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볼 일 없는 '자투리 펀드' 연내 대거 정리한다

금융감독원이 설정 1년 후에도 투자 원금이 50억원이 안 되는 이른바 자투리 펀드(소규모 펀드)를 연내에 대거 정리하기로 했다. 자투리 펀드의 경우 자산 운용사들이 제대로 관리하지 않고 방치하다시피해 투자자의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13일 금감원에 따르면 현재 자투리 펀드 수는 837개로 전체 공모형 펀드(2268개)의 36.9%에 달한다. 이 가운데 20억 미만짜리 펀드가 502개(60%)나 된다.

◇자투리 펀드 수익률 일반 주식형 펀드보다 저조

금감원이 자투리 펀드를 정리하려는 이유는 펀드를 관리하는 자산 운용사가 자투리 펀드를 사실상 방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산 운용사의 펀드매니저는 수시로 펀드에 편입된 주식과 채권 투자 비율을 조절해 투자자의 수익률을 극대화해야 한다. 그러나 펀드매니저는 1인당 평균 6개의 펀드(3000억~4000억원 규모)를 운용하고 있기 때문에 투자자와 투자 원금이 적은 자투리 펀드의 관리와 운용에는 별다른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 투자 원금도 적어 다양한 주식이나 채권에 분산 투자하지 못하고, 일부 투자처에만 '몰빵' 투자를 하는 탓에 수익률 하락 위험도 크다.

펀드 평가사 에프엔가이드에 의뢰해 50억원 이상 962개 펀드와 50억 미만 자투리 펀드 147개의 1년간 수익률을 분석해봤더니 설정액 50억원 이상 펀드 가운데 1년간 10% 이상 수익률을 기록한 펀드는 26%(258개)인 데 비해 50억원 미만 펀드는 그 비율이 20%에 그쳤다. 자투리 펀드는 설정 5년 후에 연 100%의 수익률을 넘는 펀드가 하나도 없었지만, 50억원 이상 펀드의 경우 15개에 달했다.

◇자투리 펀드 해지 시 환매수수료 면제

금감원은 자산 운용사들로 하여금 연말까지 수익률이 부진한 자투리 펀드부터 해지토록 할 계획이다. 자투리 펀드에 가입한 투자자들은 앞으로 개별적인 문자메시지와 펀드 공시 등을 통해 펀드 해지 의사를 전달받게 된다. 투자자는 펀드를 환매해 투자금과 수익금을 전액 돌려받거나 자산 운용사와의 협의에 따라 대형 펀드로 갈아탈 수 있다. 만약 자투리 펀드에 가입한 투자자 과반 이상이 자투리 펀드를 그대로 유지하고자 할 경우, 해지하지 않는 경우도 나올 수 있다. 펀드가 해지되면 환매수수료를 면제받는다. 자투리 펀드로 운영되는 120여개의 소득공제, 재형 펀드의 가입자도 세제 혜택을 유지하는 선에서 다른 펀드에 갈아탈 수 있다. 소득 장기 펀드와 재형 펀드는 펀드 납입액의 40%까지 소득공제 혜택을 주지만, 5~10년 이상 적립식 투자할 때만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어 중도 해지시 혜택이 물 건너갈 수 있는데, 이를 막아 주는 것이다. 금감원 측은 "앞으로 펀드를 판매하려는 자산운용사가 펀드 투자설명서에 일정 규모의 최소 운용규모와 적정 관리 계획을 포함하도록 지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금감원은 투자자들이 받는 펀드 투자설명서의 '투자 위험 등급' 분류를 개선하기로 했다. 현재 투자자는 펀드 설명서에 '주식에 60% 이상 투자하는 상품' '채권에 투자하는 저위험 상품' 등으로 적힌 위험 등급(1~5등급) 설명을 받아왔지만, 펀드의 투자 위험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앞으로 펀드 가입자들은 펀드 투자설명서에 과거 수익률이 반영된 새로운 위험 등급 분류 기준을 9월부터 받아볼 수 있게 된다. 또 판매 보수가 저렴한 온라인 전용 연금저축·퇴직연금펀드 상품이 대폭 확대된다. 현재 온라인 연금 펀드의 판매 보수(0.359%)는 오프라인 상품(0.895%)보다 훨씬 저렴한데 현재 411개의 연금 펀드 가운데 온라인 판매 상품은 26.8%에 불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