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인 것이 하동의 단천 계곡, 구례의 홍류동 계곡, 함양의 국골 등이다. 이 계곡들은 모두 하동의 화개골, 구례의 피아골, 함양의 칠선 계곡 같이 유명한 계곡의 지류이거나 갈래를 이루고 있다. 큰 계곡 도로변에는 사람들이 바글거리지만, 그 옆으로 길이 있는 듯 없는 듯, 내려오는 물도 많지 않아 보이는 작은 내(川)가 있다. 그리로 살짝 돌아 올라가면 신기하게도 작은 폭포와 하늘도 보이지 않게 나무로 둘러싸인 못을 만날 수 있다. 인적마저 드무니 벌거벗고 놀아보고 싶은 유혹이 일 정도다. 이런 곳이 많다 보니 재미있는 실화가 있다. 산골 사람 한무리가 벌거벗고 조용한 계곡에서 노는데 위쪽에서 처녀가 생머리 늘어뜨리고 알몸으로 멱을 감고 있었다. 무리 중 한 사람이 이를 우연히 보고 "아이고 이런 곳에서 처자 혼자 벗고 놀면 무섭거나 켕기지 않소" 하며 농을 던지니 처자 왈. "보는 지가 흥분하지 벗은 내가 몸이 다나"라고 되받아쳤더란다. 요즘 트렌드로 해석하자면 자신만의 방식으로 유유자적 즐기면 그뿐 아니냐는 얘기 아닐까. 단, 이런 계곡에서는 요리를 하거나 비누 등을 사용하는 것은 금물. 갑자기 비가 오면 캠핑도 위험하니 조용히 들어가 즐기다 나오는 것이 좋다.
◇섬진강, 패러글라이딩으로 조망하고 카누로 누빈다
섬진강은 하구에 큰 둑이 없어 바닷물과 민물이 교차하는 데다 자연하천의 특성을 잘 간직하고 있다. 상류에 댐이 많아 물이 많이 줄었으나 다양한 보존활동으로 생태계가 복원되고 경관이 살아나면서 최근 레저활동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카누와 패러글라이딩. 강을 따라 천천히 흘러가며 주변을 감상하는 카누는 남녀노소 누구나 편히 즐길 수 있다. 특히 강변 모래톱이나 섬을 만나 잠시 배를 세우고 새들이 노니는 장관을 시원한 커피 한 잔과 함께 즐긴다면 더할 나위 없다. 요즘에는 카누를 타다 강변 나무 그늘막에서 그림을 그리거나 은어, 쏘가리 낚시를 함께 즐기는 이들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패러글라이딩은 섬진강과 지리산, 넓은 들의 풍광이 어우러진 경치를 변화무쌍한 바람에 안겨 즐기는 매력이 남다르다. 구례의 오산에서 시작해 바람을 타고 고도를 높이다 보면 어느덧 노고단과 마주하고, 강을 따라 돌다 보면 수달 생태보호구역의 수려한 속살이 그대로 드러난다. 단, 오래 타다가 하늘에서 멀미할 수 있으니 염두에 두시라. 그 외에도 카약은 지리산 북쪽 엄천강에서, 래프팅은 섬진강과 산청의 경호강에서도 즐길 수 있다.
