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한 분까지 찾아가 감사 인사 드릴겁니다"

미국 텍사스주 킬린시(市)에서 지난 30일 오후 6·25 참전용사를 위한 보은 만찬 행사가 열렸다. 참전용사 35명과 가족, 한인 교포 등 250여명이 모인 자리에서 최승우(육사 21기·74) 예비역 육군 소장이 연단에 올라 영어로 연설했다.

"참전용사 여러분, 이제 겨우 나이가 80대네요. 점점 더 힘세고 건강해지는 데다 말쑥하게 차려입은 모습이 1950년 한국 왔을 때 그대로입니다."

청중이 한바탕 웃었다. 최 장군은 "여러분께서 대한민국을 위해 수고하신 큰 은혜에 보답하고자 작은 메달과 감사장을 전하는 이 일이 저에게는 큰 영광"이라고 했다.

최 장군은 6·25 발발 50주년이었던 2000년부터 매년 미국의 도시와 보훈병원을 돌며 참전용사 보은 행사를 열고 있다. 2006년부터 작년까지 충남 예산 군수로 일하면서도 미국을 방문해 참전용사를 위로했다. 15년간 12개 주, 30여개 도시를 찾아가 7500명 넘는 참전용사에게 자비로 만든 기념 메달과 감사장을 전달했다. 지금까지 쓴 돈만 2억원이 넘는다고 한다.

최 장군은 1999년 테네시주 녹스빌시가 7월 11일을 '최승우 장군의 날'로 정해 그를 초청한 이후 미군 참전용사를 위한 보은 행사를 열기로 다짐했다. 녹스빌시가 초청한 이유에 대해 그는 "정호용·오자복·이상훈 국방장관의 보좌관으로 있는 동안 한·미 우호 증진을 위해 일한 공로를 인정해 준 것 같다"면서 "나를 그렇게 대우해주니 나 역시 보답하고 싶었다"고 했다.

그는 보은 행사 연설 때마다 6·25 당시 미8군 사령관이던 밴플리트 장군 이야기를 한다. 그의 아들인 밴플리트 2세 중위는 폭격기 조종사로 6·25에 참전했다가 포격을 맞고 실종됐다. "6·25 당시 142명의 미군 장성이 아들을 한국전에 보냈습니다. 그중 35명이 전사하거나 부상당했습니다. 참전용사 여러분은 모두 밴플리트 2세의 정신을 나눈 영웅입니다. 신념에 따라 국가의 명을 행동으로 실천한 대한민국의 영원한 은인입니다."

그는 인천상륙작전 해병 용사 클리프 알퍼만씨를 잊을 수 없다고 했다. "녹스빌시에서 보은 행사를 하는데 임종 직전인 알퍼만씨 측으로부터 나를 보고 싶다는 연락이 와서 2시간 차를 타고 가서 만났어요. 병상에 누운 그분께 메달을 걸어드렸더니 빛바랜 옛 사진을 보여주며 당시 전투 얘기를 하셨어요. 임종을 앞둔 사람이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또렷하게 설명하며 좋아하던 모습이 선합니다."

최 장군이 보훈병원을 방문하기 하루 이틀 전에 참전용사가 숨지는 경우도 종종 있다. 그는 "6·25 후유증으로 병상에서 수십 년을 보내고 있는 분도 많다"며 "귀에 대고 '코리아(Korea)'라고 외치면 대부분 주르르 눈물을 흘린다"고 했다.

이 같은 최 장군의 활동을 기념해 녹스빌시에 이어 테네시주 클락스빌시, 텍사스주 템플시와 킬린시도 '최승우 장군의 날'을 지정했다. 매사추세츠·켄터키·오리건·메릴랜드·테네시주 주지사는 그에게 감사장을 주었다.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 시청은 그의 보은 행사에 답하는 의미에서 45일간 태극기 게양식을 열었다고 한다. 최 장군은 오는 10일까지 텍사스·미주리·뉴욕·뉴저지 등을 돌며 인천상륙작전 65주년 기념 보답 행사를 연다. 그는 "단 한 분이라도 참전용사가 살아 있는 한 보은 행사를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