南北 협상 벌어진 43시간… 발 동동 구른 영화가 있다고?

남북한이 무박 4일, 43시간에 걸쳐 협상을 벌이는 동안 결과를 초조하게 기다린 영화가 한 편 있었다. 설경구·여진구 주연으로 9월 24일 개봉하는 '서부전선'(감독 천성일). 1953년 휴전을 사흘 앞두고 서부전선에서 펼쳐지는 전쟁 드라마다. 그런데 개봉을 한 달 남기고 실제로 서부전선에서 지뢰·포격 도발이 일어나 남북이 준(準)전시 상황으로 치달았으니 영화보다 현실이 더 '극적'인 셈이었다.

"북한이 '48시간 안에 확성기 방송을 중단하라'고 못 박았을 때 한참 후반 작업을 하고 있었어요. 저희끼리 '그 시한까지 우리도 후반 작업을 미루자'는 농담을 주고받았습니다. 이 영화와 상관없이 속상한 일이었는데 잘 해결됐다니 천만다행이에요."

25일 열린 '서부전선' 제작보고회에서 만난 천성일 감독은 "투자사·배급사에서 걱정을 많이 했다"며 이렇게 말했다. 배급사 관계자는 "가장 중요한 것은 영화적 완성도지만 외적인 요인도 무시할 수 없다. 외부 환경이 흥행에 불을 붙일 수도 있고 물을 끼얹을 수도 있는데 긴장 국면에서 벗어나 마음이 놓인다"며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서부전선'은 농사짓다 끌려온 국군 남복(설경구)이 잃어버린 일급작전비밀문서(비문)가 인민군 탱크병 영광(여진구)의 손에 들어가면서 꼬이는 이야기다. 비문을 잃어버리면 총살당하는 남복과 탱크를 잃어버리면 총살당하는 영광은 임무 완수를 위해 엎치락뒤치락한다. 천 감독은 "마지막 임무를 마치고 평범한 삶으로 돌아가고 싶어하는 두 사람의 이야기"라며 "남북의 극한 대치가 아니라 화해·화합을 말하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서부전선'에 전쟁 영웅은 없고 살아남아 집에 가고 싶어하는 두 졸병만 있다. 자식을 군에 보낸 부모 마음도 비슷할 것이다. 이날 제작보고회에서 설경구가 "내가 니 아빠뻘이야 인마"라고 농을 던지자 여진구는 "살려주시라요"로 받았다. 두 배우는 "'서부전선'은 추석 명절에 여러 세대를 아우를 수 있는 따뜻한 드라마"라고 입을 모았다.

영화는 극장 밖 현실에 영향을 받는다. 1930년대 독립군 이야기를 그린 '암살'은 올해가 광복 70주년이라서 더 주목받았고, 을(乙)이 갑(甲)을 누른 '베테랑'은 최근 재벌가의 폐해 때문에 더 시원한 쾌감을 선물했다. 지난해 '명량'은 세월호 참사 이후 리더십의 결핍을 파고들어 1760만 관객을 모았다. '서부전선'이 이번에 겪은 북한 리스크는 결과적으로 이 영화 흥행에 호재일까, 악재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