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5.07.28 13:46

모심기가 끝나고 벼 포기가 땅 내음을 맡으며 싱그럽게 자랄 즈음이면 논에는 우렁이가 긴 촉수를 느릿느릿 뻗으며 짝을 찾는다. 우렁이 시집·장가를 간다. 우렁이는 논두렁의 풀이나 벼의 줄기에 선명하면서도 진한 분홍빛의 알을 슨다. 우렁이는 논이나 작은 연못에 산다. 예전과 달리 이런 자연의 모습을 보기가 쉽잖다. 농약 살포를 비롯한 환경의 오염으로 살 곳이 없어져 그 수가 줄어들고 있다. 특히 친환경으로 벼를 재배하는 논이 적기 때문에 우렁이를 논에서 보기란 어렵다.

▲우렁이가 짝짓기를 하고 있다.
▲우렁이가 짝짓기를 하고 있다.

내가 사는 집 주변의 들판에는 띄엄띄엄 친환경 논농사를 짓는 곳이 있어서 우렁이를 만날 수 있다. 건강한 먹거리를 지켜가는 농부가 있음에 감사할 따름이다. 5, 6월이면 짝짓기하는 우렁이를 만날 수 있고 선분홍의 우렁이 알을 볼 수 있다. 나는 그 모습을 사진에 담기를 좋아한다. 어떻게 보면 사라질지도 몰라서다.

▲친환경 벼재배표시 깃발.
▲친환경 벼재배표시 깃발.

우렁이는 우리에게 친근하다. 어릴 때 읽었던 우렁이 각시의 밥상 이야기가 기억에 남아서다. 우렁이는 민물에 사는 고둥이다. 연체동물의 하나다. ‘우렁이도 두렁 넘을 꾀가 있다.’는 속담도 있다. 미련하고 못난 사람도 제 요량은 있고 무엇 한 가지 재주는 있다는 말이다. 세상을 사는 제각각의 역할이 있음이다.

▲풀이나 벼 줄기에 슨 우렁이 알.
▲풀이나 벼 줄기에 슨 우렁이 알.

동의보감에는 전라(田螺)를 ‘우롱이’라 하고 '논에 살며 모양은 원형이고 복숭아나 오얏(자두)과 같다.'라 쓰고 있다. 달팽이와 비슷하나 뾰족하고 길며 청황색이라 적고 있다. 달팽이와 비슷하나 길이가 더 긴 모양이다. 체내 수정을 하고 사진처럼 알을 외부의 풀 줄기나 벼 줄기에 무더기로 쓴다. 1년 동안에 40~80개의 알을 낳는다. 생후 1년이면 생식능력을 갖춘다. 수명은 길게는 7~8년이 된다. 한의학에서 우렁이는 찬 기운을 가진 것으로 분류한다. 단맛이 비취고 독성은 없다. 고둥 맛과 진배없다. 효능으로는 목마른 증세를 멈추게 한다. 대소변을 잘 통하게 한다. 술을 깨게 한다. 여름이나 가을에 잡아서 쌀뜨물에 담가 진흙을 제거한 후 달여서 먹으면 된다. 술을 깨게 하는 성분이 들어 있으니 제약회사에서 우렁이 밥상 대신에 우렁이 각시가 건네는 숙취 제를 받아 마시는 광고가 뜨지 않을까? 이상한 상상을 해본다.
 
건강한 삶이 우리의 바람이다. 좋은 환경이 그 바탕이 된다. 우리 자신이 지켜가야 할 일이다. 내년에는 다른 논에서도 우렁이가 시집 장가를 가고 고운 알을 스는 모습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때도 나는 그 모습을 카메라에 담을 것이다.

조선일보 조선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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