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로 잃은 아버지의 희망… 아시아프서 되찾다

"작품 팔렸다는 얘기를 전해드렸더니 아버지 눈가에 이슬이 맺혔습니다. 아들 작품을 드디어 세상 사람들이 인정했다고 감격하신 거지요."

문화역서울 284(옛 서울역사)에서 열리고 있는 '2015 아시아프' 특별전 '히든 아티스트 100'에 출품한 박재하(42) 작가의 목소리가 떨렸다. 박 작가는 조각 작품 '아버지의 장갑―Great Loves' 5점을 내 첫날 3점(각 250만원)을 팔았다. 20년 전 아버지가 운영하던 부산의 침구 공장에 화재가 났을 때를 떠올린 작품이다. 불이 난 직후 침구는 몽땅 타버리고 공장 안에는 타다 만 목장갑 몇 켤레만 뒹굴었다. 장갑에 묻은 시꺼먼 재를 툭툭 떨면서 아버지가 말씀하셨다. "다시 시작하면 되는기라." 소나무로 된 도마에 아픈 추억을 새겼다. 장갑 모양 조각이었다. 아시아프를 찾은 미술 애호가들의 눈에 그의 작품이 띄었다.

'아시아프'가 30~40대 작가 100명을 대상으로 올해 처음으로 연 특별전 '히든 아티스트 100'에 관람객들의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일주일 만에 51점(작품 판매 총액 9088만원)이 팔렸다. 작가로서의 길을 계속 가야 할지 고민하는 젊은 작가들에게 희망이란 엔진을 달아주고 있다.

이주현(38) 작가는 '잠복기'를 주제로 한 조각 작품 5점을 출품했다. 벌써 4점(각 170만원)이 팔렸다. 태아가 수면 위로 올라오는 형태의 조각 시리즈 '퐁'이다. 반응이 워낙 좋아 4점을 추가로 걸었다. '히든 아티스트'는 출품 작품 수 제한이 없다. 한 작가당 가로 2.4m, 세로 2.4m 부스가 제공되고, 작품이 팔리면 새 작품을 걸 수 있다. 김일중 작가는 회화 4점을 출품해 모두 팔고 또 작품을 걸었다. 이보윤 작가는 일곱 작품을 걸어 여섯 작품을 팔았다.

이주현 작가는 "이전까지 갤러리에서 네 번 개인전을 했는데 판매로 거의 연결되지 않았다"며 "많은 관객이 찾고 수수료(판매가격의 20%, 일반 갤러리는 약 50%)도 싸 여러모로 작가들에게 실리가 돌아가는 전시"라고 했다.

'2015 아시아프' 1부 전시는 19일까지 열리며, 2부 전시는 21일부터 8월 2일까지 열린다. 입장료는 어른 6000원, 유치원 및 초·중·고교생 4000원. (02)724-636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