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가더니 잘나가네"… 부러운 코넥스

올 들어 코스닥시장에 새로 상장된 회사들의 주가가 대부분 공모가에 비해 큰 폭으로 오르자, 코넥스시장에서 이전 상장하려는 기업들이 잇달아 등장하고 있다. 특히 앞서 이전 상장한 회사들의 주가가 공모가 대비 최고 3배 가까이 상승해 코넥스시장 상장사들의 이전 상장 욕구도 큰 상태다.

◇엑시콘·리드·엠지메드·아이진, 이전 상장 심사 중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에 따르면, 올 들어 코넥스시장에서 코스닥시장으로 이전 상장을 완료했거나 현재 상장 예비심사를 받고 있는 회사는 총 6개다. 디스플레이 장비 개발·제조 업체 베셀과 반도체 설계자산(IP) 업체 칩스앤미디어가 이전 상장을 마쳤으며, 반도체 검사 장비 업체 엑시콘과 디스플레이 장비 업체 리드, 분자 진단 전문 기업 엠지메드와 바이오 신약을 개발하는 아이진 등 4개사가 6~7월 상장 예비 심사 청구서를 냈다.

증권업계 일각에서는 올해 코넥스시장에서 코스닥시장으로 이전 상장할 기업이 10여개에 달할 것이라는 추측도 나온다.

김군호 코넥스협회 회장(에프앤가이드 대표이사)은 "아무래도 앞서 이전 상장한 업체들의 주가 흐름이 좋다 보니 이전 상장을 많이들 추진하려는 분위기"라며 "이전 상장 신청에 앞서 기술성 평가를 통과한 코넥스 상장사는 대여섯개쯤 되며, 기술성 평가를 받으려는 회사도 10개가 넘는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새내기주, 공모가 대비 4배까지 상승

코넥스시장 상장사들이 잇달아 이전 상장에 나서는 이유는 올 들어 증시에 입성한 새내기주들의 주가가 상당히 큰 폭으로 올랐기 때문이다.

올해 들어 유가증권·코스닥시장에 상장된 52개사(스팩 포함)의 주가 흐름을 분석한 결과, 공모가 대비 평균 주가 상승률은 40.5%였다.

특히 펩타이드(아미노산 화합물의 일종)를 기반으로 약효 지속성 약물을 개발하는 펩트론은 지난달 22일 상장한 직후 사흘 연속 상한가를 기록하더니, 현재는 공모가(1만6000원)의 4배에 가까운 6만3300원에 거래되고 있다. 부동산 개발사 에스케이디앤디, 주스 제조 업체 흥국에프엔비의 주가도 공모가보다 200% 이상 높다.

올해 상장된 새내기주들뿐 아니라 지난해 코넥스시장에서 코스닥시장으로 자리를 옮긴 회사들의 주가 흐름도 좋다.

지난해 10월 코스닥시장으로 이전 상장한 의료기기 업체 메디아나는 공모가보다 273.4% 높은 가격에 거래 중이다. 시스템통합(SI) 업체 아이티센과 분자 진단 업체 랩지노믹스의 주가는 공모가 대비 각각 190%, 179.5%씩 올랐다.

한국거래소가 지난해 7월 도입한 신속이전상장제도(패스트트랙)와 기술평가제 개편 등도 코넥스시장 상장사들의 이전 상장 문턱을 한층 낮춰줬다고 증권업계 관계자들은 말한다.

패스트트랙이란 연 매출액과 시가총액 등 기존에 중요하게 여겨졌던 평가 요소 대신 다른 기준에서 뛰어난 경영 성과를 낸 업체들이 더 쉽게 이전 상장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현재까지 랩지노믹스·하이로닉·아이티센·베셀이 패스트트랙을 통해 코스닥시장에 입성했는데, 제도 시행 덕에 상장 문턱이 상당히 낮아진 만큼 앞으로 패스트트랙을 거쳐 상장을 추진하는 회사가 더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거래소는 또 올해 4월 기술평가제를 개편했다. 상장 주관사가 직접 평가 기관을 정할 수 있도록 자율성을 인정해주고 기술 기업 상장 특례 대상을 기존 벤처기업에서 일반 중소기업까지 확대했다. 기술신용평가기관에서 기술성 평가를 통과한 회사는 이를 토대로 한국거래소에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할 수 있으며, 심사 통과 여부는 45일 안에 결정된다.

◇코넥스시장도 함께 성장

한편 코스닥시장으로의 이전 상장이 활기를 띠자 코넥스시장 규모도 계속해서 커지고 있다.

현재 코넥스시장의 전체 시가총액은 4조4700억원이 넘는다. 지난 2013년 시장이 개설될 당시 시가총액(9234억원)의 5배에 가까운 규모다. 코넥스시장 상장사는 87개사로, 2013년(45개사)의 2배에 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