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대에도 아직 순수와 순정이 있을거라 믿는다"

불필요한 장치를 제거하고 흰 색의 깔끔한 무대로 꾸며진 화류비련극 '홍도'가 돌아왔다. 지난 4일 예술의 전당 CJ 토월극장에서 연극 '홍도'(연출 고선웅) 프레스콜이 열렸다. 1시간 40분의 전막 공연을 펼쳤고 홍도역에 더블 캐스팅된 예지원과 양영미가 열정적인 연기를 펼쳤다. 예지원은 기자간담회에서 홍도란 역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에 답하는 도중 감정이 북받쳐 올라 울음을 터트리기도 했다. 이날 현장에는 연출 고선웅과 배우 예지원, 양영미, 김철리, 선종남, 유병훈, 홍의준, 견민성 등이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극공작소 마방진 10주년을 맞아 1년 만에 무대를 찾은 화류비련극 '홍도'가 지난 4일 프레스콜을 마치고 5일 부터 약 18일간 공연된다. 이번 공연에는 지난 초연에 참여했던 배우들이 모두 참여했다. 주인공 홍도 역에는 예지원과 2014 동아연극상 여자연기상을 받은 양영미가, 월초 역에는 김철리와 함께 새롭게 선종남이 캐스팅 되었다. 홍의준, 견민성, 최주연, 김영노 등이 작년에 이어 출연한다. 고선웅 연출은 마방진 창단 10주년을 맞아 "감회랄 게 없다. 이제 면허를 따고 운전을 하는 기분이다"라며, "다시 돌아온 홍도는 작년에 비해 배우들의 연기가 더 좋아진거 같다"고 밝혀 마방진 단원들의 연기를 간접적으로 칭찬했다. 이 시대에도 순수와 순정이 있다는 것을 믿길 바란다는 고선웅 연출의 말처럼 홍도는 너무 쉽게 변하는 세상에서 한결같은 무언가를 얻어 갈 수 있는 공연으로 다가온다.

연기하는 도중 울다가 주저 앉을 뻔 했던 예지원은 "홍도역은 해도 해도 슬프다. 우리와 동떨어진 우리 시대지만 우리 시대도 어깨에 많은 걸 짊어지고 사는 현대 여성과 홍도가 닮아 있다. 만화로 얘기하면 홍도는 캔디가 아닌가 싶다"고 밝혔다. 같은 홍도역을 맡은 양영미는 "지금 이야기가 80년 전의 동떨어진 이야기가 아니다. 아들에 대한 사랑으로 유치한 막장 드라마에서 돈봉투를 내밀며 아들과 만나지 말라고 하는 것과 같다"라고 말했다.

경기도립극단 예술단장이자 연극 연출가인 김철리가 이번에도 월초역을 맡았다. "홍도는 연출의 힘이 컷고 연출가로서 배우들이 말을 듣지 않으면 너무 힘이 든다. 그렇기 때문에 배우로서 연출의 말을 잘 듣고 이해하기 위해서 노력했다"며 월초역을 맡은 소감을 전했다. 광호의 아버지 역을 맡은 유병훈은 "홍도의 공연이 시작했을때 너무나 심장이 뛰었다. 직각의 휑한 무대에 색동옷을 입고 감정을 배제하고 음악까지 줄여가며 연기하는 것이 내 자신이 있는 그대로 까발려지는 것 같아 너무도 속시원했다"며 연기의 소감을 밝혔다.

1930년대 젊은이들의 사랑과 삶의 모습을 담은 화류비련극 '홍도'가 현대인의 정서에 맞게 새롭게 탈바꿈해 돌아왔다. 현대를 살아가는 이들에게도 순수와 순정이 있다는 걸 알려주고 앞으로도 쉬우면서 감동을 주는 연극을 선보이겠다는 고선웅 연출의 말에 홍도뿐 아니라 그의 다음 작품 또한 기대하게 만든다.

화류비련극 '홍도'는 8월 5일부터 8월 23일까지 예술의 전당 CJ 토월극장에서 공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