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3개 동시에 北上… 중부 가뭄 해갈 기대

오랜 가뭄에 따른 피해가 전국적으로 잇따르는 가운데 태풍 세 개(제 9·10·11호)가 동시에 북상(北上)하고 있어 가뭄 해갈에 도움이 될 전망이다. 특히 이 중 9호 태풍 '찬홈(CHAN-HOM·라오스의 나무 이름)'은 우리나라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주면서 많은 비를 몰고올 것으로 예상돼 '효자 태풍'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기상청은 분석했다. 그러나 이 태풍이 한반도 내륙 지방을 관통할 경우 강풍·호우에 따른 피해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9일부터 한반도 태풍 영향권

기상청은 "5일 현재 괌 북쪽 약 80㎞ 부근 해상에 위치한 태풍 찬홈은 오는 8일 초속 49m에 강풍 반경이 380㎞에 이르는 매우 강한 태풍으로 발달할 것"이라며 "이 태풍이 대만 북동쪽 해상을 지나는 9일부터 우리나라가 태풍의 간접 영향권에 들 것으로 보인다"고 5일 밝혔다.

태풍 찬홈이 현재 한반도 남쪽에 자리 잡은 장마전선을 북상시켜, 7일 새벽 남해안을 시작으로 8일까지 전국적으로 비가 내릴 것으로 예보됐다. 9일 오후부터는 우리나라가 태풍의 간접 영향권에 들면서 전국적으로 또 비가 내릴 전망이다.

태풍 찬홈 외에도, 5일 현재 제10호 태풍 '린파(LINFA·마카오의 연꽃을 의미)'가 대만 쪽으로 북상 중이고, 제11호 태풍 '낭카(NANG KA·말레이시아의 열대 과일 이름)'는 괌에서 일본 쪽으로 북서쪽으로 이동하고 있다. 이 3개 태풍은 상호 '간섭'하면서 서로의 이동 경로와 강도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중이라고 기상청은 전했다. 국가태풍센터 윤원태 센터장은 "세 태풍 가운데 한반도에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되는 태풍은 9호 태풍 찬홈"이라고 말했다.

기상청은 태풍 찬홈의 예상 이동 경로를 ①중국 상하이로 상륙 ②우리나라 서해안 경유 ③한반도 내륙 상륙 등 세 가지로 예상하고 있다. 태풍 찬홈의 정확한 이동 경로는 7일쯤 돼야 파악 가능할 전망이다.

반기성 케이웨더 예보센터장은 "태풍 찬홈이 서해안을 지나는 게 가장 좋은 시나리오"라며 "이 경우 한강 등의 녹조 현상이나 밭작물 재배지의 물 부족 현상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태풍이 중국 상하이로 빠질 경우엔 가뭄을 해갈시킬 만큼 충분한 양의 비는 내리지 않을 수 있고, 한반도를 관통할 경우엔 재산·인명 피해가 우려된다고 반 센터장은 예측했다.

◇한강·낙동강은 녹조 비상

최근 지속된 가뭄으로 한강과 낙동강엔 녹조(綠藻) 현상이 악화되고 있다. 지난달 30일 한강에서 15년 만에 처음으로 행주대교~양화대교 구간에 조류경보가 발령된 데 이어 지난 3일엔 양화대교~동작대교 구간까지 조류경보가 확대됐다. 동작대교~잠실대교 구간엔 현재 조류경보보다 한 단계 낮은 조류주의보가 내려져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오랜 가뭄으로 지난달 팔당댐의 방류량이 전년 대비 56%에 그친 한강과 낙동강 중·하류를 중심으로 녹조가 확산되고 있다"면서 "이번 녹조를 일으킨 남조류는 유해독소를 갖고 있어 강에서 고기를 잡거나 식용하는 행위는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녹조 발생에도 불구하고 철저한 정수 과정을 거치고 있어 수돗물 안전에는 문제가 없다고 환경부는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