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예술을 향유할 수 있는 삶을 위하여”

  • 황정원 시니어조선 편집장
  • Photographer 양수열 C. 영상미디어

입력 : 2015.06.24 09:53

CEO’s Bucket List | 어포더블 아트페어 김율희 한국 지사장
Fall in Love with Art

성공한 시니어의 삶과 꿈을 들어보는 연재 칼럼 ‘CEO의 버킷리스트’. 하루 종일 업무에만 몰두하는 듯한 CEO들의 마음 한켠에는 어떤 소망이 움트고 있을까? 오는 9월 한국에 첫선을 보이게 될 어포더블 아트페어의 김율희 한국 지사장을 만났다.

‘어포더블 아트페어(Affordable Art Fair, 이하 AAF)’라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의 기쁨과 반가움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은 많지만 그것을 소유할 수 있는 이들은 많지 않은 게 사실이다. 그림의 떡. 바라보기만 하고 가질 수 없는 것을 뜻하는 속담이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우리에겐 떡보다 그림이 더 가까이 하기엔 먼 존재가 되어버렸다. ‘어포더블(affordable)’이란 ‘가질 수 있는’이라는 뜻의 영어 단어다. 더 정확히는 ‘가격을 감당할 수 있는’이라는 뜻이다. 이제는 흔해져버린 ‘럭셔리’라는 단어의 홍수 속에서 명품 가방과 고급 스포츠카가 어포더블하다면 예술품도 응당 그러해야 하지 않을까. 누구보다 예술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좀 더 많은 사람이 미술품을 가까이할 수 있도록 합리적인 가격의 우수한 작품들만 모아 전시하자는 것이 바로 AAF의 취지다. 그리고 이 매력적인 페어를 한국에 유치한 멋진 CEO가 김율희 지사장이다.


숨은 보석을 발굴하는 즐거움

어포더블 아트페어 김율희 한국 지사장
▲어포더블 아트페어 김율희 한국 지사장.

어릴 때는 유명한 화가가 되는 게 꿈이었어요. 중학교 때 미국으로 건너갔는데, 고교 시절부터 대학원까지 쭉 미술을 전공했어요. 원래 전공은 회화로, 순수미술 쪽이었죠. 하지만 공부를 하면 할수록 전업 화가가 된다는 게 쉽지 않다는 걸 알게 되면서 이런저런 고민이 많았지요. 뉴욕에서 대학을 다녔는데, 당시 첼시가 한창 뜨던 시기였어요. 그래서 여러 갤러리를 기웃거리며 ‘이런 전시 작품은 누가 뽑는 걸까?’ 하는 의문을 품게 됐죠. 결국은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갤러리 인턴에 지원했고요. 그렇게 미술계와 인연을 시작했고, 전업 화가보다는 곳곳에 숨어 있는 보석 같은 화가를 발굴하고, 그들이 더 크게 날개를 펼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제 적성에 맞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하지만 미국에 있으면서도 제 뿌리에 대한 갈망은 식지 않았어요. 비록 외국에서 미술을 배웠지만 외국인의 시선이 아닌, 한국인의 관점에서 한국미술을 다시 공부하고 싶었지요. 그래서 한국으로 들어와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대형 갤러리에서 일을 하고, 또 직접 갤러리를 운영하기도 하면서 우리나라 미술계에 몸담게 되었답니다. 저는 특히 중국 현대미술에 관심이 많아 중국을 오가며 활동하고 있었는데, 작년 초에 AAF에서 서울에서 페어를 개최하고 싶다는 연락을 받았어요. 2013년 중국 최대 규모 전시인 아트 베이징의 특별전, ‘Being Asia’의 기획 후였죠. 아트 베이징에서 컨설턴트로서 한국 갤러리와 미술을 소개하는 데 주력하고 있었는데, 글로벌 아트페어 회사가 최초로 한국에 페어를 오픈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혀왔고, 저 또한 한국 미술시장의 큰 획을 그을 수 있다는 생각에 참여를 결정하게 되었어요.

▲김율희 지사장이 갤러리에서 일하며 주도한 전시의 도록들.
▲김율희 지사장이 갤러리에서 일하며 주도한 전시의 도록들.

AAF는 따뜻한 느낌의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페어예요. 기존의 트레이드 페어가 아닌, 대중들과 참여자, 그리고 아트 페어의 꽃인 작품이 주인공이 되는 페어라고 할까요? AAF는 누구나 아트컬렉터가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선사합니다. 어포더블이라는 의미처럼 가격대가 1000만원 미만인 점도 하나의 특징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AAF서울은 글로벌 브랜드 아트페어로서 다양한 해외 갤러리와 역량 있는 국내 갤러리 80개를 선보일 예정입니다. 서울에 오픈한다는 소식이 본사를 통해 해외로 알려지면서 수많은 해외 갤러리가 AAF서울에 참가 의사를 밝혀왔답니다. 글로벌 팀과의 협업을 통해 선정된 수준 높은 갤러리들이 적게는 50만원부터 많게는 1000만원 미만의 작품을 소개할 계획입니다. 저희 목표는 이번 페어를 통해 그동안 현대미술에 대해 어렵고 멀게만 느꼈던 대중들의 시각을 변화시키고 개개인의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그림을 편안하게 찾아볼 수 있는, 진정한 아트 쇼핑 문화를 만드는 거예요. 저희 프로그램 중에는 신진 작가를 발굴하는 <영 탤런트>전도 있는데, 이를 통해 앞으로 한국 미술을 이끌 젊은 작가들의 신선한 작품을 지속적으로 선보일 예정입니다. 그 외에도 키즈 프로그램이나 가족 단위로도 쉽게 참여할 수 있는 무료 워크숍을 기획하여 재미가 가득하고 볼거리가 많은 페어가 되도록 만들 계획입니다.

