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을 위한 재봉틀 소리… 가슴을 꿰매네

사회학자 지그문트 바우만은 "다리의 수송력은 여러 교각이 지닌 힘의 평균값이 아니라 가장 약한 교각의 힘에 좌우된다"고 말했다. 평균화의 맹점에 빠지지 말고 가장 취약한 계층을 살펴야 한다는 뜻이다. 부모는 가장 못난 자식만큼만 행복하다는 말과도 통한다.

오는 13일 개봉하는 다큐멘터리 '위로공단'(감독 임흥순)은 드르르르륵 재봉틀 소리로 열린다. 카메라는 무너지고 폐허가 된 신전에 낀 이끼, 기괴한 모습으로 그것을 뚫고 뻗은 나무줄기, 먹이를 기다리는 거미, 부지런히 오가는 개미들을 찬찬히 담는다. "울고 짜고 해봐야 소용 있나요/ 막노동판에라도 나가봐야죠/ 불쌍한 언니는 어떡하나요/ 오늘도 철야명단 올렸겠지요~"라는 노래가 이어진다.

삶의 조건인 노동을 들여다본 영화다. 한국과 캄보디아에서 제작진이 만난 노동자 66명의 증언은 아프다. 대부분은 해고당한 경험도 들려준다. 흘러간 과거처럼 추억하는 사람도 있고 생존을 위해 여전히 거리에서 투쟁하는 사람도 있다. 짧은 상품 순환주기로 지탱되는 소비사회에서 난파당하는 노동자의 모습이다. '위로공단'은 1970~80년대 우리 노동자가 하던 저임금 노동이 이제는 동남아로 공장을 옮겼거나 한국으로 들어온 이주 노동자가 하고 있다는 것도 일러준다. 자본주의의 급소인 비정규직 문제, 감정 노동자의 상처도 놓치지 않는다.

이야기 자체가 새롭지는 않다. 노동자들의 증언과 증언 사이를 잇기 위해 시적인 영상을 삽입한 재봉술에 더 눈길이 간다. 미라처럼 얼굴 전체를 흰 천으로 감싼 여인, 으깨져서 빨간 얼룩을 남긴 체리, 무심하게 만개한 벚꽃과 불꽃놀이, 어쩌다 작업장에 들어와 나가지 못하는 잠자리, 저물녘 하늘을 가득 메운 까마귀 떼…. 올해 베네치아 비엔날레 은사자상을 받은 '위로공단'은 그 대목에서 더 많은 말을 더 멀리까지 띄워 보낸다. 노동을 너무 좁게 바라봐서 더 큰 공감에 이르지 못하는 점이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