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껑열린 예산… '창투·콘텐츠·방산株' 힘찬 반등

국내 증시가 반등에 성공했다. 글로벌 증시 호황 속에서 코스피·코스닥지수도 모두 3%가량 상승 마감했다.

모처럼의 반등장에서 중심에 서 있던 것은 이른바 '정책 관련주'들이었다. 창업투자사·콘텐츠·방위산업체들이 집중 상승했다. 정부가 해당 산업에 대한 내년도 예산을 증액하겠다고 밝히자, 업황이 지금보다 더 개선되리라는 기대감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벤처 지원 정책 기대감에 창투사株 올라

창업투자사 가운데 주가가 가장 많이 오른 업체는 제미니투자다. 가격제한폭까지 오른 425원에 거래를 마쳤다. 대성창투와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는 각각 8.5%, 5.6%씩 상승 마감했다. 이 외에 SBI인베스트먼트·큐캐피탈파트너스도 각각 4.6%, 3.8%씩 올랐다.

전날 정부는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중심으로 벤처·중소기업 지원 체계를 개편하고, 창업 성장 자금을 올해 300억원에서 내년 635억원으로 늘리고 액셀러레이터(창업 초기 기업이 뿌리내릴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업체)를 지원하는 데 91억원을 새로 편성하는 등 해당 분야 예산을 대폭 증액하겠다고 밝혔다. 중소기업청이 주도하고 있는 기술창업프로그램 지원 예산도 올해 365억원에서 425억원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김형수 벤처캐피탈협회 전무는 "정부가 창업을 장려하면, 벤처 시장 전체의 인프라가 더 확충돼 벤처캐피털이 투자할 수 있는 기업들도 더 늘어나고 업황 자체가 지금보다 훨씬 좋아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게임·엔터테인먼트·방위산업체 주가 동반 상승

게임과 방송·엔터테인먼트 등 콘텐츠 관련주들도 동반 상승했다. 정부가 게임 산업 육성에 투입되는 예산을 올해 210억원에서 내년 329억원으로 늘리고 한류 문화 융·복합 프로젝트에 25억원을 신규 지원하는 등의 계획을 발표하자, 이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해석된다.

게임 업체들 가운데서는 웹젠과 한빛소프트·파티게임즈·조이맥스 등이 8~9%대의 주가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스트소프트·조이시티·NHN엔터테인먼트도 4~5% 대 상승했다. 방송과 엔터테인먼트 관련주들도 대거 올랐다. 연예 기획사 키이스트는 7.9%, 드라마 제작사 삼화네트웍스는 5.7% 상승 마감했다. SBS콘텐츠허브·레드로버·에프엔씨엔터테인먼트도 4% 넘게 올랐다.

이 외에 방위산업체들의 주가도 동반 상승했다. 풍산이 8.1%, 휴니드·두산인프라코어가 6% 넘게 올랐다. 정부 예산안에 따르면, 내년도 국방비는 총 1조5000억원 증액될 전망이다. 국방비 증가율은 총 지출 증가율(3%)을 웃도는 4% 수준이 될 것이라고 정부는 설명했다.

한 방위산업체 관계자는 "최근 북한의 도발 등 국방 관련 이슈가 많이 있어 정부에서도 방위 산업을 강화해야 할 필요성을 많이 느낀 것 같다"면서 "방위 산업체들의 매출 대부분이 정부 기관인 방위사업청과의 계약을 통해 발생하는 만큼, 대다수 방위 산업체가 정부의 예산 증액을 호재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기대감 근거로 한 주식 투자, 조심할 필요 있어"

증권 업계 관계자들은 정부의 예산 편성이 특정 업종에 호재가 될 수는 있으나 증시 변동 폭이 큰 요즘 같은 시기엔 기대감을 근거로 주식 투자를 하는 데 있어 특히 조심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김갑호 교보증권 연구원은 "최근 바이오·화장품 관련주들도 업황 개선에 대한 기대감 때문에 상승장에서 많이 올랐지만, 증시가 하락하자 거품이 빠지며 주가가 조정받고 있다"며 "어떤 테마로 엮여 막연한 기대감으로 상승하는 종목들은 특히 더 주의 깊게 바라봐야 하며, 실적이 뒷받침되는 회사를 중심으로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