이번 페어의 슬로건은 ‘Open your eyes, Open your art’입니다. 특히 <시니어조선>의 독자층인 40대 중반 이상의 고객분들은 라이프스타일을 더욱 중시하는 계층이라 생각해요. AAF에서는 나만의 유일한 아트 작품을 처음으로 구매하는 분들이 많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어요. 보통 잘 모르는 것을 구입할 때면 무엇보다 정보를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미술 작품에 대한 정보를 얻고 싶다면 아트페어에 참가하는 갤러리들에 자문을 구하라고 귀띔하고 싶어요. 모든 갤러리가 최고의 컨설턴트랍니다. 갤러리가 작가를 후원하며 자금을 들여 원석을 보석으로 만드는 일을 하고 있어요. 원석에 대한 물음부터 시작해서, 본인의 눈을 사로잡은 작품에 대한 느낌을 믿는 것이 가장 확실한 예술품을 구입하는 팁이라 할 수 있지요. AAF에서는 이러한 과정도 잘 정리해서 설명해드리고 있습니다.


손으로 하는 것은 무엇이든 도전하고파

▲초등학교 시절, 김율희 지사장의 일기를 모아 외할머니가 발간해주신 문집.
▲초등학교 시절, 김율희 지사장의 일기를 모아 외할머니가 발간해주신 문집.

가장 처음 무언가를 이룬 기억은 초등학교 때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어릴 때는 매일 일기를 써서 선생님께 검사를 받곤 하잖아요. 어린 마음에도 무언가를 의무적으로 하고, 또 개인적인 이야기를 다른 사람에게 보인다는 게 참 싫었어요. 그래서 최대한 함축적으로 쓰다 보니 그게 시처럼 되더군요. 저희 외할머니가 그걸 보시고는 몇 년 치를 모아 책으로 만들어주셨어요. 그때 <소년조선>에 제 이야기가 게재되기도 했죠. 시간이 한참 지나 <시니어조선>과의 인터뷰로 다시 조선미디어와 인연이 이어지게 되다니 감개무량합니다. 제가 쓴 글을 세월이 지나 다시 훑어보는 느낌이 좋아요. 그래서 요즘도 시간 날 때마다 글로 제 생각들을 적어놓는답니다.

미술을 전공하고부터는 유럽의 미술관에 가보는 게 소원이었어요. 대학시절 사촌 언니를 보러 프랑스에 간 적이 있는데, 그때 조금이나마 제 버킷리스트가 채워졌죠. 파리에는 ‘뮤지엄 라인’이라 불리는 지하철 노선이 있어요. 그 라인을 타면 말로만 듣던 유명한 미술관을 차례로 만나게 되죠. 그때 오르세, 루브르, 퐁피두 등의 뮤지엄을 실컷 구경하러 다녔어요. 그때가 연말 무렵이었는데, 샹젤리제 거리에서 사람들과 함께 새해를 맞이한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사회로 나와 중국 현대미술 관련 일을 하면서 중국어에 대한 욕심이 생겼어요. 중국에 있는 갤러리에서 일을 잘하려면 중국어를 현지인만큼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리고 중국에 수준 높은 한국 작가를 소개해서 우리 미술의 위상을 드높이고 싶기도 했고요. 정말 열심히 공부했던 것 같아요. 지금은 일상회화 정도는 무리 없이 할 수 있을 정도가 되었지만, 더 매진해서 원어민 수준으로 중국어를 구사하고 싶어요. 불어를 4년, 이탈리아어를 1년 정도 공부한 적도 있는데, 언어만큼 그 나라의 문화와 사고를 이해할 수 있는 게 없는 것 같아요. 그래서 꾸준히 언어 공부를 하고 싶어요.

조금 더 사적으로는 요리에 도전해보고 싶어요. 요즘 여기저기서 요리 열풍이 불고 있는데, 저도 손으로 하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좋아하거든요. 맛있는 걸 좋아하기도 하니 요리를 한다면 제가 좋아하는 두 가지를 한번에 하게 되는 셈이죠. 또, 기회가 된다면 피아노도 다시 연습하고 싶어요. 어릴 때는 꽤 오래 피아노를 배웠는데 오랫동안 치지 않으니 처음으로 되돌아간 기분이에요. 다시 피아노를 마스터해서 친한 사람들과의 조촐한 파티에서 아름다운 곡을 연주하며 즐거운 시간을 갖고 싶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지금 가장 소망하는 버킷리스트는 올가을에 예정된 AAF서울을 성공리에 개최하는 것입니다. 어릴 때부터 외국에서 미술을 공부하면서 언제나 제 마음에는 한국과 한국 미술, 글로벌화 등에 대한 생각이 가득했습니다. AAF는 나라와 나라, 미술과 대중이 만나는 교류의 장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 미술계를 리드하는 갤러리들과 해외 갤러리들의 만남, 한국의 역량 있는 작가들을 해외 지사를 통해서도 알리도록 노력하고, AAF가 지향하는 대중 친화적 미션을 통해 많은 사람이 보다 친숙하게 현대미술을 접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이를 통해 미술의 저변을 확대해, 한국의 미술 애호가들을 창출하는 데 기여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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