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가지만 제대로 되면 보이스피싱 설 땅 없다
입력 : 2015.08.13 00:46
①신속한 번호차단
새 번호 개설 따른 불편 주고 한 번호로 많은 통화 못해… 범죄 조직 지치게 만들어
②발신번호 조작 방지
수사기관 사칭한다 해도 발신번호 통해 알 수 있게 통신社에 기술조치 의무화
③지연 송금제
현행 30분에서 더 늘리고 인출액 한도 크게 낮춰야… 獨선 송금에 1~2일 소요
'02-6204-29○○'.
보이스피싱, 스팸 전화번호를 신고할 수 있는 휴대전화 무료 애플리케이션 '후후(who who)'에 3207명이 신고한 전화번호다. 후후를 관리하는 KT CS 관계자는 "지난 6개월간 최소 3000명이 이 번호가 찍힌 전화를 받고 보이스피싱 피해에 노출됐지만, 이 번호는 아무런 제지 없이 지금도 사용되고 있다"고 했다.
보이스피싱 피해액은 2006년 6월부터 지난해까지 5731억원에 달한다. 물론 피해의 1차 책임은 전화 받는 당사자에게 있지만, 범죄 근절을 위해선 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이스피싱 범죄를 담당하는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부와 경찰청 수사국의 전문가들을 심층 인터뷰한 결과, 이들은 "보이스피싱 조직을 힘들고 지치게 만들면 범죄를 근절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그러면서 이들은 ①신속한 번호 차단 ②번호 조작 금지 ③송금 지연 등 크게 3가지의 개선책을 제시했다.
보이스피싱, 스팸 전화번호를 신고할 수 있는 휴대전화 무료 애플리케이션 '후후(who who)'에 3207명이 신고한 전화번호다. 후후를 관리하는 KT CS 관계자는 "지난 6개월간 최소 3000명이 이 번호가 찍힌 전화를 받고 보이스피싱 피해에 노출됐지만, 이 번호는 아무런 제지 없이 지금도 사용되고 있다"고 했다.
보이스피싱 피해액은 2006년 6월부터 지난해까지 5731억원에 달한다. 물론 피해의 1차 책임은 전화 받는 당사자에게 있지만, 범죄 근절을 위해선 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이스피싱 범죄를 담당하는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부와 경찰청 수사국의 전문가들을 심층 인터뷰한 결과, 이들은 "보이스피싱 조직을 힘들고 지치게 만들면 범죄를 근절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그러면서 이들은 ①신속한 번호 차단 ②번호 조작 금지 ③송금 지연 등 크게 3가지의 개선책을 제시했다.
◇신속한 번호 차단 필요
보이스피싱이 의심되는 전화번호를 신속하게 차단하면 범죄 조직은 새로운 번호를 개설해야 한다. 그만큼 수고와 불편이 따를 수밖에 없고, 한 번호로 대량 보이스피싱을 저지르는 것도 막을 수 있다. 하지만 간단해 보이는 이 '번호 차단'이 우리 수사기관에는 불가능한 일이다. 보이스피싱으로 의심되는 전화번호에 대해 통신사에 번호 차단을 요구할 수 있는 법규 자체가 마련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의심되는 전화번호의 신속한 차단을 제도화하는 게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고 지적한다. 실제 '성매매 의심 전화번호'의 경우 통신사 차원에서 성매매 의심 신고가 들어오면 일시 차단 조치가 가능한데, 이는 통신사와 가입자 사이에 약관이 맺어져 있다. 경찰 관계자는 "무고한 피해자가 양산될 수 있는 보이스피싱의 경우도 성매매 의심 전화를 차단하는 것과 같이 신속하게 번호를 차단할 수 있는 법적인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발신 번호 조작을 막는 게 시급
번호 차단과 함께 시급한 대책은 발신 번호 조작을 막는 것이라고 한다. 최근 범죄 조직은 검찰이나 경찰을 사칭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들이 사용하는 번호는 실제 수사 기관의 지역번호, 전화번호 앞자리가 일치해 받는 사람을 혼란에 빠뜨린다. 검찰 관계자는 "대부분의 피해자가 일단 번호가 그럴듯해 헷갈리기 시작하고, 범죄 조직의 탁월한 연기에 속아 돈을 송금한다"고 했다.
이에 정부는 올해 4월 법 개정을 통해 발신 번호 조작을 금지하고, 통신사에 이를 막기 위한 기술적 조치를 의무화하도록 했다. 현재 SKT·KT·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는 기술적 조치를 완료했다.
