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막 1시간 전부터 줄 섰다… 젊은 작가의 '열정' 만나러

"아침 9시 비행기 타고 올라왔어요. 좋은 작품 빨리 사려고 서둘러 왔죠."

부산에서 올라온 김동준(67)·권희영(59)씨 부부는 들떠 있었다. 아시아프는 처음이라는 김씨는 "주위에서 일찍 가야 원하는 그림을 살 수 있다고 했다. 유명 작가의 그림보단 젊은 작가 작품을 사는 게 더 소장 가치가 있을 것 같다"며 웃었다.

아시아 청년 미술인의 축제인 '2015 아시아프(ASYAAF·Asian Students and Young Artists Art Festival)'가 7일 옛 서울역사인 문화역서울 284에서 개막했다. 개막 한 시간 전부터 좋은 작품을 선점하려는 관람객들이 출입문 앞부터 서울역 광장으로 길게 줄을 섰다. 김준명(55)씨는 1등으로 전시장 입구에 도착했다. "작년엔 늦게 와서 원하는 그림을 못 샀어요. 일년 동안 벼르다가 점심시간 짬내서 왔죠."

오후 1시 굳게 닫혔던 입구가 열리자 관람객들이 일제히 전시장 안으로 쏟아졌다. 올해 아시아프 작품 첫 구매자는 박정태(59)·김미주(57)씨 부부. 문 열린 지 2분 만에 입구에 있던 작품을 구입했다. 박씨는 "작년에 3점을 샀는데 신진 작가의 작품이 신선해서 또 왔다. 오늘도 3~4점 사갈 예정"이라고 했다.

전시장은 유모차를 끌고온 젊은 부부, 머리가 희끗한 노부부, 팔짱을 끼고 그림을 감상하는 연인들로 종일 북적거렸다. 개막일인 이날은 특히 매년 아시아프를 찾는 '골수 마니아'가 많았다. 3년째 온다는 손창호(50)씨는 "아시아프에서는 작가들이 성장하는 과정을 볼 수 있어서 좋다. 작품을 구입한 작가들과 계속 연락하고 지낸다"고 했다.

개막 첫날 1부 참여 작가들이 출품한 작품 700여점 중 112점이 팔렸다. 올해 처음 열린 '히든 아티스트(Hidden Artists) 100' 특별전에 걸린 작품에도 금세 빨간 딱지가 붙었다. 히든 아티스트 참여 작가인 박찬국(34)씨는 "아시아프 1회 때 참여한 후 7년 만에 다시 나왔다. 그동안 내 작업에 변화가 생겼는데 대중에게 어떤 평가를 받을지 궁금하다"고 했다. 박종숙(45)씨는 "도봉구 'DQ 갤러리 모임'에서 다 같이 왔는데 '도봉구의 히든 아티스트'를 진행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올해 아시아프에선 환경·정치·가족·개인의 트라우마 등 사회 일원으로서 겪는 젊은 작가들의 시선을 공유할 수 있었다(조은정 미술평론가). 신수진 문화역서울 284 예술감독은 "미술계에서 20대가 설 곳은 별로 없는데 학생 작가들의 출품은 단계를 밟고 올라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야 된다. 작품성보다는 학생들의 열정을 더 쳐줘야 한다"고 했다.

개막식에는 박민권 문화체육관광부 제1차관, 유원 LG그룹 전무, 이만우 SK그룹 부사장, 유희영 전 서울시립미술관장, 표미선 서울미술재단 이사장, 최정철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장, 미술평론가 오광수, 박명자 갤러리현대 회장, 김종규 한국박물관협회 명예회장, 김노암 세종문화회관 전문위원과 홍준호 조선일보 발행인 등이 참석했다.

'2015 아시아프' 1부 전시는 19일까지 열리며, 2부 전시는 21일부터 8월 2일까지 열린다. 월요일은 휴관. 입장료는 어른 6000원, 유치원 및 초·중·고교생 4000원. (02)724-636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