닮은 듯 다른 듯… 韓日 디자인이 걸어온 50년

올해 한·일 국교 정상화 50주년을 기념해 기획됐던 문화 행사 상당수가 축소됐다.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양국 관계로 인해 상대 국가로부터 작품이나 유물을 빌려오기가 여의치 않아진 데다 선뜻 후원하겠다는 기업도 거의 없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립현대미술관이 광복절을 앞두고 국교 정상화 50주년 기념전으로 '그래픽(시각) 디자인'을 들고 나왔다. 11일부터 10월 18일까지 서울관에서 여는 '交, 향(그래픽 심포니아)'전이다.

양국을 대표하는 그래픽 디자이너 1세대부터 30대 젊은 디자이너까지 112명이 참여했다. 한국 측에선 안상수체로 유명한 시각 디자이너 안상수, 한국 최초의 아트디렉터 이상철 등이, 일본 측에선 '디자인의 디자인' 등의 저서로 국내에 두터운 팬층을 지닌 하라 켄야, 유니클로 아트디렉터인 사토 가시와 등이 참여했다. 하라 켄야는 "디자인은 세상의 조화로운 균형을 찾는 데 필요한 중요한 교양"이라며 "양국이 역사를 함께 보고 공유할 수 있는 가치를 찾았으면 한다 "고 말했다.

그러나 디자이너의 인지도, 국교 정상화 기념전이라는 거창한 타이틀에 비춰 봤을 때 전시 수준은 아쉽다. 전시장엔 지난 50년간 양국 그래픽 디자인의 변화를 보여주는 포스터, 캘리그래피, 기업 이미지(CI) 등이 벽면에 다닥다닥 붙어 있다. '서로, 어우러져 진동한다' '양국이 함께 부르는 합창'이란 의미를 담았다는 전시 제목이 무색하게 두 나라 디자이너가 협업한 작품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1988년 서울 올림픽과 1964년 도쿄 올림픽 포스터, 1993년 대전 엑스포와 1970년 오사카 엑스포 포스터 등 비슷한 행사를 다룬 양국 포스터를비교해 보는 게 그나마 재밋거리다. 이들 국제 행사 개최에 양국 간에 20년 가까운 간극이 있었을 정도로 과거 국력과 경제력 차이가 있었지만, 최근 젊은 디자이너들의 작업에선 수준 차가 한층 줄어든 것도 위안이다.

인쇄 매체로 주로 전달되는 그래픽 디자인만을 다뤘기 때문에 구성도 단조롭다. 기획위원으로 참여한 김경균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일상에서 사람들이 가장 가깝게 느끼는 시각 예술이 그래픽 디자인이라 주제를 좁힌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전시장에서 만난 한 전시 관계자는 "(국립현대미술관 상위 기관인) 문화체육관광부의 김종덕 장관이 디자인, 그중에서도 시각 디자인을 전공하지 않았냐"고 겸연쩍어 했다. 이 전시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이 2013년 11월 개관 후 처음 여는 디자인 전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