◇'수박 한쪽'의 인심 기대할 수 있는 지리산 둘레길
어느 순례자가 빗속에 우의를 입고 길을 걷고 있었다. 우연히 함께 길을 가던 아이는 그냥 비를 맞는다. 순례자가 물었다. "얘야. 너는 우의나 우산이 없니? 왜 그냥 비를 맞니?" 아이가 되물었다. "세상 만물이 다 비를 맞는데 왜 저만 비를 피해야 하죠?" 겨울엔 춥고 여름엔 덥다. 그걸 피하기보다 즐길 줄 안다면 그게 자연인이다. 그렇게 지리산을 즐기는 이들은 한여름에도 걷는다. 다만 대낮 땡볕에 나서지 않고 이른 아침과 늦은 오후를 이용한다. 무리하게 맞서는 것은 만용일 뿐이라. 지리산 하면 보통 주능선 종주를 떠올리며 그 경험을 훈장 딴 듯 자랑하는 이가 많다. 그러나 산골마을과 삶의 숨결 따라 스미듯 이어가는 걸음의 매력은 더 많은 이를 지리산으로 이끈다. 그것이 둘레길이다. 마을과 마을을 이어가다 한낮에 인근 마을 정자에서 쉬고 있는 어르신들과 인사도 하고 덕담도 나누어 보시라. 여행자가 길에 넘쳐도 마을 사람들이 늘 얼굴 마주하던 이웃 아닌 사람과 소통하는 것은 드문 일이다. 특히 어르신들은 자기와 즐겁게 어울려주는 여행객에게 수박 한쪽 인심(?) 정도는 흔쾌히 쏘기도 한다. 운 좋은 여행객은 어르신들이 모여드시는 점심식사에 초대받기도 한다. 여행객이 거기서 '한국인의 밥상' 같은 마을 어머님들 손맛의 결정체를 만난다.
지리산 둘레길 중 특히 여름에 좋은 코스를 꼽으라면 비교적 한적하고 숲이나 계곡을 끼고 있는 코스를 고르라고 권하고 싶다. 대표적으로 구례의 오미~방광, 함양의 동강~수철, 산청의 운리~덕산 코스를 꼽을 수 있다. 지리산 둘레길 외에 서산대사 길로도 많이 알려진 의신옛길과 뱀사골 와운마을 가는 길, 구례 화엄사에서 연기암 가는 길을 권할 만하다. 짧지만 시원하게 땀 흘릴 수 있는 길들이다.
오미마을 한옥 펜션과 게스트하우스
구례의 고택 운조루와 행복마을로 유명한 오미마을에는 한옥 펜션이 즐비하다. 운조루와 곡전재 같은 고택에서도 숙박과 각종 체험이 가능하고, 새로 지은 한옥에는 다양한 편의시설이 잘 갖추어져 있어 인기가 높다. 초가집 체험을 원한다면 산에사네 등 나무와 황토로 만들어진 초가 게스트 하우스들을 이용해보자. 문의 061-782-0352.
일자르디노 펜션
하동군 금남면에 자리한 일자르디노 펜션은 주인장의 캠핑 요리가 유명하다. 펜션을 통해 카누 체험도 할 수 있다. 숙박객에게 셀프 바비큐와 비어캔 치킨을 추가 요금 없이 제공한다. 지리산과 남해를 잇는 요충지에 조용히 자리하고 있어 산과 강, 바다를 함께 즐길 수 있는 게 장점. 경남 하동군 금남면 금정길 73-23. 문의 055-882-2237 또는 055-884-0369
※ 지리산씨협동조합에서는 이 밖에도 지리산과 섬진강 일대 여행 및 레저·트레킹 관련 정보를 제공한다. 061-782-0352. jirisanc@gmail.com
[먹거리]
섬진강변 휴게소 국수
이곳 주인장은 병환 치유를 위해 지리산에 들어왔다가 산과 강에 반해 결국 섬진강변에 눌러앉았다. 구례와 하동의 경계에서 누구도 돌보지 않아 쓰레기 더미였던 휴게소를 넘겨받아 이후 깨끗이 관리하며 소박한 국수를 낸다. 굽이쳐 흐르는 섬진강 경치를 보며 등나무 아래서 먹는 국수 한 그릇이 답답했던 마음을 강물에 시원히 내려보낸다. 잔치국수 4000원. 재첩·검은콩국수 6000원. 구례군 토지면 외곡리 1062. 문의 010-4591-2547
청솔가든의 참게가리수제비
허영만의 '식객'에 등장했던 집. 옛날 먹을 게 귀하던 시절 마을 주민들이 몇 마리 잡은 참게를 껍질조차 버리기 아까워서 통째로 맷돌에 갈고, 가마솥에 온갖 야채와 곡물가루를 넣어 끓인뒤 나눠 먹은 데서 유래한다. 참게를 가는 번거로운 절차 때문에 맛보고 싶다면 전화 예약은 필수다. 참게가리수제비 1만원. 전남 곡성군 오곡면 대황강로 1560. 문의 061-362-69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