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성룡이 쓴 전란의 기억을 마주하다

서애 류성룡(1542~1607)이 쓴 '징비록' 원본이 전시장에 나왔다. 국립민속박물관(관장 천진기)과 한국국학진흥원(원장 이용두)이 광복 70주년을 맞아 9월 30일까지 국립민속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여는 '징비록' 특별전이다.

징비(懲毖)는 '지난 일의 잘못을 경계하여 후환을 조심한다'는 뜻이다. 류성룡은 임진왜란 중 영의정으로서 국난을 극복하고자 했고, 전쟁이 끝난 후엔 고향 안동 하회로 돌아와 왜란의 원인과 전황 등을 정리해 '징비록'을 썼다. 그는 임진왜란 같은 불행한 일이 다시는 없도록 하기 위해 이 책을 쓴다고 했다. 풍산류씨 하회 충효당이 기탁, 한국국학진흥원이 소장 중인 징비록 초간본 원본(국보 제132호)이 이달 31일까지 공개된다.

전시장 안쪽 어둑한 방에서 실물을 만날 수 있다. 류성룡이 사용하던 작은 대나무 책상 아래에 첫 장을 펼쳐 놓았다. "아아, 임진년의 불행은 참담했다. 수십일 사이에 한양, 개성, 평양의 세 도읍을 상실하였고, 팔도가 와해되었으며, 임금이 피난하는 지경에 이르렀음에도 오늘날까지 있게 된 것은 하늘이 도운 것이다."

2종의 목판본 '징비록'과 책판, 류성룡과 사이가 각별했던 오리 이원익(1547~1643) 집안이 소장하고 있는 한글본 '징비록', 류성룡이 임진왜란 당시 쓰고 입었던 투구와 갑옷 등 30여점이 전시된다. 바로 옆 상설전시관에서 열리는 풍산류씨 집안의 가족 이야기 '충효 이외 힘쓸 일은 없다' 전시까지 놓치지 마시길. (02)3704-31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