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老人 나이 기준 올리되, 복지제도마다 달리 적용을"

'100세 시대, 몇 살부터 노인으로 볼 것인가.'

보건복지부가 23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개최한 '고령사회 대책 토론회'에서는 지난 5월 대한노인회(회장 이심)가 법률상 노인 기준 연령(65세) 상향을 공론화한 이후 이 문제가 처음 공식 논의됐다.

대한노인회는 노인 나이 기준을 올리는 것에 대해 반대 입장을 고수해오다, 지난 5월 7일 정기이사회에서 현재 노인 연령(65세 이상)의 상향 조정을 공론화하는 안건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국가 재정 부담을 걱정해 복지 혜택을 받는 노인 나이를 점진적으로 높일 수 있는 길을 터 준 것이다.

2015년 현재 우리나라 노인 인구 비율은 13.1%이지만, 2026년이면 1084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20%, 2040년에는 30%를 넘어설 전망이다. 저출산으로 세금 낼 사람은 줄어드는데, 이런 급격한 고령화가 겹치면 노인 복지 비용은 감당하기 힘든 수준이 된다. 그래서 여야도 노인 나이 기준 조정 필요성에 공감한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노후희망유니온 등 다른 노인 단체는 "노인 연령 기준 상향 조정은 65~69세 노인 168만명에 대한 사실상 사형 선고"라며 "기준이 올라가면 이 168만명은 매달 10만∼20만원씩 받은 기초연금을 못 받고, 장기요양보험, 지하철이나 국공립 시설 무료 이용 등의 혜택에서도 제외된다"고 반발했다.

◇획일적 적용은 힘들어

이날 토론회에서 보건사회연구원 정경희 고령사회연구센터장은 "일본에서도 최근 노인 나이 기준을 5~10세 상향 조정하는 논의가 활발하다"고 말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실시된 설문조사에서도 노인을 규정하는 기준으로 가장 많이 언급된 나이는 70~74세(53%)였다. 정 센터장은 그러나 "노인층의 건강 상태나 학력 등이 전반적으로 향상된 것은 맞지만, 노인 간에도 큰 격차가 있고 다양한 복지 수요가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면서 "나이 기준을 획일적으로 적용하기보다는 복지제도마다 차이를 두고 유연하게 적용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예컨대 지하철 무임 승차 연령을 점차 70세로 올리되 소득에 따라 차등 요금을 내도록 하는 식이다. 일본도 2000년부터 실시한 요양보험(개호보험)은 65세 이상이 대상이지만, 2008년 도입한 후기고령자건강보험(고령 노인에 혜택을 주는 의료보험)은 75세 이상이 적용 대상이다. 또 일본의 도로교통법에 따른 고령 운전자 기준은 70세다.

◇사회 안전망 확충 병행해야

현재 한국 노인의 삶의 질이 열악한 수준이라는 것도 고려돼야 한다는 지적도 많았다. 한국은 노인 자살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높고, 상대빈곤율도 49.6%로 OECD 평균인 12.6%에 비해 크게 높다. 이런 상황에서 노인 기준을 70세로 올릴 경우 65~69세가 대거 복지 사각지대에 빠질 위험도 있다는 것이다.

보건복지부 임인택 노인정책관은 "노인 복지제도에서 노인 연령을 현재 65세에서 70세로 올리면 당장 2조3000억원(기초연금 1조9000억원, 기타 사회복지제도 4000억원)의 재정 절감 효과가 발생한다"며 "그러나 기초연금 대상자의 조정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기획재정부 유병희 복지경제과장도 "대부분 국가에서 노인 나이 기준이 곧 연금을 받기 시작하는 시점인데, 2008년 세계 금융 위기 이후 많은 나라가 67~68세로 올리고 있다"면서도 "연금 받는 연령 조정은 사회적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고, 단계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했다. 특히 연령 조정으로 인한 사각지대 확산을 막으려면 노인들의 고용 유지 방안이 검토돼야 한다고 유 과장은 밝혔다. 일본도 2012년 고령자고용안정법을 개정해 정년퇴직 후 희망하는 근로자는 65세까지 의무적으로 고용하도록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