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 대한민국 정부 수립 前 모습 담았다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 직전의 모습이 담긴 문예영화 '해연(海燕)'이 발굴됐다.

한국영상자료원(원장 이병훈)은 7일 기자회견을 열고 이규환 감독의 '해연'(1948)을 공개했다. '임자 없는 나룻배'(1932)로 알려진 이규환(1904~1982) 감독은 일제강점기 한국 영화사를 대표하는 중요한 인물이지만 남아 있는 영화는 은퇴작 '남사당'(1974)뿐이었다. 이병훈 원장은 "대한민국 건국 일꾼을 상징적으로 묘사하는 '해연'은 이규환 감독의 작품 세계를 살필 수 있고 영화사적 공백까지 메워주는 귀중한 자료"라며 "스타 여배우 조미령의 데뷔작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해연'은 부랑아, 사회에서 소외된 소년들에게 관심을 기울이고 포용하는 이야기다. 배경은 바닷가에 있는 소년감화원(소년원). 영화는 대한민국 정부 수립 직전에 사리사욕을 채우는 철수(박학)에게 실망한 정애(남미림)가 그를 뿌리치고 소년감화원으로 떠나는 서울역 장면으로 시작된다. 감화원은 미성년 미결수(未決囚)를 모아 집단생활을 시키며 농업·공예 등을 가르치는 곳이다. 어느 날 정숙(조미령)이 정애를 찾아오면서 감화원의 일상이 흔들린다.

영상자료원은 지난해 일본 방문 조사를 하는 과정에서 고베영화자료관으로부터 한국 극영화 필름이 있다는 제보를 받았다. '海燕'이라고 적힌 필름 캔 속에 35㎜ 질산염 필름 9롤이 담겨 있었다. 고베영화자료관은 3년 전 고물상에서 이 필름을 찾아냈는데 해당 고물상은 출처와 구매 방식을 밝히지 않았다. '해연'은 오랫동안 창고 신세를 졌지만 비교적 양호한 상태로 보존돼 왔다. 영상자료원은 보존 목적의 복사본 필름을 만들어 국내로 반입했다.

'해연'은 미군정청에서 하던 검열 업무를 대한민국 공보처 영화과가 맡게 된 1948년 10월에 검열에 통과했다. 11월 21일 서울 중앙극장 개봉 이후 부산에서 상영되다가 당국에 압수되는 사건(조선일보 1948월 12월 24일자)이 발생했지만 압수된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다.

이규환 감독은 광복 후 '똘똘이의 모험'(1946)으로 1일 관객 동원 1만명이라는 대기록을 세웠고 '춘향전'(1955)으로 국도극장에서만 10만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했다. 미국 하와이에 거주하는 조미령은 "'해연'이 한국도 아닌 일본에서 발견됐다니 잃어버린 가족을 찾은 기분"이라고 전했다.

영상자료원은 오는 15일과 19일 서울 상암동 시네마테크KOFA에서 '해연'을 일반에 무료로 상영한다. www.koreafilm.or.kr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