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눈높이 맞춘 韓國學 콘서트, 전국으로 달려갑니다"

"강동역 1번 출구에 있는 이 동상의 주인공은 누구일까요?"

지난 30일 서울 강동구 상일동 한영고등학교 교실. 이완범(54)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가 2학년 학생 25명에게 슬라이드로 동상 사진을 보여주며 '돌발 퀴즈'를 던지자, 학생들은 이내 고민에 빠졌다. 이 질문의 정답은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독립운동가였고 1956년 야당 민주당의 대통령 후보였지만 전국 유세 도중 뇌일혈로 숨졌던 해공(海公) 신익희(申翼熙) 선생. 문화상품권을 상품으로 내걸었지만 아쉽게도 정답자는 없었다. 이 교수는 "옛 경기도 광주 출신인 선생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강동구와 경기 광주시 등은 해공도서관과 동상을 건립했다"면서 "우리 고장 출신의 위인들에 대해 공부해보고 글을 써보는 것도 좋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날 특강은 한국학중앙연구원(한중연·원장 이배용)이 한국 역사와 문화에 대한 청소년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지난해부터 열고 있는 '찾아가는 한국학 콘서트' 현장이다. 지난해에는 한중연 인근의 경기도 성남 10개 중·고교를 대상으로 실시했지만, 올해는 시도 교육청의 신청을 받아 전국으로 확대하고 있다. 이 교수의 '현대사 강의'도 이날부터 8월 14일까지 6차례에 걸쳐 한영고에서 열린다.

1948년 제헌의회에서 실시된 초대 대통령 선거 당시 득표자 4명(이승만·김구·안재홍·서재필)의 이름과 6·25전쟁과 4·19혁명이 일어난 연도 같은 돌발 퀴즈는 현대사 강의 도중에도 이어졌다. 학생들은 이승만과 김구는 쉽게 맞혔지만 안재홍은 끝내 맞히지 못했고, 6·25와 4·19의 연도는 자신 있게 대답하면서도 10·26과 12·12 사건의 차이에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 교수는 한국을 알리는 홍보 영상물과 인물 사진, 파워포인트까지 활용해 '한국 현대사의 사건과 헌법 개정'에 대해 2시간 30분간 강의했다. 2학년 이서경(17)양은 "광복 70년을 맞아 민주화와 분단 문제에 대해 포괄적인 시각을 얻을 수 있어서 좋았다"고 했다.

여름방학 동안 이 강의를 들은 학생들은 2학기에 심화 학습을 거쳐 겨울방학 때는 보고서나 소(小)논문을 제출한다. 이 교수는 학생들의 글쓰기를 도와주는 '지도 교수'가 된다. 학술지에 등재되는 정식 논문은 아니라 해도, 학생들로서는 현대사에 대해 체계적으로 생각을 정리하고 글쓰기 훈련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되는 셈이다. 박민재(17)군은 "근·현대사에 대해 폭넓게 공부해서 인물 탐구를 주제로 글을 써보고 싶다"고 했다.

최근 중·고교에서 자기주도적 학습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면서, 한중연 같은 전문 연구·교육 기관과의 연계도 활발해지고 있다. 박여진 한영고 2학년 부장은 "학생들이 단순 암기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서 보고서나 소논문을 작성하는 R&E(research & education)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추세"라며 "미술과 건축, 인문학까지 학생들의 관심 분야도 다양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완범 교수는 "연구자들로서도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춰 전문 지식을 친근하고 대중적으로 전달하는 방식에 대해 고민하는 기회가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