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 自然… 부서진 가족 관계를 보듬다

100만부를 바라보는 색칠놀이 책 '비밀의 정원', 높은 시청률을 기록 중인 '삼시세끼', 캠핑 열풍…. 시간이 걸리고 때론 불편하지만 우리를 근원적인 세계와 밀착시켜주는 것들이다. 빠르고 편한 세상에서 겪는 공허감 때문에 더 끌리는지도 모른다.

10일 개봉하는 '앙: 단팥 인생 이야기'(감독 가와세 나오미)는 자연을 비추며 삶을 돌아보게 하는 힐링 영화다. 이야기는 납작하게 구운 반죽 사이에 팥소를 넣어 만드는 일본 전통빵 도라야키를 파는 작은 가게를 중심으로 회전한다. 팍팍한 삶에 지친 가게 주인 센타로(나가세 마사토시)에게 어느 봄날 "아르바이트를 하고 싶다"며 할머니 도쿠에(기키 기린)가 찾아온다. 외로운 단골 소녀 와카나(우치다 가라)까지 대리 가족과 같은 이들 3대(代)가 주인공이다.

계절은 봄으로 열려 여름·가을·겨울을 지나 봄으로 닫힌다. 센타로와 와카나는 만개한 벚꽃도 눈에 담지 못한 채 뿌리 뽑힌 사람처럼 하루하루를 흘려보낸다. 그들 앞에 도쿠에가 나타나 손수 팔을 걷어붙인다. 팥을 물에 불리고 체로 걸러 찬물에 헹구고 삶아서 뜸을 들이고 떫은 물을 흘려보내고 설탕 넣고 다시 끓이고 으깨지지 않게 저어주고…. 뭉근히 달여서 물엿 넣고 보여주는데 팥 알갱이가 살아 있다. "팥들을 극진히 모셔야 해. 밭에서 여기까지 힘들게 와 주었으니까. 설탕과 친해질 때까지 기다려야지, 맞선 같은 거야."

카메라가 이 수공업을 찬찬히 따라가는 동안 불과 물, 자연과 음식의 관계를 이해하게 된다. 센타로와 와카나에겐 도라야키 '실패작'처럼 저마다 상처가 있다. 반면 도쿠에는 센타로의 빚이나 와카나의 고독보다 위중한 사연 때문에 사회와 격리돼 살았지만 새처럼 자유롭다. 팥과 달, 바람의 이야기에 귀 기울일 줄 안다. 도쿠에가 센타로에게 "언젠가는 사장님만의 특별한 도라야키를 만들어낼 것"이라고 믿어줄 때, 와카나에게 "학교가 시시하면 재미있게 바꿔봐. 좋아하는 일을 하고 살아야지"라며 미소 지을 때 관객도 격려받은 기분이다.

올해 칸 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 개막작이었다. '너를 보내는 숲'(2008)에서도 가족 간의 상실을 주제로 삼았던 가와세 나오미 감독은 이번에도 부서진 가족 관계를 자연으로 보듬는다. 기술 발전으로 절약한 시간을 가지고 우리는 더 바쁘게 산다. 늘 피로하다. 이 영화는 특별한 무언가가 되지 못해도 살아갈 의미가 있는 존재라고 말한다. 우리가 종종 산이나 바다, 빙하처럼 인간이 아닌 것과 접촉하고 싶어하는 까닭이 뭔지 일러준다. 113분, 12세 관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