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정의 세월, 일제강점기의 한(恨)을 어머이의 삶으로 풀어낸다

광복 70주년 기념 창작오페라 <어머이 아라리>가 다가오는 8월 30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우리 민족의 아픈 역사를 후세에 기억하게 하여, 이 세상 어느 곳에서도 또 다시 이러한 비극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일념으로 가득 찬 이 작품은 일제강점기를 치열하게 살아낸 이 나라 어머니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지난 2012년 국립오페라단 창작오페라 팩토리사업에 선정되어 이미 작품의 우수성을 입증 받은 <어머이 아라리>는 광복 70주년을 맞아 유네스코에 지정된 '아리랑'을 통해 우리민족의 가슴 아픈 역사를 뒤돌아 보는 시간을 갖게 한다. 창작오페라 <어머이 아라리>를 통해 일제강점기 시대 우리민족의 상처를 치유하고 격정의 세월을 살아낸 우리 어머님들의 숭고한 삶을 상기하며 그 시절 우리네 어머니들의 삶을 재조명하여 우리네 어머니들이 과거의 아픔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시간이 될 것이다. 

나라를 걱정한 아버지와 가족을 사랑한 어머니

창작오페라 <어머이 아라리>는 일제강점기 강원도 정선의 어느 두메산골을 배경으로 한다. 독립운동을 하는 남편 전씨가 만주로 떠나고 홀로 남은 전씨 부인은 두 아들과 두 딸을 혹독한 가난 속에서 키워낸다. 열병에 걸린 자식들이 죽어간다는 소식에 몰래 집에 들린 남편 전씨는 잠복하고 있던 일본 순사에게 붙잡힌다. 일본방직공장으로 가면 아버지를 살려주겠다는 일본순사의 말에 속아 큰 딸 정옥은 위안부로 끌려가고, 작은 딸 정선은 일본인 농장주 마사키의 농장에서 경리 일을 한다. 남편 전씨는 혹독한 고문을 이겨내지 못한 채 죽게 된다.

마사키는 작은 딸 정선을 겁탈하고 남은 딸 정선마저 잃을까 두려웠던 어머니는 둘을 결혼 시킨다. 정선은 마사키의 아이를 임신하여 만삭이 되었다. 그 해 8월, 일본의 패전으로 조선은 일제의 식민통치로부터 해방을 맞는다. 마사키는 본국으로 떠났고 정선은 같이 떠나는 것을 거절한다. 이웃으로부터 친일파, 매국년이라는 모진 수모를 겪어야 했던 모녀는 일본인 피가 섞였다는 이유로 뱃속의 자식에게까지 해가 될까 두려워 온 나라가 해방의 기쁨으로 들끓을 때 춤추며 노래하는 군중들과 고향을 뒤로하고 만삭인 배를 추스르며 울지도 웃지도 못하는 아픔으로 본인들을 알아보지 못하는 곳을 향해 아리랑 고개를 넘어 정처 없이 떠난다.

대본 및 작곡을 맡은 한정임 작가는 "현지처의 이야기, 위안부의 이야기, 독립군의 이야기 등 정말 조심스러운 작업임에 틀림없고, 들추고 싶지 않은 기억들이지만 반드시 기억해야 하는 역사이기도 하다"라며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또한 "어린 시절 들었던 내 할머니, 내 어머니의 이야기와 가족들의 가슴 아픈 이야기를 기억하고 있다. 그래서 나는 오페라를 썼다기 보다 일기를 썼다고 하고 싶다. 일기는 허구가 아니라 실제 있었던 일을 기록하는 것이기 때문이다"라며 소감을 밝혔다.

한민족의 대표적인 자산이자 민족의 정서를 대표하는 노래 '아리랑'과 작품의 공간적 배경이 되는 강원도 정선을 중심으로 '정선 아리랑'을 창작오페라로 무대화하여 종합예술로 승화한 <어머이 아라리>는 정선과 정선아리랑을 기억하게 될 것이다.

▶창작오페라 <어머이 아라리> 2015년 8월 30일 오후 4시 세종문화회관 대극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