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6년간 단 한번도 손실안낸 '보석펀드' 10개뿐

2008년 세계 금융위기 때 대다수 펀드가 큰 손실을 봤다. 하지만 경제위기 직후인 2009년부터는 상황이 조금씩 달라졌다. 잘 고른 펀드는 투자자에게 수익을 안겨줬다. 2009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단 한 번도 손실을 보지 않고 매년 플러스 수익을 내 준 펀드가 있었을까?

◇중소형주 섞은 펀드가 좋았다

2009년부터 6년간 가입 가능했던 국내 주식형펀드 442개를 대상으로 조사했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10개 펀드가 1년 단위로 단 한 번도 손실을 보지 않고 수익을 낸 것으로 집계됐다. 그중 중소형주 펀드가 6개였다. 알리안츠베스트중소형주 펀드의 수익률이 가장 높았다. 동양중소형고배당주펀드와 하나UBS코리아중소형주펀드, 삼성중소형포커스펀드가 그 뒤를 따랐다. 1년에 평균 20% 넘는 수익을 냈다. 이 펀드들은 중소형주에 70~90%까지 투자했다. 대형주 비중은 10~30%에 불과했다.

이스트스프링업종1등펀드와 이스트코리아리더스펀드가 이름을 올린 것이 특이했다. 이 펀드는 대형주에 주로 투자하는 펀드지만 중소형주에 적절히 투자하면서 수익률을 올렸다. 지난 5월에는 하나투어와 LG하우시스가 포트폴리오 상위 10개 종목에 이름을 올렸다.

◇두 번의 고비 넘긴 중소형주 펀드

중소형주 펀드는 2011년과 2014년 두 번의 고비를 무사히 넘긴 덕분에 좋은 성적을 냈다. 2011년과 2014년은 국내 주식형 펀드가 손실을 보던 때였다. 각각 11.5%, 4.3%가량의 손실을 봤다. 전체 주식형 펀드 절반 이상이 이때 손실을 내면서 6년 중 4~5년가량 수익을 내는 데 그쳤다. 하지만 당시 손실은 대형주에 집중됐고, 반대로 중소형주는 기회를 잡았다. 2011년부터는 대형주의 상승률이 꺾이기 시작했는데, 이 무렵부터 중소형주가 투자 대안으로 떠올랐다.

2011년부터 꾸준히 손실을 낸 펀드들은 대형주 투자를 고집했던 펀드였다. 유리스몰뷰티플러스와 교보악사그레이트코리아, 삼성마이베스트펀드 등이 대표적이다. 2011년에 차화정(자동차·화학·정유주)에 투자한 비율이 전체 펀드 자산의 50~60%에 달했다는 공통점도 있었다.

◇중소형주 펀드 전망 신중론 다수

하지만 앞으로도 중소형주 비중이 높고 대형주 비중이 낮은 펀드들의 전망이 밝을 것인지에 대해 전문가들은 신중론을 펼쳤다. 그 이유로 두 가지를 꼽았다. 일단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올해 안에 기준금리를 인상하면 중소형주가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크다. 기준금리가 오르면 보통 신흥국 증시에서 자금이 빠져나간다. 신흥국에 속하는 우리나라 증시에서도 급속도로 자금이 유출될 가능성이 높다. 이미 신흥국 펀드에서는 자금이 빠져나가고 있다. 하나대투증권에 따르면 지난달 8일부터 3주간 신흥국 주식펀드에서 자금이 순유출됐다. 지난주 유출 규모는 15억7000만달러였다. 전주 유출량보다 7배가량 늘었다.

금리 인상 기대감에 미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이 오르는 것도 상대적으로 중소형주에 불리하다. 3일 미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1165원을 기록했다. 지난달 31일엔 3년 만에 1170원대까지 오르기도 했다.

이는 대형주에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최근 보름 새 현대차와 기아차·현대모비스의 주가가 3~12% 오른 것은 이 때문이다. HMC투자증권의 변준호 애널리스트는 "원화 약세 덕분에 대형 수출주의 주가는 중소형주보다 덜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간 중소형주가 많이 올랐다는 점도 신중론의 이유였다. 올 들어 대형주는 0.25% 오른 반면, 중소형주는 30% 넘게 올랐다. 중소형주 펀드도 평균 25% 이상 수익을 냈다. 유리자산운용의 이기명 매니저는 "중소형주가 올 들어 많이 올랐기 때문에 이제는 실적을 근거로 정밀하게 분석해서 종목을 고를 때"라고 말했다.

일부에선 대형주와 중소형주의 손바뀜이 일어났던 때를 떠올릴 때라는 분석도 나왔다. 중소형주보단 대형주가 부각되는 시기가 오면 중소형주 투자 비중이 높은 펀드의 수익률이 최근 6년과는 반대로 움직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