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방마님 내수주, 싱글族이 살렸다

최근 IT와 자동차, 조선 등 대형 제조업 수출주들이 실적 부진으로 주가가 하락하며 코스피지수가 2000선 초반까지 내려왔다. 그러나 음식료와 유통, 생활 필수품 등 내수 관련주들은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이고 있는 종목이 많다. 정부의 경기 부양책과 함께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도 마무리되면서 국내 소비가 점차 살아날 것이라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특히 내수주 가운데서도 1인 가구 소비와 관련된 업종들이 눈에 띄게 오르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000년 전체 인구 가운데 15.6%였던 1인 가구는 올해 27.1%로 증가하고, 오는 2035년에는 34.3%까지 늘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편의점이나 전자상거래, 간편식 업종 등이 주요 1인 가구 관련 내수주로 꼽히며 주가가 최근 3개월간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 중이다.

국내 소비가 가끔씩 많이 사는 쪽에서 조금씩 자주 사는 쪽으로 바뀌면서 백화점과 마트 등 대형 유통주들도 변화된 소비 트렌드를 잡는 데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1인 가구 소비 관련된 편의점·간편식 관련주 강세

가장 대표적인 1인 가구 소비주로 꼽히는 업종인 편의점 관련주들은 최근 주가가 큰 폭으로 상승했다. 편의점 프랜차이즈인 'GS25'를 운영하는 GS리테일 주가는 지난 5월 말 3만9450원에서 5일 5만5900원으로 마감, 두 달여 만에 41.7% 뛰었다. 편의점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도 같은 기간 34.4% 상승했다.

간편한 가공식품으로 식사를 해결하는 1인 가구의 증가로 간편식과 식자재 관련 업종 역시 강세를 보이고 있다. 이마트의 자체 식품 브랜드인 '피코크' 제품의 30%를 제조하는 신세계푸드는 5월 말 이후 18.7% 상승했고, 가정간편식(HMR)과 외식업의 비중을 늘리고 있는 현대그린푸드도 24.4% 올랐다.

가족 단위 소비자들에 비해 1인 가구가 오락·문화와 공연, 여행 등에서 높은 소비 성향을 보이면서 전자상거래를 통해 공연 예매와 여행 예약 등을 대행하는 인터파크도 11.9% 상승했다. 음식료품 제조사인 CJ제일제당과 모바일 게임을 만드는 CJ E&M 등을 자회사로 둔 CJ도 28.3% 뛰었다.

◇대형 유통주도 변화된 소비 트렌드 잡는 데 총력

국내 소비의 흐름이 1인 가구를 중심으로 빠르게 변화하면서 전통적인 유통업체였던 백화점과 대형마트도 잇따라 새로운 소비계층을 잡는 데 주력하고 있다. 특히 주거 비용 상승으로 자동차, 의류 등 고가의 제품을 구매하기 어려워진 대신 외식이나 음식료 등에 많은 돈을 쓰는 '스몰 럭셔리' 인구가 증가하면서 이를 겨냥한 유통업체들의 전략이 다양하게 나오고 있다.

신세계는 프리미엄 식료품 전문 판매점인 'SSG푸드마켓'을 부산 마린시티와 서울 청담동에 이어 지난달 초 서울 목동에도 개설했다. 현대백화점은 오는 21일 문을 여는 판교점의 식품관에 '이탈리' 등 유명 글로벌 식품 브랜드들을 입점시킬 계획이다. 이마트도 올 들어 다양한 가정 간편식 제품들을 출시하면서 자체 식품 브랜드의 종류를 꾸준히 늘리고 있다.

◇1인 가구 소비주 중심 내수주 성장 계속될 듯

전문가들은 1인 가구 소비주를 중심으로 한 내수주들의 실적 개선 흐름이 앞으로 꾸준히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전체 가구 평균에 비해 1인 가구는 지출 규모도 커 앞으로 먹거리를 포함해 여가와 생필품 등을 중심으로 시장이 빠르게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가구의 평균 소비 성향은 73.6%였지만, 1인 가구의 평균 소비 성향은 80.5%를 기록했다.

이준희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연간 영업이익 전망치를 보면 내수주가 수출주에 비해 이익 증가 속도가 더 빠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