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 통장' 100년 만에 역사속으로

오는 9월부터 새로 계좌를 만들면서 종이 통장을 발급받지 않는 고객은 금리 우대나 수수료 인하 등의 혜택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2년 뒤인 2017년 9월부터는 은행들이 60세 미만 고객에게는 원칙적으로 종이 통장을 발급하지 않고, 2020년 9월부터는 통장 발급을 원하면 발급 비용을 고객이 부담하게 된다. 1897년 국내 최초의 상업은행인 한성은행이 설립된 무렵 발행하기 시작한 것으로 추정되는 종이 통장이 100여년 만에 사라지는 것이다.

금융감독원은 이 같은 내용의 '통장 기반 금융거래 관행 혁신 방안'을 29일 발표했다. 종이 통장은 미국·영국 등에서는 금융 거래가 전산화되면서 대부분 사라졌다. 미국은 1990년대, 영국은 2000년대에 이미 종이 통장을 없앴다. 중국도 2010년대 들어서는 소비자의 요청이 있을 경우에만 통장을 발급해주는데, 그 비율은 20% 정도에 불과하다. 반면 우리나라는 전체 계좌의 91.5%가량인 2억7000만개의 계좌에 종이 통장이 발행돼 불필요한 비용이 발생한다는 지적을 받았다. 금감원은 종이 통장 1개의 제작 단가는 300원에 불과하지만, 인건비와 관리비 등을 더하면 5000원에서 1만8000원 정도의 비용이 발생하는 것으로 본다. 또한 분실이나 훼손 등으로 인한 통장 재발급 비용으로 은행이 받는 수수료도 연간 60억원에 이른다고 금감원은 설명했다.

막대한 비용에도 불구하고 종이 통장의 사용은 점차 감소하고 있다. 신규로 예금 계좌를 개설할 때 종이 통장을 발행하지 않는 비율이 2010년 9%에서 2012년 13%, 2014년에는 17.4%로 늘어났고, 올해는 1월부터 5월까지 개설된 계좌의 19.2%가 종이 통장을 발행하지 않았다.

금감원 관계자는 "종이 통장을 발급받지 않는 고객에게 어느 정도의 우대 금리나 수수료 혜택을 줄지는 일률적인 기준을 정하기보다는 은행 자율에 맡길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일부 시중 은행들이 내놓은 인터넷 전용 예금 상품의 금리는 보통의 입출금식 계좌보다 0.05~0.1%포인트가량 높다. 금감원 박세춘 부원장은 "종이 통장이 없어지면 통장 분실로 인한 개인 정보 유출 피해도 줄일 수 있을 것"이라며 "금융 소비자, 금융사, 금융산업 측면에서 금융 거래의 편의성과 안전성, 효율성이 크게 증진될 것"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이 밖에 '대포 통장' 등으로 악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 3년 이상 거래가 없는 잔액 10만원 미만 금융 계좌 6900만개를 내년 하반기까지 정리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거래 중지된 계좌를 한 번에 조회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전화나 인터넷으로 쓰지 않는 계좌를 해지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