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魂 실어… 몸짓에 韓國史 새겨냈죠

일제강점기, 함흥에서 태어난 모친은 광복 이후 70년간 굴곡진 근현대사를 온몸에 새기며 살았다. 전설적 무용가 최승희로부터 신무용과 남방춤을 배운 뒤 백두산 근처로 국군 장병 위문공연을 갔다가 '빨리 너부터 피하라'는 어머니 말씀에 흥남철수 배에 올랐다. 혈혈단신으로 대전에 정착한 후엔 무용에 뼈를 묻었다. "어머니는 국난에서 나라를 구한 위인들을 주인공으로 무용극을 만드셨어요. 그래야 조국이 하나 되어 부강해질 거라 믿으셨어요. 남북이 통일돼야 당신 어머니를 다시 뵐 수 있을 거라 생각하셨거든요."

한국무용가 김운미(58) 한양대 예술체육대학 학장은 모친 얘기에 눈시울을 붉혔다. 그녀의 어머니는 원로 한국무용가인 미산(美山) 이미라(85) 선생이다. 10~11일 이틀간 서울 국립중앙박물관에서 한국 창작춤 전문단체 쿰(KUM)댄스컴퍼니와 손잡고 다큐댄스시리즈 '축제 70'을 선보이는 김 학장은 "한국 근현대사를 주요 사건마다 굵게 잘라 한국무용과 영상이 어우러진 무용극으로 꾸몄다"며 "평생 가슴에 품고 산 어머니의 과거와 그분에게서 춤을 배우며 자란 저의 현재가 만나 다가올 미래를 희망차게 이끌어나가자는 의미를 담았다"고 했다.

공연은 10여 개의 독립된 짧은 이야기들을 하나로 이은 옴니버스 형식이다. "이야기는 8·15 경축 행사가 열리는 2015년의 광화문 광장에서 시작하지만 어느 순간 이순신 장군이 조선을 구하는 임진왜란 때로 되돌아가서 명성황후 시해, 유관순 열사가 태극기를 흔든 3·1만세운동, 해방, 분단, 산업화 그리고 오늘날의 경쟁시대로 이어져요."

그녀는 이번 공연을 2012년 겨울 쓰러져 지금도 병석에 누워 있는 모친을 위해 후배 무용가로서 경의를 담아 준비했다. 그녀 기억 속 어머니는 '무서운 춤 선생님'. "한국무용은 즉흥적이라 몸에 배면 자유자재로 흐를 수 있는데, 어머니가 하신 신무용은 정해진 대로만 동작을 해야 해요. 3·1만세운동처럼 단결된 정신을 표출하는 장면에선 일사불란한 움직임이 맞지만 자연스럽게 어머니는 무서울 수밖에 없었죠."

그녀는 "남한에 와서 민족적 소재를 춤으로 만들어내느라 정작 땅 한 톨 없이 퍽퍽하게 사신 어머니가 가여우면서도 자랑스럽다"고 했다.

▷축제 70=10~11일 오후 7시30분 국립중앙박물관 극장 용, (02)2220-13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