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맛 잡은 식품株' '변신한 유통株'는 웃었다

8월 증시 분위기는 냉랭했다. 중국이 위안화 가치를 절하하자 중국 경제에 대한 우려감이 높아지면서 증시는 약세장에 돌입했다. 8월 이후 코스피지수는 5.7%가량 떨어졌다. 중소형주 강세에 힘입어 780 선까지 치솟던 코스닥지수는 6.5%가량 하락했다. 업종을 가리지 않고 우후죽순 주가가 떨어졌지만 그중에서도 선방한 종목은 있었다. 먹고(食·식) 사는(賣買·매매) 일과 관련 있는 일부 소비주는 상대적으로 덜 하락했다. 일부 주가는 8월 약세장에서도 오히려 주가가 올랐다.

◇새롭거나 편하거나… 식료품주의 약세장 타개법

음식료주가 모두 오른 것은 아니다. 새로운 식감으로 소비자 입맛을 사로잡았다거나,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간편조리식 사업을 잘할 것으로 보이는 업체 주가만 약세장에서 빛을 봤다.

농심 주가는 8월 이후 17.4%가량 올랐다. 신제품 '짜왕'의 인기 덕분이다. 짜왕은 굵은 면발이 특징인 짜장라면이다. 출시 2개월 만에 220억원 넘게 팔렸다. 짜왕의 편의점 판매가는 1500원으로 기존 짜장라면(1000원)보다 50% 정도 비싼데도 히트작이 됐고, 이 덕분에 농심은 2분기에 깜짝 실적을 발표할 수 있었다. 교보증권 서영화 애널리스트는 "농심의 2분기 영업이익은 242억원으로 증권가 예상치(160억원)를 큰 폭으로 웃돌았다"고 말했다.

롯데푸드·현대그린푸드·CJ프레시웨이는 간편조리식 사업에 대한 기대감에 8월 이후 9~28%가량 주가가 올랐다. 롯데푸드의 주가 상승에는 강력한 유통망을 가진 롯데마트가 간편조리식 매장을 확장하고, 거기에 롯데푸드와 함께 만든 제품을 대거 깔아둘 것이라는 기대감이 작용했다. 현대그린푸드도 마찬가지다. 현대그린푸드가 식품을 만들고 현대백화점과 현대홈쇼핑으로 간편조리식을 적극적으로 유통하면 현대그린푸드의 기업 가치가 오를 것이란 전망이 주가를 끌어올렸다. 하이투자증권 이상현 애널리스트는 "1인 가구나 맞벌이 부부만이 사는 가구 수가 늘어나면서 간단히 조리해 먹을 수 있는 간편조리식 시장이 커질 수밖에 없다"며 "일본 간편조리식 산업을 보면 우리나라의 시장 확대도 급속도로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유통주의 변신, 약세장서 주가 지켰다

변신에 성공한 유통주들은 약세장에서도 강했다.

편의점과 수퍼마켓을 운영하는 GS리테일의 주가는 19.0% 올랐다. 증시 전문가들은 담배만 주로 팔던 편의점이 다양한 먹거리 상품을 판매하기 시작하면서 영업이익이 높아진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IBK투자증권 안지영 애널리스트는 "편의점 자체 상표 식품의 배치와 판매가 모두 늘어나고 있다"며 "편의점이 남길 수 있는 이익이 늘었다"고 말했다. 골목 어귀를 지키던 영세 수퍼마켓이 편의점으로 빠르게 대체되는 것도 GS리테일엔 호재다. 한국투자증권은 올 상반기 GS25 점포가 454개 순증했다며 올해 말엔 800개까지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백화점 사업을 주로 했던 전통적인 유통주도 두 가지 방법으로 변신을 꾀하면서 8월 이후 주가가 올랐다. 롯데쇼핑의 주가는 13.5%가량 상승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8월 중 경영권 분쟁으로 주가가 오른 것도 있지만 온·오프라인 연계로 매출이 늘어날 것이란 전망도 상승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한국투자증권 여영상 애널리스트는 "롯데쇼핑은 오프라인 매장과 온라인몰 연계에 가장 적극적인 곳"이라고 말했다.

현대백화점은 판교점 개점 기대감에 8월 중 주가가 올랐다. 8월 약세장에서 주가가 2%가량 올랐다. 다만 판교점 개점 이후엔 주가가 소폭 떨어졌다. 현대백화점은 판교점에 축구장 2배 면적의 식료품점을 꾸리며 '국내 최대 식품관' 타이틀로 집객에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해외 유명 먹거리 브랜드를 모두 모아놨다. 유안타증권의 김태홍 애널리스트는 "오프라인 백화점에게 집객은 매우 중요하고, 안정적인 매출이 나올 수 있는 먹거리로 판교점을 꾸민 것은 일단 현명한 전략으로 보인다"며 "과거 명품 브랜드로만 치장하던 백화점 전략이 달라진 것을 십분 반영한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