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 1000만? 나도 곧 천만이야

한국 영화가 올여름 장외 홈런 두 방을 날린다. '베테랑'(감독 류승완)이 23일까지 900만 관객을 모으면서 1000만 돌파 초읽기에 들어갔다. 여름 시장에서 '암살'(감독 최동훈)과 '베테랑'이라는 이른바 '쌍천만 영화'를 처음 배출하는 것이다. 한 시즌 두 편의 천만 영화는 2013~2014년 겨울 '변호인'과 '겨울왕국'으로 거둔 적 있지만 이번엔 둘 다 한국 영화다.

8월 들어 한국 영화의 시장점유율은 64.4%로 7월까지의 부진을 만회했다. 2주 간격으로 개봉한 '암살'과 '베테랑'이 빠르고 밀도 높게 관객을 흡수했다. 하지만 두 영화는 흥행 패턴이 비슷하면서도 달랐다고 CGV 리서치센터는 분석했다. 천만 흥행의 조건을 일곱 갈래로 정리한다.

◇주연 배우의 힘＝전지현·이정재·하정우가 주연한 '암살'과 황정민·유아인의 '베테랑'은 배우의 힘이 막강했다. 최동훈, 류승완 두 감독은 자신이 잘 파악하는 배우들을 기용했다. '암살'의 하정우, '베테랑'의 유아인 등 처음 호흡을 맞춘 이들도 기대 이상의 화학반응을 일으켰다. 7월 11일부터 8월 9일까지 SNS 연관어 분석(CGV리서치센터)에 따르면 '암살'에서 '하정우'는 '전지현'에 이어 근소한 차로 2위에 올랐고 '베테랑'에서는 '유아인'이 독보적인 1위였다.

◇방학시즌＝여름방학은 겨울방학보다 짧지만 관객이 가장 몰리는 극성수기다. 7월 22일 개봉한 '암살'은 첫 주 토·일요일에 각각 95만명이 관람할 만큼 시장을 지배해나갔다. 8월 5일에야 '암살'과 '미션 임파서블'이 점령한 시장에 뛰어든 '베테랑'은 출발이 불리했다.

◇5일마다 100만명 달성＝개봉 3일차에 '암살'은 147만명, '베테랑'은 132만명을 모았다. 열흘 만에 '암살'은 541만명, '베테랑'이 510만명으로 목표를 초과 달성했다. 이런 쏠림은 화려하면서도 씁쓸하다. 두 편이 동시에 대박을 치면서 나머지 영화는 스크린을 확보하기 어려웠고 관객도 불편을 감수해야 했다.

◇40대 이상 30%＝천만 영화는 모든 연령층의 지지를 고루 받아야 한다. 20~30대가 핵심인 영화 시장에서는 특히 40대 이상 관객의 비중이 중요하다. '암살'은 40%, '베테랑'은 32%를 찍었다.

◇페이스메이커＝흥행 마라톤에서는 긴장감을 주는 러닝메이트가 있어야 기록 단축에 도움이 된다. '암살'은 개봉 2주차부터 '미션 임파서블'과 쌍끌이 흥행하며 700만 고지를 밟았다. '베테랑'도 두 경쟁작과 각축전을 벌이면서 1위를 질주했다.

◇개봉 3주차 공휴일＝휴일 관객은 평일의 2배. 흥행 파워 떨어지는 개봉 3주차에 공휴일이 끼면 뒷심을 낼 수 있다. '암살'은 임시 공휴일(8월 14일) 지정으로 수혜자가 된 반면 '베테랑'은 3주차에 개학을 만나 관객이 줄었다.

◇5% 이상 재관람률＝본 영화를 다시 보는 관객이 있고 없고는 큰 차이다. 남의 손을 붙잡고 극장으로 오기 때문에 효과가 증폭된다. 재관람률은 '암살'(5.3%)이 '베테랑'(3.9%)보다 우세했다. 영화 시장 분석가 김형호씨는 "여름 극장가에서 관객은 다양한 영화를 보기보다 유행을 소비하거나 안전한 선택을 하는 경향을 보였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