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TC BB' 갈수록 활력 잃어가는 까닭은…

비상장기업 주식 거래 2부 시장인 'K-OTC BB'가 출범한 지 100일 넘게 지났지만 좀처럼 활력을 찾지 못하고 있다. 하루에 거래되는 종목이 전체 199개 중 3개 정도밖에 되지 않고 거래 대금은 지난 4월 출범 당시와 비교해 5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K-OTC'는 유가증권시장이나 코스닥시장에 상장되지 않은 기업의 주식을 매매하는 역할을 한다. K-OTC BB는 K-OTC조차 들어가지 못한 비상장 기업을 대상으로 자금 조달을 쉽게 해주기 위해 만들어졌다. 132개 종목이 거래되는 K-OTC 시장과 달리 K-OTC BB 시장에서는 최소한의 요건을 갖춘 모든 비상장 회사의 주식을 거래할 수 있다.

◇하루 평균 거래 대금·종목 수 감소… 침체된 K-OTC BB

18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K-OTC BB의 하루 평균 거래 대금은 지난 4월 1억1404만원에서 이달에는 2313만원으로 5분의 1 가까이 감소했다. 하루 평균 거래 대금도 5월 8005만원, 6월 4984만원, 지난달 4235만원으로 매달 줄어들고 있다.

일평균 거래 종목 수는 지난 5월 7.4개에서 이달 들어 3.1개로 절반이 넘게 줄어들었다. 6월에 5.5개를 기록한 후 지난달 3.5개로 감소하는 등 시간이 지날수록 거래 종목이 줄어드는 추세다. 지난 11일부터 13일까지 3일 동안에는 하루에 2개 종목만 거래되기도 했다.

거래 종목 수는 개설 당시 75개에서 전날 199개로 늘어났지만, 이 중 투자자들이 주식을 매매하기 위해 제시하는 가격인 '호가'를 게시한 종목은 81개뿐이었다. 지난달 평균 221건이던 하루 호가 건수도 전날 167개로 감소했다. 이 중 매도 호가 건수가 140건이었는데, 매수 호가 건수는 27건이었다. 주식을 팔고 싶어하는 사람은 많은데 사려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은 것이 문제다.

◇상장 폐지 기업 주로 거래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지난 4월 K-OTC BB 출범 당시 "기업공개(IPO)나 인수·합병(M&A) 이외에 모험 자본의 투자 자금 회수 경로를 다양화해야 한다"면서 "투자자가 거래를 원하는 종목이 있을 경우 즉시 거래 대상을 추가하는 등 모든 비상장주식 거래가 가능하도록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들은 K-OTC BB의 거래가 활성화되면 창업 초기 기업이 자금을 쉽게 조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현재 K-OTC BB에서 거래되는 종목 상당수가 유가증권시장이나 코스닥시장에서 상장 폐지된 종목이다. 이달 들어 매일 거래가 성사된 유일한 종목은 지난 4월 상장 폐지된 경남기업이었다. 이외에도 에이스하이텍·잘만테크·터보테크·우양에이치씨 등 이달에 거래된 31개 종목 중 64.5%(20개)가 증시에서 퇴출된 기업이었다.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최근 상장 폐지된 종목의 주식을 처분하려는 투자자가 많아서 생기는 현상이다"며 "상장을 준비하는 우량한 종목들도 거래가 되는데, 이 종목들은 물량이 많이 없어서 거래가 활발히 이뤄지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정보 공개 등 제도 개선 뒤따라야"

전문가들은 정보 공개 등 제도 개선 없이는 K-OTC BB 시장 활성화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현재 K-OTC BB 홈페이지에는 호가 게시판만 마련돼 있을 뿐 투자자가 참고할 만한 회사 실적 등의 정보는 제공되지 않는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K-OTC BB에서는 비상장 기업들의 주식을 거래하다 보니 투자자가 회사에 대해 알 수 있는 정보가 거의 없다"면서 "투자자들을 끌어들일 수 있을 만한 정보가 공개되기 전까지는 거래 활성화를 기대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거래가 불편하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K-OTC BB에서 거래하기 위해서는 증권사 지점을 직접 방문하거나, 전화로 호가를 제시해야 한다. 현재 증권사 홈트레이딩시스템(HTS)에서는 관련 기능을 제공하지 않고 있다.

☞K-OTC BB

금융투자협회가 운영하는 비상장 주식 호가 게시판으로 장외 시장인 'K-OTC'의 2부 시장이라고도 한다. KDB대우증권, NH투자증권, 대신증권 등 7개 증권사를 통해 거래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