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군·형사·스파이… 흥행 완수할 영웅은?

8월 극장가에 삼각파도가 밀려온다. '미션 임파서블: 로그네이션'은 개봉 이후 나흘 연속 1위를 질주하고 있고 '암살'은 흔들림 없이 관객을 모으면서 600만명을 돌파했다. 그런데 5일 또 한 편의 헤비급 강자가 링에 올라온다. 황정민·유아인이 주연한 '베테랑'. 이달 박스오피스는 치열한 삼파전을 예고하고 있다.

전지현·하정우·이정재의 '암살'은 1930년대 독립군이라는 가볍지 않은 이야기를 무겁지 않게 담았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미션 임파서블'은 음모와 배신이 요동치는 스파이 세계에서 톰 크루즈가 불가능한 임무를 완수하는 과정을 흥미롭게 따라갈 수 있다. '베테랑'은 형사가 재벌이라는 갑(甲)을 물리치는 액션물이다.

파괴력·기동성·장갑(裝甲) 등에 따라 탱크의 순위를 매길 수 있다면 영화의 전투력은 이야기·비주얼·연출·연기·카타르시스로 가늠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올여름 빅3 중 '암살'이 대중적으로 두루 견고하다고 분석했다.

영화평론가 심영섭씨는 "최동훈 감독은 '도둑들'까지 캐릭터의 합이나 액션으로 승부했는데 '암살'에서는 이야기의 흡인력이 더해졌다"며 "미학적 측면이 아니라 상업적 측면에서 몰입도가 강하다"고 말했다. 영화평론가 강유정씨는 "'암살'은 '명량' '국제시장' 같은 천만 영화의 흐름을 이어받고 있다. 관객 입장에서는 '저때 나도 저랬을 거야'라는 영웅심을 건드려주면서 가볍게 소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암살'은 미술도 강점이다.

반면 약점도 있다. 영화평론가 윤성은씨는 "안옥윤(전지현)이 두드러지면서 다른 인물들이 약해져 연출적으로는 부족했다"며 "쌍둥이 설정은 진부했다"고 지적했다.

'베테랑'은 B급 정서와 시원한 액션 등 류승완 감독의 장점이 잘 살아 있는 영화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지금 한국사회의 갑을(甲乙) 대결을 다뤘다는 게 강점이자 약점으로 꼽혔다. 강유정씨는 "영화적으로는 통쾌하지만 현실에선 일어나지 않을 판타지로 비친다는 점이 불편한 걸림돌"이라며 "황정민의 막무가내 형사 역할, 유아인의 악역 연기는 호흡과 긴장감이 돋보인다"고 평했다.

하지만 윤성은씨는 "'베테랑'에서 재벌가의 폐단은 너무 심각하지 않으면서 오락적 요소와 잘 어우러져 있다"고 반박했다. "냉소적으로 바라보지 않고 액션으로 대중에게 시원한 쾌감을 준다"는 것이다. 흥행 성적에서도 '베테랑'이 '암살'을 넘어설 것으로 내다봤다.

남성 관객 비중이 높은 '미션 임파서블'은 잘 만든 오락물이지만 흥행에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다. "기존 시리즈와 비슷하고 관객이 움직이기보다는 고정된 영화"(강유정) "톰은 물론 레베카 퍼거슨도 매력적이지만 정서적으로는 '베테랑'이나 '암살'을 이기기 어렵다"(윤성은)고 했다.

영화 흥행은 의자 빼앗기 놀이와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성수기에는 그 의자가 하나가 아니라 둘, 셋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영화시장 분석가 김형호씨는 "곧 700만을 돌파할 '암살'은 다른 두 편과는 관객군이 달라진다"며 "손익분기점 기준으로는 세 영화 모두 승자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암살'은 이제 가족 관객이나 화제작을 중심으로 소비하는 관객이, '미션 임파서블'은 이 시리즈에 향수를 가진 30~40대가, '베테랑'은 20~30대를 중심으로 연간 10편 이상 영화를 보는 관객이 각각 주력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2015년 여름 관객은 누구를 챔피언으로 호명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