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속 6·25 참전용사, 당신의 가족일지 몰라요"

"6·25전쟁에 참전했던 할아버지 사진을 3년 전 발견하고 기뻐서 펄쩍펄쩍 뛰었죠. 다른 참전 용사 가족들도 저 같은 기쁨을 느끼게 하고 싶어서 이 일에 뛰어들었어요."

미국 뉴욕주 로체스터시청 홍보 담당자로 근무하는 티아나 스티븐스는 2012년 우연히 6·25전쟁 당시 참전 용사들의 사진을 다룬 지역 방송국 프로그램을 보다가 깜짝 놀랐다. 사진에 등장한 참전 용사가 2005년 돌아가신 할아버지 젊을 때 모습과 똑같았기 때문이다. 그는 방송국을 통해 이 사진을 보관하고 있는 한국전 참전 여군 출신 베티 퍼킨스-카펜터(85)를 만났다. 그는 "가족앨범에 보관하고 있던 사진을 가져가 대조한 후 할아버지란 사실을 확인하고 뛸 듯이 기뻤다"고 말했다. 그는 이 사진을 들고 콜로라도주에 사는 할머니를 찾아갔다.

스티븐스의 할머니 노부코 플린은 일본 출신으로, 6·25전쟁 당시 오키나와 공군기지 부근 커피숍에 일하다 남편 크로포드 플린과 만나 결혼했다. 남편의 결혼 전 사진을 건네받고 눈시울을 적신 할머니 모습에 감동한 스티븐스는 다시 퍼킨스-카펜터를 찾아갔다. 그리고 보관 중인 사진 100여장 속에 등장하는 무명용사들의 가족을 찾아주는 캠페인을 시작했다. 그는 "6·25전쟁이 없었다면 나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빛바랜 사진 한 장이 가족들에겐 소중한 보물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퍼킨스-카펜터씨가 보관하고 있는 사진은 6·25전쟁 초기 3개월 동안 촬영된 것으로, 한국군과 미군으로 추정되는 병사들이 등장한다. 일부 사진엔 등장인물의 이름과 계급, 사진 촬영 장소가 적혀 있지만, 대부분 사진엔 아무런 기록이 없다. 사진 뒤편에 "국방부 공식 사진으로 표기해달라"는 문구가 적혀 있는 것으로 볼 때 미 정부가 언론사에 배포한 사진들로 추정된다.

이 사진들은 브랜다 크래턴버그라는 여성이 "아버지가 신문사에서 근무할 때 수집한 유품"이라며 한국전참전용사협회에 기증한 것이다. 협회 회원인 퍼킨스-카펜터씨가 이 사진들을 2012년 협회 기관지를 통해 공개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스티븐스는 카메라업체 코닥의 자회사인 '코닥 알라리스'의 협조를 받아 모든 사진을 스캔해 디지털 파일로 보관하고 있다. 지역 언론인 '데모크라트앤드크로니클'의 도움을 받아 '무명용사 사진 가족 찾아주기 캠페인'의 홈페이지도 개설했다.

지난 3년간 이 캠페인을 통해 여러 참전 용사와 가족이 소중한 추억을 되찾았다. 6·25전쟁에 공군으로 참전한 해리 버드 퀠(86)은 1950년 7월 오키나와 공군기지에서 동료와 함께 B29 폭격기의 폭탄을 점검하는 22세 때 사진을 찾았다. 그는 "사진을 보고 전쟁 때 기억이 떠올라 말문이 막혔다"면서 "한국전쟁이 작은 충돌이라고 보는 사람들이 있는데, 실제로는 수십만 명이 사망한 엄청난 전쟁이었다"고 말했다.

6·25전쟁에 해군으로 참전한 퍼킨스-카펜터는 "사랑했던 삼촌이 2차대전에 참전했다가 전사했다"면서 "삼촌 사진 한 장만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심정에서 이 캠페인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6·25 참전 용사들이 모두 80~90대 고령이어서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면서 "사진들이 하루빨리 주인들을 찾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