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증시 하락에 지수형 ELS 투자자들 노심초사

주가연계증권(ELS) 투자자 A씨는 최근 인터넷 투자 카페에 불안감을 털어놨다. 홍콩항성중국기업지수가 1만4000선을 넘었을 때 관련 상품에 투자했는데, 두 달여 만에 지수가 1만1000대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A씨는 손실이 발생하거나 상환 기간이 길어져 투자금이 묶이게 될까 봐 잠이 오지 않을 정도라고 하소연했다.

홍콩 증시 하락으로 지수형 ELS 투자에 경고등이 켜졌다. 특히 홍콩항성중국기업지수(HSCEI)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에 투자한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주가연계증권이란 지수나 개별 종목의 움직임에 따라 손익이 결정되는 파생 상품인데, 최근 홍콩 증시가 크게 하락하자 손실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여러 기업의 주가를 묶어서 만든 지수는 개별 종목에 비해 출렁임이 적다. 이 때문에 지수형 ELS 역시 안전하다고 여겨졌었는데, 상하이 증시 등 중국 본토 증시 하락의 여파로 홍콩 증시마저 주가가 크게 떨어지자 상황이 바뀌었다. 올해 발행된 지수형 ELS 중 HSCEI를 기초자산으로 한 상품이 가장 많기 때문에 관련 파장도 적지 않을 전망이다. 증시 전문가들은 HSCEI를 기초 상품으로 한 ELS는 상환이 늦어질 수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홍콩 증시 하락에 손실 우려… 일부 ELS 조기 상환 못해

지난 5월 말 1만5000대에 육박했던 HSCEI가 1만1000대로 떨어지자 우려가 터져 나왔다. 상하이지수가 한 달 새 30% 급락하는 등 중국 증시가 출렁이자 일부 HSCEI 관련 ELS가 원금 손실 구간에 진입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20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 들어 공모 발행된 지수형 ELS 중 원금비보장형은 4992개로 원금보장형(1024개)의 5배 수준이다. 사모 발행된 ELS도 마찬가지다. 원금비보장형이 5211개로 원금보장형(1081개)을 훨씬 웃돈다. 기초자산이 크게 하락하면 대부분의 ELS 투자자들이 원금을 까먹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손실 구간에 진입하지 않더라도 기초자산이 하락하면 상환 기간이 길어지고 돈을 받을 수 있는 시기가 늦어진다. 지수형 ELS 중에는 기초자산이 일정 기준 아래로 떨어지지 않을 경우 이자와 함께 조기 상환되는 상품이 많은데, HSCEI는 크게 하락한 상태이기 때문에 조기 상환이 어려워진 것이다.

실제로 HSCEI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미래에셋증권 제7034회 ELS'는 최근 조기 상환에 실패했다. 이 상품은 최초 평가일(발행 후 6개월 뒤)에 HSCEI가 기준 가격의 95% 이상이면 4%의 수익과 함께 조기 상환 되도록 설계돼 있었다.

◇HSCEI 기초자산 ELS, 발행 잔액 40조원 육박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 들어 발행된 ELS 중 HSCEI를 기초로 한 상품의 발행 잔액은 39조7755억원이다. 국내에서 발행된 ELS는 대부분 1~3개의 기초자산으로 구성되는데, 기초자산에 HSCEI가 하나라도 포함된 ELS 상품의 총 발행 잔액이 40조원에 육박한 것이다. 발행 잔액은 판매된 ELS 상품 중 아직 상환되지 않은 금액을 말한다.

기초자산별 발행 금액 비중을 살펴봐도 HSCEI를 기초자산으로 한 상품이 가장 많다. 교보증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발행된 해외 지수형 ELS에서 HSCEI의 비중은 36%로 단일 기초 상품 중 가장 높았다. 1분기에 발행된 물량은 HSCEI 1만1400~1만2200 구간에서 발행된 물량이 많았고, 2분기에 발행된 물량은 이보다 더 높은 수준에서 관련 ELS가 발행됐다.

올해 상반기에 발행된 ELS 중 해외 지수형이 차지하는 비중은 83.2%에 이르는데, 이 가운데 HSCEI와 코스피200을 기초 상품으로 한 ELS의 발행 금액만 10조3159억원 규모다. 이중호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HSCEI 등 특정 지수에 대한 쏠림 현상이 심한 상황이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일부에서는 HSCEI 관련 ELS의 손실 우려가 크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9000선에서 1차 손실이 발생하고 본격적인 손실 구간 진입은 7000대 이하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아직 여유가 있다는 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