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5.07.13 02:20

[영화 리뷰] 우먼 인 골드

클림트의 '아델레 블로흐…' 찾기 위한 8년간 법정 싸움
미렌, 관객 집중시키는 好演

초상화는 그 주인공이 끌고온 삶의 무게를 보여준다. 구스타프 클림트가 그린 '아델레 블로흐-바우어의 초상'(1907)도 그렇다. 얼굴과 손, 어깨만 사실적으로 그렸을 뿐 나머지는 장식적인 무늬와 패턴으로 처리했다. 온통 금빛인 이 화려한 그림에서 아델레는 왼손으로 오른손을 감싸쥐고 있다. 장애가 있는 오른손을 감추려 한 것이다.

9일 개봉한 영화 '우먼 인 골드'는 2006년 1350만달러(약 152억원)에 팔린 이 걸작을 중심으로 회전하는 드라마다.

갓 가정을 꾸린 변호사 랜디 쇤베르크(라이언 레이놀즈)는 2차 세계대전 유대인 생존자 마리아 알트만(헬렌 미렌)으로부터 "'아델레 블로흐-바우어의 초상'을 비롯해 나치가 빼앗아간 그림 다섯 점을 환수할 수 있게 도와달라"는 의뢰를 받는다. 아델레는 그녀의 숙모였고 머리를 빗겨주며 인생을 가르쳐준 사람이었다. 랜디와 마리아는 오스트리아 정부를 상대로 8년에 이르는 법정 다툼을 시작한다.

명화 ‘아델레 블로흐―바우어의 초상’을 되찾기 위한 마리아(헬렌 미렌)의 투쟁을 담은 영화 ‘우먼 인 골드’ 사진
명화 ‘아델레 블로흐―바우어의 초상’을 되찾기 위한 마리아(헬렌 미렌)의 투쟁을 담은 영화 ‘우먼 인 골드’. /에이블엔터테인먼트 제공

'과거는 현재만큼 중요하다'고 이 영화는 말한다. 아름다운 도시 비엔나에서 도망쳐 미국으로 온 마리아는 50여년 만에 가문의 재산을 돌려받아 잘못된 과거를 바로잡으려고 싸운다. 흘려듣곤 하던 '환수(還收)'라는 낱말이 '우먼 인 골드'에서는 피와 살, 감정이 있는 이야기로 돌진해온다. 마리아에게 소중한 경험을 기억하고 재생할 수 있게 해주는 그 그림처럼, 이 영화는 현재와 과거를 오가며 가족과 기억, 상처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마릴린 먼로와 함께한 일주일'의 사이먼 커티스 감독은 마리아의 작지만 거대한 투쟁을 우아한 터치로 그려냈다. 기억 저편의 과거가 조금씩 형체를 드러내면서 영화 전체를 끌고가는 설계도 좋다.

한 사람의 삶에 지진이 일어나듯이 나치가 비엔나를 점령하고 마리아가 탈출하는 대목에서는 가슴이 아프고 손에 땀을 쥐어야 한다. 마리아를 연기한 헬렌 미렌은 진지하면서도 유머러스하다. 생생한 밑바닥 감정을 건져올리면서 관객을 집중시킨다. 예측 가능하고 좀 상투적인 법정 장면이 아쉽다.

'우먼 인 골드'는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저도 원래의 생활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최소한 우리 물건을 돌려받는 건 당연하지 않나요?"라는 마리아의 호소가 강렬하다.

우리에게 산적한 문화재 환수 문제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아델레 블로흐-바우어의 초상'은 미국 뉴욕 노이에 갤러리에 소장돼 있다. 109분, 12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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