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證市 맥없는 추락… 中정부 과잉 개입이 禍根?

중국판 '블랙 먼데이(월요일의 주가 폭락)'의 여진(餘震)이 다음 날에도 이어졌다. 28일 상하이종합지수는 오전 한때 5% 이상 하락하는 불안한 장세를 연출하다 결국 전날보다 1.68%(62.56포인트) 하락한 3663.0으로 마감했다. 상하이증시는 전날 8.5% 폭락한 것을 비롯해 최근 3거래일간 11% 이상 하락했다. 그동안 기준금리 인하, 신규 기업공개(IPO) 금지 등 당국의 적극적인 부양책으로 한동안 반등하는 듯했던 증시가 다시 연거푸 무너지자 이제 정말로 중국 정부 정책의 '약발'이 떨어진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외신들은 중국 당국의 과도한 개입이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켰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잠잠하던 중국 증시 또 급락

27일 상하이지수의 폭락은 뚜렷한 이유를 찾을 수가 없다. 이런 가운데 시장에서는 다양한 해석을 내놓고 있다. 일단 투자자들 사이에 번진 불안감을 이유로 꼽을 수 있다. 최근 중국에서 나오는 경제지표들이 대부분 중국의 성장 둔화, 특히 제조업 부문의 위축을 나타내며 증시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 중국 국가통계국이 27일 발표한 6월 제조업 기업의 순이익은 전년 동월 대비 0.3% 줄어든 5886억위안을 기록했다. 또 지난주 발표된 7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48.2로 15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PMI가 50을 밑돌면 경기가 위축되고 있다는 뜻인데 이 지수가 5개월 연속 50을 하회하며 중국 경제 둔화론이 힘을 얻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24일 중국 정부에 "인위적 증시 부양책을 중단하라"고 권고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악재로 작용했다는 분석도 있다. 갖은 부양책을 다 써본 중국 당국이 정말로 IMF 권고를 받아들일 수 있다는 우려가 퍼진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중국 주식시장이 스스로 자립할 수 있는지 시험 무대에 오를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면서 매도 물량이 쏟아졌다"고 보도했다.

정부가 통제하는 '관제 증시'의 대가를 치르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달 초 지수가 폭락하자 1400개 상장기업의 거래를 무기한 중단시키는 등 국제 금융시장과는 맞지 않는 중국 당국의 부양책들이 오히려 증시 붕괴를 부추겼다는 것이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홍콩 증권거래소를 통해 매매할 수 있는 상하이 주식의 경우, 7월 들어 순매도액은 333억위안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드마크 애널리틱스의 톰 드마크 대표는 블룸버그통신에 "시장은 조작될 수 있는 게 아니다. 펀더멘털(경제의 기초체력)만이 시장을 설명해줄 뿐"이라고 말했다.

◇"주가 자연스럽게 떨어지도록 허용해야"

상하이지수는 지난 6월 12일 7년 만에 최고점(5166.35)을 찍은 뒤, 7월 8일까지 30% 넘게 하락했다가(3507.19) 지난 주말까지 다시 16% 반등하는 등 '롤러코스터 장세'를 보여왔다. 불안감이 퍼지면서 외국인들은 돈을 빼고 있다. 골드만삭스의 로빈 브룩스 연구원은 올해 2분기 중국에서 총 2240억달러(약 261조원)가 빠져나갔다고 밝혔다.

한 치 앞도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내외 전문가들 사이에 향후 전망도 분분하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최근의 급락에도 상하이지수는 1년 전에 비해 60%나 높은 상태여서 앞으로 훨씬 더 떨어질 수 있다고 믿는 전문가들이 많다"고 전했다.

반면 강현철 NH투자증권 투자전략부장은 "중국 증시는 현재 저점을 찾기 위해 바닥을 다지는 것으로 보이며 추가 폭락 가능성은 높지 않다"면서도 "한동안 상승 요인도 없다"고 말했다. 성연주 대신증권 선임연구원은 "8월에 지준율, 통화정책 등 중국 정부의 추가적 정책이 나올 가능성이 있는 데다 다소 악화된 구매관리자지수(PMI)도 해소될 가능성이 커 중국 증시는 곧 안정을 되찾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