주가를 100만원대로 전망했는데, 현재 주가는 63만원이다. 자동차부품업체 만도의 목표 주가로 26만2550원이 제시됐지만, 현재 주가는 그 절반에 불과한 13만원이다. 철강·석유화학 발전설비 제조업체인 포스코켐텍의 경우, 증권사 3곳이 18만6667원의 목표 주가를 제시했는데, 현재 주당 1만원대(1만950원)에 그친다. 포스코켐텍이 지난 5월 10대1의 비율로 액면분할을 한 점을 감안해도 당초 목표주가에 훨씬 못 미치는 것이다. 코스닥 상장사 내츄럴엔도텍에 대해서도 증권사들은 6만4667원을 전망했지만, '가짜 백수오' 파동으로 주가는 1만5000원대로 급락했다.
◇금감원, "매도 리포트도 쓰라"
증권사들이 매도 리포트를 쓰지 않는 이유는 여러가지다.
대기업의 경우, '괘씸죄'로 낙인 찍혀 불이익을 볼 수 있고, 중소기업에는 매도세가 몰려 자금난에 빠지면 책임 논란이 생길 수도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매도 종목으로 선정한 기업의 주식 투자자들이 격렬하게 항의하는 것도 이유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매도 리포트를 쓰면 '당신 아들이 어느 학교 다니는지 안다' '회사로 쳐들어가겠다'는 투자자와 기업들의 협박이 쇄도한다"고 말했다. 또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통상 애널리스트 1명이 10~15개 종목에 대해 3개월마다 리포트를 쓰는데, 모두 기업 탐방을 다닐 형편이 못 된다. 기업들도 내부 보안을 강화하기 때문에 제대로 된 회사 정보를 얻기도 힘들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은 매수 리포트만 쏟아지는 것이 투자자 보호에 역행한다고 보고 있다. 이에 금감원은 최근 이례적으로 국내 주요 증권사 리서치센터장들을 소집해 "기업 주가의 변화에 따라 주식 팔 시점을 알려주는 매도 리포트도 내야 한다"고 요구했다.
최공필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같은 글로벌 신용평가사는 담당 애널리스트가 과거에 제시한 투자 의견과 실제 성과를 비교해 점수를 매겨서 투자자들에게 공개한다"면서 "국내에도 이런 제도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