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이 答… 인문계를 왜 가나요"

"박정희·박근혜 대통령에게 훈장을 받은 사람이 또 있을까요? 44년 외길 기술인 인생을 인정받은 것 같아 뿌듯합니다."

40년 전인 1975년 동탑산업훈장을 받았던 시계 장인 최창묵(60)씨가 지난 1일 은탑산업훈장을 받았다. 44년간 시계 수리·유통 매장을 운영하며 우리의 시계 기술 발전에 기여한 공로다. 국제기능올림픽대회 지도위원으로서 특성화고 학생들을 위한 강의 등 다양한 봉사와 기증 활동을 통해 후학을 양성해온 공로도 인정받았다. 그는 현재 대한민국명장회 회장이기도 하다.

전북 고창 농부 집안 5남매의 장남인 최씨는 열네 살이던 1969년 겨울 "학교 가겠다"며 집을 나선 길로 상경했다. '기술을 배워야만 잘 먹고 잘살 수 있다'는 선생님 말씀 때문이었다. 소년은 남대문 시계학원을 찾아가 낮엔 걸레 빨고 칠판을 닦았고, 밤엔 쪽방에서 잤다. 시계 부품을 만지며 기술을 연마한 지 6년이 지난 1975년,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국제기능올림픽에서 시계 부문 금메달을 수상했다. 시계 왕국인 스위스·일본 등을 제치고 아시아인 최초로 딴 시계 부문 금메달이다. 귀국하자 정부는 카퍼레이드를 해줬고, 다른 수상자들과 함께 청와대로 직행했다. '기술보국(技術保國)'의 기치 아래 금메달을 따면 '국위를 선양했다'며 스포츠 금메달리스트와 동급으로 예우하던 시기다. 당시 직접 훈장을 걸어준 뒤 수상자들과 둘러앉아 환담하던 박정희 대통령이 최씨에게 물었다고 한다. "박 대통령은 기술에 대해 관심이 많은 분이셨어요. 저에게 '시계 정밀 부문에서 한국인 최초로 금메달을 땄다던데, 무슨 공정으로 어떻게 자웅을 겨루느냐'며 자세히 물으셨죠. 제 설명에 몸을 기울이고 유심히 들으셨어요."

한국은 이제 격년으로 열리는 국제기능올림픽에서 19번의 종합우승과 5연패라는 성과를 올리며 기능 강국 대열에 선 나라가 됐다. 시계 기술자로 명성을 얻은 최씨는 올해 브라질 국제기능올림픽에도 자비를 들여 응원 가서 후배들을 독려했다. 재작년 18번째 종합우승을 축하하는 자리를 만들어준 박근혜 대통령에게 그는 38년 전에 박정희 대통령과 찍은 사진첩을 선물했다.

"시대가 바뀌어 가고 있어요. 자질과 상관없이 기를 쓰고 인문계에 진학하는 풍토가 점차 수그러들고 있습니다. 우리도 선진국처럼 실업계·이공계 학생이 전체의 70~80%에 이르도록 해야 합니다." 최씨는 요즘 전국을 돌며 마이스터고·특성화고 학생과 폴리텍대학생들을 만나 기술인의 삶과 가치를 알리는 데 힘쓰고 있다. 초·중학생 대상의 진로 지도와 직업 체험 행사도 다달이 마련한다. "학생들에겐 제가 나고 자라고 배우고 익힌 얘기를 그대로 들려줍니다. 요점은 이거죠. 기술을 배워라. 그러면 얼마든지 잘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