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연평해전' 투자 벤처캐피털, 수익률 100% 올려

침체됐던 한국 영화 시장이 살아나고 있다. '천만 영화(관객 1000만명 이상을 동원한 영화)'가 '명량' 외에 한 작품도 없었던 지난해와 달리, 올여름 비슷한 시기에 개봉한 '암살'과 '베테랑'이 천만 영화 대열에 합류했다. 한국 영화들이 잇따라 흥행에 성공하자 영화에 투자한 벤처캐피털들도 투자금의 두 배 이상 수익을 내는 등 양호한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영화 투자 업계 관계자들은 이 외에도 많은 기대작이 올 하반기 중 개봉을 앞두고 있는 만큼 벤처캐피털들의 투자 실적도 개선세를 이어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베테랑·연평해전·국제시장, 기대 수익률 100%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개봉한 영화 중 가장 많은 관객을 모은 한국 영화는 암살이며 베테랑과 '연평해전'·'조선명탐정: 사라진 놉의 딸'이 뒤를 잇고 있다. 작년 12월에 개봉된 '국제시장' 역시 개봉 이후 1400만명의 관객을 모았다.

영화 투자 업계 관계자들에 의하면 이 중 두 배 이상의 수익률을 기록할 것으로 기대되는 작품은 베테랑·연평해전·국제시장 등 3개다. 베테랑에는 컴퍼니케이파트너스·타임와이즈인베스트먼트·동문파트너즈·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 등이 총 15억원을 투자했다. 이 중 한 투자사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시점에서 베테랑의 기대 수익률은 100%가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총 제작비가 80억~90억원 수준이며 손익분기점은 관객 수 280만명이었다.

연평해전도 손익분기점(300만명)의 두 배에 달하는 600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현재까지 약 100%의 수익률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 영화에는 동문파트너즈가 5억원을 투자했으며 이미 투자금을 회수한 상태다. 벤처캐피털은 아니지만 IBK기업은행이 30억원을 투자했다.

지난해 말 개봉한 국제시장도 현재까지 100%에 조금 못 미치는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이 영화 투자 건은 아직 정산이 안 된 상태인데, 부가판권 등 추가 수익이 계속 들어오고 있어 최종 정산 시점에서의 수익률은 100%가 넘을 것이라고 벤처캐피털 관계자들은 전망한다. 대성창투·유니온투자파트너스·산수벤처스·타임와이즈인베스트먼트·이수창업투자 등이 총 85억5000만원을 투자했다.

◇암살, 벤처캐피털 투자금 100억원에 달해

올해 개봉작 중 가장 많은 관객을 모은 암살은 투자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낮다. 총제작비가 225억원에 달해 손익분기점도 관객 수 660만명으로 상당히 높은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이 영화에는 유니온투자파트너스·미시간인베스트먼트·대성창투·타임와이즈인베스트먼트·이수창업투자·지온인베스트먼트·KTB네트워크·일신창업투자 등이 97억원 이상을 투자했는데, 현재까지 수익률이 약 50% 정도인 것으로 추산된다. 다만 누적 관객 수가 계속 증가하고 있으며 부가 판권 수익도 들어올 것으로 기대돼 최종 정산 시점에서의 수익률은 더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올해 개봉한 한국 영화 중 넷째로 많은 관객을 동원한 조선명탐정은 타임와이즈인베스트먼트·SM콘텐츠인베스트먼트 등으로부터 24억원의 투자금을 받았으며, 투자 수익률은 10~20% 정도로 추산된다. 한 벤처캐피털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올 상반기까지만 해도 한국 영화 중 이렇다 할 히트작이 몇 개 없어 투자 업계의 분위기도 좋지 않았는데, 하반기 들어 여러 작품이 흥행에 성공하며 벤처캐피털 실적도 다시 좋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사도·대호·도리화가 등 기대작 개봉 앞둬

영화 투자 업계 관계자들은 올 하반기 여러 개의 한국 영화 기대작들이 개봉을 앞두고 있는 만큼, 벤처캐피털의 수익성 개선이 지속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오는 16일에는 이준익 감독이 연출하고 송강호·유아인이 주연을 맡은 영화 '사도'가 개봉하며 12월에는 박훈정 감독, 최민식 주연의 '대호'가 개봉한다. 대호에는 총제작비 170억원이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