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부가 뿌린 제초제를 맞고 타들어 가던 풀 줄기에서 새싹이 돋아난다. 생명력은 끈질기다. 안쓰러울 정도다. 주어진 환경을 이겨내려는 몸부림을 친다. 이 세상의 모든 생명체는 똑같다. 동물이나 식물이나 아주 작은 곤충도 그러하다. 눈에 보일 듯 말 듯한 한 포기의 여리디여린 식물도 마찬가지다. 어떻게 보면 종족 번식의 고귀한 노력인지 모른다.
세상이 끊어지지 않고 이어지는 근본이지 싶다. 그러한 모습을 유심히 지켜보노라면 우주의 신비를 절감하기도 한다. 그냥 지나쳐버릴 수 있는 주변의 사소한 일에서, 자연에서 생명력을 발견하는 순간을 영원히 남기려 한다. 카메라를 이용하여 사진으로 만드는 일이다. 다른 사람과 공유하는 기쁨도 누린다.
나는 논밭이 둘러쳐진 시골 같은 도회에서 산다. 행정 구역으로는 대도시의 외곽이지만 산과 논밭 그리고 비닐하우스가 즐비하고 대중교통이 닿는 곳에서 들길을 한참 걸어야 집에 다다를 수 있다. 시골에 사는 셈이다. 벼가 무성하게 자란 논 사이로 난 들길을 산책하며 나는 카메라의 셔터를 누른다. 농부가 벼농사를 잘 짓기 위하여 논두렁의 풀을 제거한다.
예전에는 낫으로 베어내곤 했다. 힘 드는 일이었으나 키우는 소의 먹이로 이용하거나 퇴비 만드는 데에 사용했다. 지금은 화학비료를 주로 사용하기 때문에 대부분 논두렁의 풀은 쓸모가 없고 벼가 자라는 데 방해를 한다. 주변의 논 주인들은 논두렁의 풀을 제거하는 방법으로 손쉬운 제초제를 뿌린다. 뿌리고 나면 시들시들하다가 새까맣게 죽어간다.
제초제를 맞고 죽어가던 한 포기의 줄기 중간쯤에 옅은 연두색의 새싹이 돋아난다. 힘겹다. 독하고 독한 제초제와 한판 대결을 펼치고 있다. 마지막 생명이 다할 때까지 주어진 생명의 끈을 놓지 않고 온갖 힘을 쏟아낸다. 마치 “제초제! 한판 붙어보자!”라고 절규하는 것 같다. 끈질긴 생명력을 본다. 카메라 렌즈의 초점을 맞추는 나의 손이 떨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