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ey] 私募펀드서 인수후… '미운 오리', '백조'로 날다

지난 3월 말 휴대전화에 탑재되는 카메라 부품을 제조하는 업체인 코웰이홀딩스가 홍콩 증시에 상장됐다. 코웰이홀딩스는 2011년 국내 사모투자펀드(PEF)인 한앤컴퍼니가 전체 지분의 25%를 인수해 공동 경영하고 있는 회사다. 코스닥시장에 상장돼 있던 코웰이는 한앤컴퍼니 투자 이후 국내 증시를 떠났고, 4년 만에 홍콩 증시로 자리를 옮겼다. 홍콩 증시 상장 이후 성장성이 주목을 받으면서 회사 주가는 크게 상승했다. 이달 초 중국과 홍콩 증시가 크게 흔들렸지만, 코웰이홀딩스 주가는 상장 후 지난 10일까지 4개월 동안 48.9% 올랐다.

PEF는 연기금과 금융사 등으로부터 대규모 자본을 조성해 회사를 인수한 뒤 되팔아 수익을 내는 펀드다. 최근 PEF가 높은 가격에 인수한 기업을 재매각하기 위해 경영 방식을 개선하고,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실적 개선에 성공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다만 일부에서는 지나치게 단기 실적과 배당에 집착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외식·엔터테인먼트 업종 등에서 두각

지난 2013년 홍콩계 PEF인 어피니티에 인수된 음원 유통업체 로엔은 올 들어 주가가 4만3900원에서 7만7000원으로 75.4% 올랐다. 로엔의 매출액은 2013년 2528억원에서 지난해에는 3233억원으로 28% 증가했고, 영업이익도 373억원에서 585억원으로 56.6% 늘었다. 온라인 음원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이고 있는 데다, 어피니티 인수 뒤 연예기획사인 스타쉽엔터테인먼트와 킹콩엔터테인먼트를 잇달아 인수하면서 연예인 매니지먼트 사업에서의 비중도 커지고 있다.

2013년 MBK파트너스에 인수된 ING생명보험도 지난해 영업이익 3003억원을 기록하며 2013년에 비해 18.4% 증가했다. 한앤컴퍼니가 74%의 지분을 가진 웅진식품은 2013년 12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지만, 지난해 81억원의 이익을 올리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기업 가치 높여라"… 공격적 투자

전문가들은 PEF들이 높은 가격에 인수한 기업을 되팔기 위해 해당 업종에서의 점유율 확대에 주력하면서 경영 전략을 바꾸고 공격적인 투자를 진행한 것이 기업 체질 개선과 주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고 설명한다.

지난 2009년 18억달러에 오비맥주를 인수한 미국계 사모펀드 KKR은 제품 개발에 대한 투자를 늘려 주력 제품인 '카스'의 종류를 다양하게 바꿨고, 젊은 층에서 인기가 많은 배우 김수현을 모델로 기용하는 등 마케팅에 대한 투자도 활발히 했다. 이후 카스는 국내 맥주 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했고, 지난해 KKR은 오비맥주를 58억달러에 재매각하며 약 40억달러에 이르는 차익을 얻었다.

보고펀드 역시 두산그룹으로부터 버거킹을 인수한 뒤 미스터피자의 대표를 지냈던 문영주씨를 영입하고, 배달 서비스를 도입하는 등 경영 방식을 바꿔 실적 개선에 성공하고 있다. 할리스커피를 인수한 IMM PE도 커피 가격을 낮춰 판매량을 늘리고, 디초콜릿커피 등의 신규 브랜드도 인수하는 등 장기 투자를 통해 커피 시장에서의 점유율을 늘리고 있다.

◇"높은 배당, 경영진 마찰 문제" 지적도

그러나 일부 PEF 투자에서 인수 이후 배당 규모가 지나치게 증가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2013년 MBK파트너스에 인수된 코웨이는 지난해 당기순이익 2429억원의 61.1%에 이르는 1483억원을 배당금으로 지급하기도 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PEF들은 기업 인수 이후 단기적으로 수익을 높이기 위해 배당 규모를 늘리는 경우가 많다"며 "과도한 배당으로 제품 개발이나 마케팅 등에 투자되어야 할 비용이 줄어 장기적인 성장성이 떨어지는 문제점도 있다"고 말했다.

PEF가 임명한 경영진과 내부 인력들과의 마찰이 심해져 진통을 겪는 경우도 있다. 2009년 H&Q가 인수한 제화업체 에스콰이아의 경우 홈쇼핑 판매 등을 놓고 경영진 사이에 마찰이 있었고, 이후 계속 실적 악화에 시달리다 결국 지난해 8월 법정관리를 신청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