油價 반등 힘입어… 산유국 증시 '나홀로 상승세'

글로벌 증시가 최근 전체적으로 조정을 받고 있는 가운데 주요 원유 수출국들의 증시는 상대적으로 양호한 성적을 보이고 있다. 미국과 유럽, 아시아 증시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이 올랐고, 일부 원유 수출국 증시는 이달 들어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 중이다.

지난해 말 국제 유가가 빠르게 하락할 당시 수출 감소와 재정 위기 우려로 원유 수출국들의 증시도 큰 폭으로 떨어졌었다. 그러나 유가가 3월부터 반등한 뒤 약 2개월 동안 꾸준히 가격을 유지하자 원유 수출국 증시도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는 것이다. 유가 변동에 대한 불안감이 점차 사라지고,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국내 에너지·석유화학 관련주들의 주가도 이달 들어 눈에 띄게 상승했다.

◇유가, 배럴당 60달러선 안착… 중동·중남미 증시 강세

22일(현지 시각)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되는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은 배럴당 60.38달러로 마감했다. 3개월 전의 47.45달러에 비해 21.6% 오른 가격이다.

지난해 10월부터 올 초까지 계속 약세를 보이던 유가는 3월 말부터 눈에 띄게 반등하기 시작했다. WTI 선물 가격은 지난 3월 17일 배럴당 43.46달러까지 하락했지만, 이후 빠르게 상승하면서 5월 초 배럴당 60달러에 달해 한 달여 만에 40% 가까이 올랐다. 반 년 동안 큰 폭의 상승과 하락을 보이며 출렁였던 유가는 이후 지금껏 배럴당 60달러 선에서 움직이고 있다.

유가 급락으로 크게 움츠러들었던 주요 원유 수출국 증시는 유가가 안정을 찾으면서 다른 글로벌 증시에 비해 상대적으로 순조로운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이달 들어 베네수엘라 증시는 10.7% 올랐고, 아랍에미리트(UAE)도 5.4% 상승했다. 브라질과 멕시코도 각각 2.1%, 1.2% 올랐다. 반면 같은 기간 아시아 신흥국인 중국의 상하이종합지수와 코스피지수는 각각 2.9%, 2.8% 하락했고, 미국과 일본 등도 1%에 못 미치는 상승률을 보였다.

◇에너지·화학株도 두 자릿수 상승률

국제 유가 반등과 함께 국내 에너지·화학 업종 관련주들은 강세를 보이고 있다. 석유 제품 수요 증가에 따라 정제 마진도 개선되고 있는 데다, 여름철 휴가 시즌 등으로 휘발유와 경유 사용량이 증가해 주요 정유·화학업체들의 2분기 실적이 개선될 전망이다.

SK이노베이션은 이달 들어 13.8% 상승했고, S-OiL도 6.1% 올랐다. LG화학과 롯데케미칼도 각각 10.8%, 19.1% 뛰었다.

에너지 관련 업체에 투자하는 금융상품들 역시 양호한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미래에셋TIGER에너지화학상장지수는 최근 1개월 수익률 9.4%, 3개월 23.5%를 기록했다. 삼성KODEX에너지화학상장지수도 같은 기간 7.9%, 20.13% 수익률을 올렸다.

◇하반기 석유제품 공급 증가… 관련주 조정받을 수도

올 하반기에도 국제 유가는 현재의 배럴당 60달러 수준에서 크게 움직이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미국의 원유 생산량과 재고량이 감소하고 있지만, 여전히 글로벌 경기가 회복되지 못한 데다 이란과 미국의 핵 협상이 타결될 경우 이란산(産) 원유의 공급량이 늘어날 수도 있다는 이유에서다.

일부 전문가는 3분기 이후 국내 에너지·화학업체들의 실적이 꺾이면서 주가가 다소 조정을 받을 수도 있다는 의견도 내놓고 있다. 최지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하반기에는 중동의 설비 증설로 글로벌 시장에서 석유 제품의 공급량이 늘 것으로 보인다"며 "계절적으로도 가을로 접어들면서 휘발유, 경유의 수요가 2분기에 비해 점차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