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하며 봉사… 꿀빵처럼 달콤하네요"

경기 성남시 정자동의 지하 연습실. 대부분 방에 악기를 연습하는 젊은이가 가득하다. 이곳에 반백의 함이헌(60)씨가 배석환(57)·구자인(49)씨와 들어섰다. 얼마 뒤 한우봉(60)씨도 합류했다. 중년 밴드 '허니번즈(HoneyBuns)'다.

"우리말로 '꿀빵'이죠. 7080시대의 사랑 노래를 달콤하게 부르자는 뜻입니다." 리더 함이헌씨는 인천공항 기내식 납품업체에서 일한다. 동갑 한우봉씨는 물류사업을 한다.

한씨가 마이크를 잡자, 다들 기타를 메거나 건반 앞에 섰다. 함씨가 기타 줄을 퉁겼다. 그는 "분당 서울대병원에서 가질 자선공연 때 선보일 노래"라고 했다.

이들은 한 달에 두 번씩 병원을 찾아가 자선공연을 연다. 로비에서 올드 팝과 가요를 연주하면 꿀 만난 나비처럼 환자가 모이고 박수를 보낸다. 함씨는 70~80년대 MBC 마상원악단에서 활동한 프로다. 1988년 전자회사에 들어간 뒤 10년 넘게 기타에 손대지 않았다. 그러다 말레이시아 출장 때 들른 펍(pub)에서 필리핀 밴드와 즉흥 연주를 했다. "관객이 열광하는 거예요. 그 희열에 '음악을 버리면 안 되겠다' 싶었죠."

기타를 다시 잡으며 봉사공연 밴드를 기획했다. "얼마 전 병원에서 '친구'를 부르는데, 머리 깎고 링거 꽂은 중년의 암환자가 친구 손을 잡고 펑펑 우시더군요. 그런 분들께 다소라도 용기와 희망을 드린다면 오히려 우리가 감사하지요."

한씨는 "친구들과, 그리고 음악과 살며 봉사까지 하니 편안하고 즐겁다"고 했다. 올해로 3년째 '허니번즈'를 꾸려가는 함씨와 한씨는 옛 포크 듀엣 '4월과 5월'(김태풍·백순진) 팬카페에서 만났다. 기타 경력 25년의 프로 뮤지션인 구자인씨는 따로 '구자인 블루스 밴드'란 팀도 이끌고 있다. 전문 뮤지션인 키보드 담당 배석환씨는 세션으로 참여한다.

'허니번즈'는 자선 공연이 없는 주말이면 화성 전곡항, 파주 프로방스공원 등으로 가서 모금 공연을 한다. 그 돈으로 홀로 사는 노인들에게 식사를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