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도 떨어지니… 車·부품株 폭락장에도 강세

지난 11일 중국 인민은행이 미국 달러화에 대한 위안화의 기준가격을 전날보다 1.86% 높은 6.2298위안으로 고시한 뒤 계속해서 위안화의 가치를 떨어뜨리면서 국내 수출주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올 상반기까지 계속된 엔화 약세와 원화 강세로 글로벌 시장에서의 가격 경쟁력이 떨어져 고전하던 자동차 관련주들은 최근 위안화 가치 절하로 신흥국 통화인 원화 가치도 떨어지자 눈에 띄게 오르고 있다. 반면 위안화 가치 하락으로 인해 중국 수출 비중이 높거나, 중국과 경쟁 관계인 기계와 철강, IT, 조선 등 다른 수출주들은 크게 하락 중이다.

◇엔低로 신음하던 車·부품주, 원화 가치 하락에 기지개

20일 현대자동차는 전날보다 0.7%(1000원) 오른 14만90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최근 한 달간 현대차 주가는 12% 상승했다. 17일부터 코스피지수는 나흘 연속으로 하락하며 1914선까지 밀렸지만, 현대차는 오히려 사흘째 상승했다. 기아자동차 역시 한 달 동안 10.5% 올랐다.

관련 부품주들 역시 전체 증시의 하락 속에서도 상대적으로 강한 방어력을 보이고 있다. 평화정공은 한 달간 7.6% 상승했고, 현대모비스와 만도도 각각 5.1%, 1.3% 올랐다.

자동차 업체들의 주가가 강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최근 원화 가치가 떨어지면서 수출을 통한 실적 개선 기대감이 점차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7월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1010원을 밑돌았지만, 20일에는 1185.1원을 기록해 1년여 만에 17% 넘게 상승했다(원화 약세). 최근 들어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가까워지고 있는 데다, 지난 10일부터 중국이 위안화 가치를 떨어뜨리는 조치를 내놓으면서 신흥국들의 통화가치가 계속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지난달 중순 이후 달러에 대한 원화 가치가 약세로 바뀌면서 환율에 민감한 자동차 업종의 주가가 반등했다"고 말했다.

◇中 수출 비중 높은 업종은 타격…저가 수주 가격 공세도

그러나 위안화 가치 하락으로 중국과 경쟁 관계에 놓였거나, 중국에 대한 수출 비중이 큰 업종들은 주가가 빠르게 하락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중국산(産) 저가 제품들에 대한 국내 수출품의 가격 경쟁력이 떨어진 데다, 중국의 수입 구매력도 약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20일 기계 업종에 속한 두산인프라코어는 전날보다 6.2% 내렸고, 최근 한 달 동안은 24.9% 하락했다. 중국과 경쟁 강도가 높은 2차전지를 생산하는 LG화학도 한 달간 21.1% 떨어졌다. 중국산 저가 스마트폰의 공세로 고전하던 삼성전자 역시 9.8% 하락했다.

대표적인 경기 민감주인 조선과 철강 역시 위안화 절하에 따른 실적 악화 우려로 약세를 보이고 있다. 대우조선해양과 현대중공업은 한 달간 각각 29.9%, 16.7% 내렸고, 포스코도 7.6% 떨어졌다. 홍준표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원화에 대한 위안화의 가치가 5% 떨어질 경우 국내 총수출은 약 3% 감소하고, 특히 기계업종은 5.5%의 수출이 줄어들어 가장 큰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중국의 중간재 자급률이 높아져 위안화 절하에 따라 중국의 수출 개선이 한국의 수출 증가로 이어지는 효과도 예전만 못하다"고 덧붙였다.

◇日 추가 부양·美 금리 인상 등도 변수

최근 원화 약세에 따른 자동차 관련주들의 상승 흐름이 계속 지속된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최근 일본 경기가 다시 둔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일본이 다시 통화정책 완화 카드를 꺼내 들 경우 엔화 가치가 다시 빠르게 하락할 수도 있다는 이유에서다. 지난 17일 발표된 일본의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전 분기 대비 -0.4%를 기록, 최근 3분기 만에 다시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중국의 위안화 절하로 인해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도 언제부터 시작될지 예측하기 힘들어졌다"며 "당분간 환율이 어떤 방향으로 움직일지 알기 어려워진 만큼 수출주보다는 환율에 덜 민감한 내수 소비주에 투자하는 편이 더 안전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