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년 만에 낸 앨범… 주제는 광복 70년

"밀린 숙제를 끝낸 기분이에요."

14년 만에 새 앨범을 낸 가수 남궁옥분(57·사진)은 "이제 내 음악 인생의 제2막을 시작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앨범 재킷에는 '광복 70주년'이라고 적혀 있다. 그는 "오래전에 만들어둔 노래들인데 그동안 발표를 미뤄왔던 것들"이라고 말했다.

수록곡은 6곡. 타이틀곡인 '아리랑'을 비롯해 '금강산' '봉선화'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함께' 등 모두가 나라와 민족, 역사와 관련된 이야기를 노래하고 있다. 특히 민요를 활용한 '아리랑'과 일본군위안부 피해자들을 위로하기 위해 만든 노래 '봉선화'가 눈길을 끈다. 10년 전 광복 60주년을 기념해 즉석에서 최백호·이문세·김세환·박학기·변진섭·김범룡 등 친한 가수들을 모아서 녹음한 '함께'도 의미 깊다. "내가 무슨 자격으로 광복이나 위안부 같은 거창한 주제에 대해 노래하나 싶은 생각도 있었어요. 그래도 광복 70주년이 되니 더 이상 미뤄선 안 되겠다 싶어 용기를 냈습니다."

원래 성악가를 꿈꾸던 남궁옥분은 우연히 참가한 '쉘부르 콘테스트'에서 우승한 것을 계기로 1979년 가수로 데뷔했다. 1981년 발표한 '사랑 사랑 누가 말했나'가 큰 인기를 누리면서 스타덤에 올랐고, 이어 '꿈을 먹는 젊은이' '나의 사랑 그대 곁으로' 등을 히트시키면서 정상의 인기를 누렸다. "너무 빠른 성공이 자만을 불러왔던 거죠. 어린 나이였으니 중심 잡기도 어려웠고요." 곧 슬럼프가 왔고 이후 앨범도 연이어 실패하며 서서히 잊혔다. 게다가 성대 결절까지 걸렸다. 그래도 노래를 포기할 순 없었다. 재활 치료를 받고 경기도 미사리 카페를 돌면서 노래했다. 돌파구를 찾으려고 보컬 트레이너를 찾아가 기초부터 다시 배우기도 했다.

그는 "오래 걸리긴 했지만 이제야 내 목소리를 찾아가는 것 같다"며 "새 앨범을 내기 전에 꼭 한 번 사람들에게 가수로서 들려주고 싶었던 얘기를 담은 것이 이번 광복 70주년 앨범"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