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 인생 즐기는 새 빛 찾았어요"

"집 앞 안양천에 산책을 자주 다니는디, 경관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어유. 이걸 워디 사진으로라도 냄겨놓고 싶다고 생각했지유."

윤혜경(86) 할머니는 여든다섯 살이던 지난해에 사진을 배우기 시작했다. 사진기는 대학생 손자에게 빌렸다. 그 카메라를 들고 할머니는 지난해 두 달 동안 매주 사진 수업을 들었다. 그 후 안양천 곳곳에 렌즈를 들이대고 사진을 찍었다. 고목(古木)에 기대듯 피어 있는 꽃송이들, 그리고 나뭇가지 사이로 보이는 석양의 하늘 등을 카메라에 담았다.

다음 달 4일부터 사흘간 윤 할머니를 비롯한 42명의 할아버지·할머니 '시니어 사진가'들이 찍은 사진이 서울 광화문 조선일보 미술관에서 전시된다. 지난해부터 근래까지 '조선일보 시니어 사진 교실'을 수료한 1~5기생 150여명 가운데 사진에 푹 빠진 사람들이 모임을 만들어 '색(色)'이라는 주제로 여는 사진전이다.

나이는 사진을 배우려는 열정에 장애가 되지 못했다. 이인형(78) 할아버지는 새벽 하늘부터 해가 질 때까지 하늘의 하루를 4장의 사진으로 엮어 출품했다. 이 모습을 담아내기 위해 아내와 함께 서울 경복궁부터 경기도 안성 고삼저수지, 강화도 장화리 등 전국 각지를 다녔다. "집사람이 모델·코치·감독을 다 해요. 같이 사진 찍으러 다니면서 불면증이 없어졌대. 나도 그래요. 생각한 대로 사진이 딱 찍혀 나오면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는 거지. 이런 것도 사는 기쁨이로구나 싶어."

오광섭(73) 할아버지는 "나이를 먹으면 사람이 말이 많아진다는데, 사회적으로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길이 줄어들기 때문 아닌가 싶다"며 "사진에 내 마음을 담아낼 수 있어 아주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주로 백로(白鷺)를 찾아다니며 찍는다는 윤성만(74) 할아버지는 이번 전시에 지난해와 올해 경기도 광주와 용인에서 찍은 백로 사진을 내놨다. "물을 박차고 올라가는 모습이지요. 그걸 포착하려고 집중하다 보면 잡념이 없어져요. 자연의 아름다움을 새삼 발견하는 눈도 생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