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 수혜株 '엇갈린 운명'… 증권·건설 웃고 車 울고

정부가 최근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확산과 가뭄, 엔화 약세 등으로 움츠러든 경기를 살릴 부양책을 가동하기로 결정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25일 발표한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을 통해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포함한 15조원 이상의 재정 보강 방안을 마련해 다음 달 발표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다시 대규모 자금이 풀리게 됐지만, 증시의 업종별 움직임은 서로 엇갈린 흐름을 보이고 있다. 증권과 건설주 등은 추경 기대감이 먼저 반영되며 최근 눈에 띄게 오르고 있지만, 과거 추경 발표 이후 주가 상승 폭이 컸던 유통과 자동차, 은행주는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여전히 메르스 확산 등으로 소비 심리가 크게 위축돼 있는 데다, 환율을 포함한 외부 변수도 많아 추경이 큰 효과를 보지 못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추경 발표 전 먼저 오른 증권·건설株

증권 업종은 그동안 추경이 발표되기 전 눈에 띄게 주가가 오른 적이 많아 대표적 추경 수혜주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이번 발표가 나오기 전인 이달 중순 이후부터 주요 증권주는 눈에 띄는 오름세를 보였다. 대우증권은 이달 들어 주가가 11.9% 상승했고, 동부증권과 대신증권도 각각 8.5%, 4.7% 올랐다. 한국금융지주도 최근 7일간 하루를 제외하고 계속 상승 마감했다.

건설주도 추경 효과가 먼저 반영되면서 최근 주가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신규 분양을 포함한 국내 주택 매매 시장이 살아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면서 해외 건설 비중이 높은 건설사에 비해 국내 주택 사업에 중점을 둔 종목과 건자재주 등이 상대적으로 더 높은 상승률을 기록 중이다.

현대산업개발은 25일 2.2% 상승하며 지난달 말에 비해 14.7% 뛰었다. 건자재 업종의 벽산과 한샘도 각각 18.3%, 17.3% 상승했다.

◇대표 '추경 수혜 업종' 자동차·유통은 눈에 띄는 변화 없어

반면 그동안 과거 추경 발표 이후 주가가 크게 올랐던 유통과 은행, 자동차 등은 아직까지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마트 사업을 하는 오프라인 유통주는 신세계가 면세점 사업 기대감에 이달 들어 주가가 11.7% 올랐지만, 롯데쇼핑은 11.1% 하락했다. 현대백화점도 4.6% 떨어졌다.

은행 업종인 KB금융은 이달 들어 7.3% 떨어졌고, 신한지주도 3.3% 내렸다.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도 주가가 좀처럼 반등하지 못한 채 이달 들어 각각 16.5%, 3.6% 하락했다. 경기 민감주인 기계와 다른 운수 장비 관련주도 눈에 띄는 반등 없이 약세가 지속되고 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유통주는 메르스에 따른 우려로 소비 심리가 계속 위축되고 있어 추경과 같은 단기적 경기 부양책만으로 실적이 단기간에 개선되지 못할 것"이라며 "자동차와 기계 업종의 실적도 정부의 부양책보다 환율과 글로벌 경기 등에 더 큰 영향을 받기 때문에 추경 효과가 주가에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추경, 메르스·가뭄에 초점… 효과 작을 것이라는 분석도

추경이 앞으로 경기와 주식시장에 얼마나 효과를 보일지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반응이 엇갈린다. 일부 전문가는 이달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인하된 데 이어 다음 달 추경도 편성될 경우 시간이 지날수록 금융과 부동산 시장을 중심으로 점차 경기가 살아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경제 전체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대규모 추경이 편성되지 못할 경우 효과는 일부 업종을 중심으로 단발성에 그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은택 SK증권 연구원은 "지난 2013년에도 추경이 편성됐지만 주로 세입 결손과 사회간접자본(SOC) 등에 투입돼 경기 부양 효과는 미미했다"며 "이번 추경도 주로 메르스와 가뭄에 정책적으로 대응하는 데 중점을 둘 가능성이 커 일부 금융과 유통, 부동산 등에만 단기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