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기업 29곳, 활발한 他기업 지분 투자

지난 21일 통신 솔루션 업체 포인트아이가 잉글우드랩에 18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잉글우드랩은 내년 코스닥시장에 상장하는 미국 화장품 업체로, 포인트아이는 지분 투자를 통해 화장품 사업 진출의 첫 발판을 마련한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코스닥 상장사들의 타 법인 지분 인수가 활발해지고 있다. 포인트아이처럼 최근 인기가 좋은 화장품이나 바이오 업체에 지분 투자를 하는 경우도 있고, 본업과 관련 있는 업체의 지분을 사서 기존 사업을 확장하는 사례들도 있다. 증권 업계 전문가들은 주가가 상승해 지분을 매각하고자 하는 회사가 많이 나오고 있으며, 시중 금리가 낮아져 지분 인수를 하는 회사 입장에서도 자금 조달이 쉬워졌다고 말한다.

◇화장품·바이오나 관련 업체 지분 인수 활발

최근 한 달 동안 타 법인 주식 및 출자증권 취득 결정 공시를 한 코스닥 상장사는 총 29개다. 전년 같은 기간 8개에 그쳤다는 점을 감안하면 높은 증가세다.

포인트아이 외에도 폴리비전과 파인테크닉스·아미코젠이 화장품 관련 업체의 지분을 사들이기로 했다. 광고용 배너 등을 만드는 폴리비전의 경우 화장품 제조업체 스킨케어의 지분 전량을 인수할 계획이다.

소형 정밀 부품 업체 글로벌에스엠과 연예 기획사 웰메이드예당 등은 본업과 관련 있는 회사 지분을 인수한다. 글로벌에스엠은 스페인 볼트·너트 제조사 인더스트리아스 골의 지분 80%를 사서 전방산업을 다각화하는 한편 유럽 시장에 진출한다고 밝혔다. 웰메이드예당은 자회사 드림티엔터테인먼트와 함께 가수 휘성·에일리 등이 소속된 YMC엔터테인먼트 경영권을 인수한다.

◇주가 상승에 비상장사 몸값도 올라…금리 낮아져 자금 조달 쉬워져

증권 업계 전문가들은 최근 코스닥 상장사들의 지분 인수가 활발해진 배경에 증시 상승세가 있다고 분석한다.

김갑호 교보증권 연구원은 "상장사 주가가 오르면 비교 가능한 비슷한 사업을 하는 비상장사들의 기업 가치도 대체로 함께 상승한다"면서 "이에 따라 상장사뿐 아니라 비상장사들도 지분을 팔고자 하는 욕구가 많이 생겼다"고 말했다.

최근 석 달 동안 코스닥지수는 12% 넘게 상승했다. 이 기간 장외 주식들의 가치도 많이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장외 주식 거래 업체 38커뮤니케이션이 자체적으로 집계하는 '38지수'는 이 기간 10% 가까이 올랐다.

시중 금리가 워낙 낮아져 자금 조달이 쉬워졌다는 이유도 있다. 기업들이 유상증자나 전환사채(CB),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기 좋은 여건이 됐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 달 동안 타 법인 지분 인수 공시를 낸 코스닥 상장사 29개 중 11개 업체가 최근 석 달 안에 유상증자나 CB·BW 발행으로 자금을 조달하겠다고 밝혔다. 큐브스·디지탈옵틱은 유상증자와 CB 발행을 모두 활용, 각각 53억원, 185억원을 조달할 계획이라고 공시했다.

송흥익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AA 회사채 금리가 2%대 초반까지 낮아져, 요즘 웬만한 회사가 BW를 발행한다고 하면 자금 100억~200억원은 쉽게 모으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증권업계 일각에서는 타 법인 지분을 인수하는 데 있어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 관계자는 "최근 화장품이나 바이오 업체에 지분 투자를 단행, 시류에 편승하는 경우가 많은데 본업에 전념하지 않고 회사의 체력을 여러 곳에 분산시키는 일은 위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