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쿡방해볼까, 내 손안의 '주방 조수'와 함께

"저 네모나게 생긴 '백종원 무쇠칼'은 어디서 사는 거지?"

일명 먹방, 쿡방이 뜨겁게 달아오르자 주방용품 판매도 냄비뚜껑처럼 덩달아 들썩이고 있다. 스타 셰프들이 즐겨 사용하는 이색 조리도구들은 물론 요리의 공정 과정을 줄여주는 실용 제품들이 단연 인기다. 온라인 쇼핑 사이트 '옥션'에 따르면 올 상반기(1~6월) 주방가전과 주방용품 판매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각각 38%와 19% 상승했다. 조리도구를 구매하는 남성이 크게 늘었다는 점도 눈에 띈다. 옥션 관계자는 "아내가 차려준 밥을 먹기만 하던 남편들이 맞벌이 증가와 쿡방 인기로 직접 요리에 나서는 것으로 보인다"며 "온라인 몰에서 주로 가전과 IT 기기를 구매했던 3040 세대 남성들이 올해 부쩍 주방용품과 식품 등 요리 관련 제품을 구매하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귀차니스트들이 사랑하는 '나눔 접시'

주방용품을 구매할 때 남녀 불문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는 항목은 '실용성'이다. 접시의 경우 가장 높은 판매를 보이고 있는 제품은 '나눔 접시'다. 접시 안을 2~4개 부분으로 분할해 여러 음식을 함께 담아도 맛이 섞이지 않는다. 크고 작은 반찬 그릇 설거지해야 할 걱정에 아예 요리를 시도하지 않는 귀차니스트에게 인기다. 2위는 멀티 프라이팬이다. 볶음·튀김·구이 등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어서다. 2중 구조라 보온·보랭 효과가 뛰어나고 손으로 들고 먹어도 뜨겁지 않은 '이중 스테인리스 식기'는 면기(국수 그릇) 중 판매량이 가장 많다. 이 또한 실용성을 중시한 구매 결과로 보인다.

실용성은 특히 남성에게 더 중요한 구매 기준이 되고 있다. 올 상반기 남성들에게 인기였던 접시는 '멜라민 식기'. 멜라민은 플라스틱의 일종으로 가볍고 잘 깨지지 않는다. 반면 여성에게 인기였던 접시는 '스톤웨어'였는데, 다양한 파스텔 색상에 현대적이면서도 단순한 디자인이 돋보이는 도자기 제품이다.

◇야채 다지기 한 개만 있으면 요리 끝!

요리가 서툰 남성들은 조리 과정을 쉽게 해주는 기능성 조리도구에도 큰 관심을 보였다. 30~40대 남성 판매 5위에 오른 '야채 다지기'가 대표적이다. 손잡이를 눌러주기만 하면 애호박, 당근 따위 채소를 손쉽게 다질 수 있다. 칼질할 때 손을 베지 않도록 손가락에 끼우는 '제이미올리버 손가락 보호대', 물에 손 담그지 않고 쌀을 씻게 해주는 '쌀 씻는 주걱', 재료를 썬 다음 모으고 덜기 편리한 접이식 도마 '조셉조셉 린스앤찹 도마', 동그랗고 말랑한 삶은 달걀을 매끈하게 자를 수 있는 '에그 슬라이서' 등 이색 주방용품도 '요리 초보' 남성들의 구입 희망 목록에서 자주 볼 수 있는 기능성 조리도구다.

쿡방에 등장한 제품도 인기다. 주방칼 중 최근 판매 1위를 차지한 제품은 '중식도'라 불리는 중국식 주방칼이다. 칼날이 일반 주방칼보다 훨씬 크고 무겁다. 모양도 끝이 뾰족하고 날렵하게 생긴 한국·일본·서양식 주방칼과 달리 넓적한 직사각형이다.

이 칼은 최근 '예능 대세'로 떠오른 백종원씨가 '집밥 백선생' 등 여러 프로에서 사용하는 장면이 전파를 타면서 시청자들 호기심을 당겼고, 중식 요리사 이연복씨가 '냉장고를 부탁해' 등의 프로에 들고 나오면서 관심이 폭등했다. 중국칼은 처음엔 쓰기 불편하지만, 썰기는 물론 다지기·빻기·으깨기 등 다양한 활용이 가능해 '쓸수록 편리하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