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만에 대통령 다시 만난 작업반장

"기억이 선명합니다. 당시 황남대총 발굴단장이었던 고(故) 김정기 박사님이 박정희 대통령 옆에 서서 설명하실 때 영애였던 박근혜 대통령이 주의 깊게 보시던 기억이 나요. 40년 만에 다시 경주 발굴 현장에 오셨네요(웃음)."

7일 경주 월성(月城·사적 제16호) 발굴 현장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악수한 최태환(73) 작업반장은 40년 전에도 경주 땅을 파고 있었다. 현장에선 그를 '전설적 반장'이라 부른다. 발굴 인부로 출발해 작업반장으로 50년간 현장을 지킨 최고참 현역 맨이다.

이날 나선화 문화재청장은 박 대통령에게 "40년 전 황남대총 발굴 현장에도 인부로 참여하셨던 분"이라고 최 반장을 소개했다. 나 청장이 "땅 색깔만 봐도 유물이 있는지 없는지 판단할 정도로 전문성이 있다"고 하자 박 대통령은 "힘드신데 애써 주셔서 감사하다. 건강하시라"고 격려했다.

해방 이후 한국 고고학의 본격 발굴은 경주관광개발계획 일환으로 1973년 조사가 이뤄진 천마총 발굴이 시작이다. 최 반장은 초창기 경주 지역의 거의 모든 발굴 현장에 있었다. 천마총·황남대총·안압지·황룡사 등 경주 고고학 발굴사의 살아 있는 역사이자 주역인 셈이다.

고고학 발굴조사 보고서엔 이름 한 줄 올라가지 않는 '작업반장'이지만 그는 "경주 토박이로서 경주 유적을 발굴하는 보람과 긍지를 느낀다"고 했다. 50년 발굴 인생 중 황남대총 북분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꼽았다. 그는 "김동현 박사님이 꺼내고 내가 받았는데 허리띠, 금제 굽다리 접시 등이 쏟아져 나오는 걸 보고 가슴이 벅차올랐다"고 했다.

요즘도 최 반장은 아침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땡볕에서 발굴을 한다. 그가 이끄는 인부 80명이 모두 60~70대다. 그는 "월성이 아마 내 인생의 마지막 발굴 현장이 될 것 같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