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5.07.29 09:59

꿈에 대한 확신과 열정이 가득 차 있더라도 꿈에 도달하기 힘들지도 모른다. 아무도 확신할 수 없는 그 과정을 함께해주는 든든한 지원군이 있다면 분명 축복받은 일이다. 나의 꿈을 향하는 길에 동행해줄 동반자에 관한 이야기.

컴퓨터에 대한 신기함과 인터넷이라는 세계에 대해 어렴풋하게 호기심이 일었지만, 쳐다보기만 해도 겁이 나고, 또 청소하며 잘 닦다가도 뭔가 잘못 건드리진 않았는지? 전전긍긍이었다. 기계치인 나는 자판을 두드릴 때에도 놀랐고, 모든 게 어려운 기술로 보여 선뜻 컴퓨터를 가까이할 수 없었다. 직접하고 싶은 마음은 간절했지만 어떻게 켜는지도 몰랐고 끄는 건 더 겁났다. 젊은 애들은 무조건 켜놓고 해보면 된다는데 난 어려웠다. 군대 간 아들의 빈방에 놓인 컴퓨터를 1년여간 물끄러미 보고만 있다가 건드려나 보자고 생각하게 되었다. 끄고 켜는 걸 보아왔으니 영 아니면 꺼버리자는 생각으로…. 독수리 타법으로 그런대로 글 쓰는 건 되었다. 하지만 백업이라는 걸 몰랐으니, 몇 년 쓴 글이 단 1 초 만에 휘리리릭 다 날아가버렸다. 억울했다. 어찌나 슬프고 넋이 나갔던지 다시는 그 앞에 가질 못했다. 원수 덩어리 같았다. 절대 찾을 수 없다는 그 모든 글. 그러고 또 몇 년이 지나가버렸다.

내가 컴퓨터에 진 거라는 생각이 들면서 조금은 오기가 생겨 다시 그 앞에 섰다. 그리고 앉아서 순서를 되짚어보며 켰다. 그리고 메일을 꺼내보고 글도 써보고. 이곳저곳 기웃거리며, 옛날을 더듬으면서 종일 같이 놀았다. 뒤엉켜 있던 명주실 타래가 한 올 한 올 풀리듯 마음이 조금씩 풀려나갔다. 용기도 새록새록 생기면서 여기도 저기도 기웃거렸다. 그러다가 만난 게 유어스테이지라는 곳이었다. 작가가 될 수 있다는 그 글귀 하나로 신이 나서 회원 가입하고 글을 써서 올려버렸다.

어떤 반응이 올지 몰라 설레었고, 내 꿈을 이룰 수 있는 길이 훤히 열리기라도 한 것처럼 가슴이 방망이질 쳤다. 내 글은 올려졌고 내 마음은 하늘을 날았다. 나의 동행, 나의 동반자가 생겼다는 기쁨. 내 삶의 원천인 배우는 게 자꾸 많아지다 보니 한정된 시간에 겹치기로 글 쓰는 것이 힘들어질 때가 있다. 작년 8개월 동안은 배우는 게 어찌나 길고, 과정이 힘들었는지 글을 못 쓰다가 그거 끝나자마자 또 쓰고 있다.

어려서는 일기를 빠짐없이 썼고, 편지 쓰기도 좋아했으며 핸드폰 메모도 엄청 이용한다. 그저 생각만 나면 아무 종이에도 즉시 보이는 대로 쪽지메모를 해놓는 습관을 버릴 수가 없다. 그런데 내가 글을 안 올린 동안에 유어스테이지에 많은 변화가 있어 보인다. 글 쓰기만 간신히 하고 글 읽기도 예전처럼 잘할 수가 없다. 읽을거리도 많은 데다가 여긴 어떻게 올려야 하는지 갸우뚱, 화면도 여러 가지로 변화무쌍이다. 지금 익혀 나가느라 여기 기웃, 요기도 기웃 그러면서 어머님 비위도 거스르지 않고 잘 맞춰야 하는 자질구레한 일상에 답글 달기도 늦어져 죄송해지곤 한다.

그런데 어! 어? 여기 이런 것이? 내 얼굴이 눈에 띄었다. 정말 대단한 걸 발견한 기분이 들었다. 레벨이라는 것이 10이면 좋은 건 줄 알았더니 요즘 1로 되어 있는 걸 보니 작은 숫자가 나은 것? 매일 하나씩 계속 놀라고 있는 중이다. 이벤트도 열심히 이것저것 해보니 상품권, 연극표도 받고 언젠가는 매운 떡볶이도…. 홈페이지 출석부가 계속 나를 약 올린다. 6월엔 메르스로 쉬니까 절대! 했더니 6월 8일에는 그것도 이른 시간, 오후 7시부터 ‘점검’이라고 안 열어주는 건지. 점검 시간을 봤음에도 불구하고 자정까지 몇 번을 시도했지만 이 억울함이란…!

다 좋을 수는 없다. 유어스테이지는 작가가 되고자 하는 꿈을 갖고 시작한 글 쓰기를 열심히 하고 있는 곳이고,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다. 작가가 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지만 할 수 있는 데까지 끝까지 쓸 것이다. 하면 한다! 라는 정신으로 살아왔으니 중도에 그만둘 수는 없다. 내가 눈을 감는 날까지도, 내가 작가가 안 되어 있다면, 아마도 그 나라에 가서도 분명 쓰고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며칠 전에 사무실에 갔다가 새로 만든 회사 소개 책자를 보고 마음이 초등학교 1학년처럼 덩달아 새로워졌다. 또 다짐했다. 이 인연을 계속 가지고 갈 것을. 오오~ 유어스테이지는 나의 꿈을 향하는 길에 동행해줄 동반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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