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장국은 지방마다 그 지역의 특산물을 주재료로 이용하여 각 지방의 향토 음식으로 발전해 왔다. 경상도 지역은 섬진강에서 많이 잡히는 재첩을 넣어 끓인 재첩국과 복어 해장국을 즐겨 먹었고 호남 지역은 맛의 고장답게 수란을 곁들인 콩나물 해장국을, 강원 지역은 지역 특산물인 황태를 이용해 뽀얀 국물의 황태해장국을 즐겨 먹었다. 그렇게 즐겨 먹던 음식이 각 지방을 대표하는 해장국으로 발전하게 된 것이다.
서울 지역 해장국의 역사는 멀리 보면 조선시대 한량들이 새벽에 즐겨 먹었다는 효종갱(曉鍾羹)부터 지금은 도심 재개발로 명맥이 끊기다시피한 청진동 해장국 골목의 선지 해장국까지 시대에 따라 조금씩 변하기는 했지만 서울식 해장국의 기본은 소의 뼈를 우려낸 고기국을 바탕으로 한다.
이렇게 소뼈를 우려낸 국물에 된장을 풀어 간을 하고 선지나 우거지, 배추, 양, 천엽 같은 소의 부속물을 넣어 끓인 서울식 해장국으로 유명한 맛집은 서울 곳곳에 있지만 오늘 소개할 용문해장국은 큼직한 소뼈와 넉넉한 크기의 선지가 들어 있어 서민적이고 터프한 스타일의 뼈다귀 해장국으로 지역 주민은 물론 맛과 서비스에 까다로운 택시기사에게도 호평을 받고 있는 유명 맛집이다.
용문해장국은 식당 옆에 10대 이상의 주차 공간과 주차 안내원을 확보하고 있어서 주차에 어려움이 없다. 평일 낮에는 주차의 편리성 때문에 택시 기사와 인근 전자 상가 등의 직장인 비율이 높은 편이다. 주말에는 해장국이라는 메뉴의 한계에 불구하고 가족 단위의 손님을 종종 볼 수 있는데 40여년을 넘은 용문해장국의 오랜 업계 경력 만큼 대를 이어가는 단골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용문해장국은 곁들여 먹는 서브 메뉴나 해장국 식당에 흔히 보이는 안주 메뉴 없이 해장국 하나만을 내놓는 단일메뉴이기 때문에 손님이 식당에 들어와 자리를 잡고 종업원이 인원수를 확인한 후 2~3분 후면 인원수만큼의 해장국을 내오는 신속한 서비스가 가능하다.
반찬은 싱싱한 풋고추와 각자 필요한 만큼 덜어 먹을 수 있게 식탁 위에 준비된 깍두기가 전부인데 된장에 찍어 먹는 풋고추는 아삭하게 씹히는 식감과 상큼한 청량감이 의외로 해장국과 궁합이 잘 맞는다. 한입에 먹기 좋을 만큼 알맞은 크기의 깍두기는 간이 세지 않고 익힌 정도가 적당해서 국밥과 함께 먹기에 최적의 상태인데 취향에 따라 잘 익은 깍두기 국물을 해장국 국물에 넣어 먹기도 한다.
진하고 묵직해 보이는 국물은 보기와는 다르게 자극적이지 않아 순하고 시원한 맛을 내는데 소의 사골과 등뼈를 오랜 시간 고아낸 진국에 우거지와 콩나물, 대파 그리고 싱싱한 선지를 넣어 맛을 낸 용문해장국은 기교를 부리지 않고 기본에 충실한 대중적인 해장국의 전형을 보여준다.
넉넉하게 넣어주는 찰진 느낌의 선지는 잡내 없이 고소한 맛을 내고 뚝배기의 한편을 차지한 큼직한 뼈에는 섭섭지 않을 만큼의 고기가 있어 발라 먹는 재미도 있다. 다만 폐점이 가까워지는 오후 시간에는 아침이나 오전시간에 비해 국물이 짜진다는 평가가 있으니 음식의 염도(塩度)에 민감한 사람은 오전에 방문할 것을 추천한다.
요즘 하루가 다르게 올라 가는 외식 물가를 감안해 볼 때 적당한 가격에 제법 푸짐한 탕국으로 한끼 식사를 해결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서민적인 식당이다.
주소: 서울시 용산구 효창원로 110
전화: 02-712-6290
영업시간: 오전 03시 ~ 오후 3시 (매월 2,4주 월요일 휴무)
메뉴: 해장국 7,000원(단일 메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