그러나 문제는 일반인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은 '별정 통신사'에서 벌어진다. 별정 통신사들은 통신 3사의 회선을 임차해 이동통신 영업을 하는데 전국적으로 수백개 업체가 있다고 한다. 이 중소 통신사들은 비용과 기술 문제로 발신 번호 조작을 금지하는 조치를 구축하기 어려운데, 보이스피싱 조직들이 바로 이 별정 통신사를 주로 이용한다. 별정 통신사가 난립하다 보니 번호 조작 방지가 어려울 뿐 아니라 번호 차단을 위한 수사 협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한다. 검찰 관계자는 "발신 번호 조작을 막는 기술 조건이 완비되면, 관공서 전화번호를 따로 등록해 전화를 받는 사람이 진짜 관공서에서 온 전화인지 아닌지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 구현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지연 송금제, 효과 있지만 30분으로는 부족하다
금융감독원은 현재 보이스피싱 피해를 막기 위해 이체된 현금을 은행 자동화기기(ATM)에서 찾으려면 입금된 때부터 30분을 기다려야 하는 '지연 인출제도'를 시행 중이다. 실제로 지난달 부산의 한 새마을금고 직원이 84세 노인이 보이스피싱에 속아 송금한 돈을 9분 만에 알아채 피해를 막기도 했다. 금융감독원은 지연 인출제도의 효과가 나타나자 다음 달부터 이 제도에 해당하는 인출 금액을 300만원 이상에서 100만원 이상으로 낮췄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보이스피싱 완전 소탕을 위해선 30분은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검찰 관계자는 "시민이 작은 불편을 감수하면 큰 피해를 막을 수 있다"며 "지연 송금 시간을 늘리고 모든 금융기관이 이에 동의하면 보이스피싱 조직은 현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게 돼 한국을 떠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독일에서는 인터넷으로 송금하고 돈을 찾는 데 평균 1~2일이 걸리도록 하고, 홍콩에선 이체 신청을 하면 은행 직원이 수신 계좌가 블랙리스트에 올랐는지 등을 점검해 실제 송금에 몇 시간씩 지연이 발생하도록 한다.
보이스피싱이 의심되는 전화번호를 신속하게 차단하면 범죄 조직은 새로운 번호를 개설해야 한다. 그만큼 수고와 불편이 따를 수밖에 없고, 한 번호로 대량 보이스피싱을 저지르는 것도 막을 수 있다. 하지만 간단해 보이는 이 '번호 차단'이 우리 수사기관에는 불가능한 일이다. 보이스피싱으로 의심되는 전화번호에 대해 통신사에 번호 차단을 요구할 수 있는 법규 자체가 마련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의심되는 전화번호의 신속한 차단을 제도화하는 게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고 지적한다. 실제 '성매매 의심 전화번호'의 경우 통신사 차원에서 성매매 의심 신고가 들어오면 일시 차단 조치가 가능한데, 이는 통신사와 가입자 사이에 약관이 맺어져 있다. 경찰 관계자는 "무고한 피해자가 양산될 수 있는 보이스피싱의 경우도 성매매 의심 전화를 차단하는 것과 같이 신속하게 번호를 차단할 수 있는 법적인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발신 번호 조작을 막는 게 시급
번호 차단과 함께 시급한 대책은 발신 번호 조작을 막는 것이라고 한다. 최근 범죄 조직은 검찰이나 경찰을 사칭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들이 사용하는 번호는 실제 수사 기관의 지역번호, 전화번호 앞자리가 일치해 받는 사람을 혼란에 빠뜨린다. 검찰 관계자는 "대부분의 피해자가 일단 번호가 그럴듯해 헷갈리기 시작하고, 범죄 조직의 탁월한 연기에 속아 돈을 송금한다"고 했다.
이에 정부는 올해 4월 법 개정을 통해 발신 번호 조작을 금지하고, 통신사에 이를 막기 위한 기술적 조치를 의무화하도록 했다. 현재 SKT·KT·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는 기술적 조치를 완료했다.
그러나 문제는 일반인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은 '별정 통신사'에서 벌어진다. 별정 통신사들은 통신 3사의 회선을 임차해 이동통신 영업을 하는데 전국적으로 수백개 업체가 있다고 한다. 이 중소 통신사들은 비용과 기술 문제로 발신 번호 조작을 금지하는 조치를 구축하기 어려운데, 보이스피싱 조직들이 바로 이 별정 통신사를 주로 이용한다. 별정 통신사가 난립하다 보니 번호 조작 방지가 어려울 뿐 아니라 번호 차단을 위한 수사 협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한다. 검찰 관계자는 "발신 번호 조작을 막는 기술 조건이 완비되면, 관공서 전화번호를 따로 등록해 전화를 받는 사람이 진짜 관공서에서 온 전화인지 아닌지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 구현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지연 송금제, 효과 있지만 30분으로는 부족하다
금융감독원은 현재 보이스피싱 피해를 막기 위해 이체된 현금을 은행 자동화기기(ATM)에서 찾으려면 입금된 때부터 30분을 기다려야 하는 '지연 인출제도'를 시행 중이다. 실제로 지난달 부산의 한 새마을금고 직원이 84세 노인이 보이스피싱에 속아 송금한 돈을 9분 만에 알아채 피해를 막기도 했다. 금융감독원은 지연 인출제도의 효과가 나타나자 다음 달부터 이 제도에 해당하는 인출 금액을 300만원 이상에서 100만원 이상으로 낮췄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보이스피싱 완전 소탕을 위해선 30분은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검찰 관계자는 "시민이 작은 불편을 감수하면 큰 피해를 막을 수 있다"며 "지연 송금 시간을 늘리고 모든 금융기관이 이에 동의하면 보이스피싱 조직은 현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게 돼 한국을 떠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독일에서는 인터넷으로 송금하고 돈을 찾는 데 평균 1~2일이 걸리도록 하고, 홍콩에선 이체 신청을 하면 은행 직원이 수신 계좌가 블랙리스트에 올랐는지 등을 점검해 실제 송금에 몇 시간씩 지연이 발생하도록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